[취중토크②]박수홍 "등 떠밀려 결혼하고 싶진 않아요"

올바르고 젠틀한 이미지. 25년째 한결같은 박수홍(46)이 달라졌다.

정작 본인은 달라진게 아니라 원래 이랬단다. 클럽으로 가 분위기에 흠뻑 취한 모습은 우리가 알던 박수홍이 아니다. 한옥 카페서 국화차나 마실 줄 알았던 박수홍 아니었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클럽 가는게 뭐 어때서요. 음악과 분위기를 좋아하면 가서 놀 수 있잖아요. 물론 알아요. 제가 나이가 나이인지라 혹여 나쁜 꾐에 넘어가 사고라도 칠까봐 걱정해주는 걸. 그런데 괜찮아요. 25년 연예계에 있었어요. 큰 사건사고없이 버텨왔어요. 사고 안 칠테니 너무 나쁜 시선으로만 보지 말아주세요." 이제 박수홍과 클럽은 떼려야 뗄 수 없다. 1년 만에 박수홍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클럽이 돼 버렸다. 오죽하면 광고 제안도 클럽 컨셉트다.

좋은 일도 꾸준하다. 2001년부터 경기도 동두천 한 보육원을 지원해 오고 있었다. 연예인의 기부 소식이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15년째 선행을 하고 있다는 건 놀랍다. 그는 "요즘 잘 못 돌보고 있었는데 기부 사실이 알려져 부끄럽네요.(웃음) 세상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기부도 잘 해야돼요. 10만원을 낸다고 몽땅 그 사람에게 가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도 직접 찾아가게 된 거고요."

날은 쌀쌀해지고 주변에선 하루이틀 멀다하고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아무리 클럽이 있다고 하지만 박수홍의 옆구리가 시릴만하다.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언젠간 하겠지만 등 떠밀려 하고 싶진 않아요.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요. 지금 저희 집안은 화목해요. 어머님부터 형님·형수님 모두요. 그런데 제가 누군가를 데려오면 집안의 평화가 깨질 거 같아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게 될 그림이 나올까봐요. 그게 싫어서 결혼을 안 한다는건 핑계지만 한편으론 그런 마음도 있어요."

두 달만 지나면 한국 나이로 48세. 배 나오고 늙어가는게 너무 당연한 시기지만 자기 관리가 훌륭하다. 지난 달 '복면가왕'에 가면 쓰고 나왔을 때도 여느 아이돌 못지 않는 수트핏을 자랑했다. 어디에도 세월의 흔적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안 늙는다고요. 그거 다 철 없어서 그런 거에요"라고 웃는다.



>> 취중토크①편에 이어서

-15년간 선행이 알려졌어요.
"어휴 부끄럽네요. 그게 뭐 대단한거라고요. 이렇게 알려졌으니 더 잘해야겠죠. 최근 바뻐서 보육원에 잘 가지도 못 했는데 빨리 가보라는 뜻인가봐요."
 
-시작하게 된 계기나 인연이 있었나요.
"15년 전 (박)경림이와 함께 한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때 보육원을 처음 방문한 이후 연을 맺었죠."
 
-사실 기부라는게 액수보단 꾸준함인데 15년이면 꽤 길어요.
"예전에는 자주 방문해서 애들 크는 걸 봤죠. 초등학생때 만나 고등학생이 된 친구들도 여럿 있고요. 진짜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잘 가지도 못 했어요. 원장님과 통화하면서 혹시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피고 보내는 정도요."
 
-소아암을 앓고 있는 6세 아이 후원금도 냈어요.
"어린 친구가 보육원에 들어왔는데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어요. 조금이나마 도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어요. 액수가 크지 않아요."
 
-과거 1억원 기부도 했고 알게 모르게 좋은 일 많이 했어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런데 기부라는게 돈만 낸다고 끝이 아니에요. 10만원을 내면 10만원 전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는 게 아니거든요. 단체가 있으니 그 곳에서도 쓰는게 맞긴 해요. 전 직접 전달하고 싶고 제 눈으로 보고 싶었고요."
 
 

-다문화가정 결혼식도 해줬다고요.
"웨딩 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결혼 못 하는 다문화가정이 많아 합동 결혼식을 열어줬어요. 신부에게 면사포 씌워주고 반지도 주고 제주도로 여행도 보내줬어요. 기업과 논의해 쌀도 후원하고요."
 
-다들 반응은 어떤가요.
"조금 안타까운건 고맙다는 말을 듣고자 한 행동은 아녔지만 그 말을 듣기 쉽지 않네요."
 
-외롭진 않나요. 그래도 결혼해야죠.
"결혼을 안 할 생각이 아니에요. 짝이 없는데 어떡해요. 억지로 등 떠밀려 가는건 더더욱 싫어요. 결혼은 안 했지만 그 외 다른 부분은 만족스러워요. 남들이 자식 걱정할 때 다른 고민이 있으니깐요."
 
-집안 반응도 궁금해요.
"어머니한테 죄송한 게 많죠. 사실 별 생각이 다 드는게 지금 가족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어머니·형님·형수님 모두요. 그런데 내가 누굴 데려오면 이 분위기가 깨지진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질까 싶죠."

>> 취중토크③편으로 이어집니다.
[취중토크③]박수홍 "가상 결혼 프로그램 너무 하고파"

김진석 기자 [e-mail]
사진=김진경 기자
영상=이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