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 이수경 "최민식·김혜수 덕분에 '진짜 나' 받아들였죠"

2014년 영화 '차이나타운', 2015년 드라마 '호구의 사랑', 2016년 영화 '굿바이 싱글'과 '특별시민', 2017년 '용순'과 '침묵',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 '기묘한 가족'과 드라마 '여우각시별'까지. 이제 겨우 만 21세의 배우 이수경의 놀라운 커리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조연상을 거머쥔 이수경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자격이 되는 배우가 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또래 배우들 중 독보적인 연기 내공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보여줄 발전과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백상예술대상 무대에서 펑펑 울던 이수경은 취중토크 자리에서는 특유의 엉뚱한 매력을 뽐냈다. "말이 너무 없고 낯을 가려 고민이다"고 한참 털어놓다가도 SBS '동물농장' 애청자로서 실컷 수다를 떤다. 입양하고 싶은 유기견의 사진을 찍어 자랑하고, 닭발 맛집을 공유한다. '차이나타운'이나 '침묵'에서의 이수경을 기억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 조용하고 수줍은 것 같으면서도 밝게 웃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마치 작품 속 이수경의 다채로운 변신과도 같다. 

이수경은 카메라가 실물을 다 담지 못해 안타까운 배우기도 하다. 늘씬한 큰 키에 오밀조밀 조화로운 이목구비, 특히 잡티 하나 없는 뽀얀 피부가 돋보이지만, 사진을 찍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몸이 굳는다고. 예쁜 실물이 다 나오지 않아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사진기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에서부터 어린 시절 주변으로부터 아픈 과거를 의심받은 사연, 말 없는 사람의 고통, 대선배들에게 사랑받는 법, 엊그저께 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야기까지. 평범한 스물한 살과는 조금 다른,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스물한 살 이수경과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긴 수다를 나눴다. 



 

-최근 관심사는 뭐예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서 유기견 관련 앱을 깔아서 매일 봐요. 제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3개인데, 그중 하나가 '동물농장'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키우기도 했고요. '용순' 찍기 전에 13년 키운 강아지가 죽었어요. 강아지가 죽은 날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나머지 다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이후로 키우지 않다가 다시 키우고 싶어졌어요."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동물농장'을 보면 그렇지 않을 수가 없어요.(웃음) 유기견을 데리고 오고 싶어요."

-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은 없나요. 
"드라마에 일부러 출연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오디션을 보면 이상하게 영화 출연 제의만 들어오더라고요. 항상 드라마도 하고 싶어요. 제가 드라마에 출연하기엔 연령대가 애매한가 봐요. 학생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있고, 사회인 역할을 하기엔 어린 것 같아요. 영화와 드라마, 두 가지를 다 해야 좋은 것 같아요. 기회만 있으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몇 살이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나요. 
"친구들과 '빨리 중년 배우가 돼야지'라는 말을 많이 해요.(웃음) 그럼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 편해질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스킬도 생길 거고, 지금 나를 괴롭게 하는 일들이 아무런 일도 아니게 될 것 같아요."

-어떤 일들이 수경씨를 괴롭게 하나요. 
"저보다 어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집에서도 현장에서도 막내니까요. 챙겨주는 성격도 못되고요. 다른 선배들이 하시는 것처럼 하기 힘들어요."

-그러고 보면 선배들이 특히 예뻐하는 후배죠. 
"언제나 똑같은 태도로 대해요. 그 태도를 좋아해 주시나 봐요. 최민식 선배나 김혜수 선배처럼 저를 좋아해 주시니, 그런 선배님들 덕분에 성격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덜 하게 됐어요. 진경 선배님도 '이런 사람이 더 좋아'라고 해주셨어요. 그 전엔 낯을 가리고 말이 없는 성격을 자주 지적받았어요. 이전에는 사람들 만나면 한마디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었는데, 이제는 자유로워졌어요."

-성격에 관해 고민이 많았나 봐요. 
"고민을 하다가, 괜히 마음에도 없는 이상한 말들이 나와서 혼자 후회하곤 해요. 그런 탓에 예전에 드라마 '호구의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기도 했고요. 저는 괜찮은데, 저 때문에 유이 언니가 느닷없이…. 언니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열심히 하고 싶어서 그런 실수를 해버렸어요." 

-연기 외적인 사생활은 밝혀진 것이 없어요. 
"진짜 집에 가만히 있어요. 운동도 별로 안 좋아하고요. 아! 먹는 것은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서 고민이 많아요." 

-과거 사진 하나 없어요.
"졸업사진이 다 이상하게 나왔어요.(웃음) 근데 전교생 사진이 다 별로예요. 뭐, 이상한 소문이 나도록 살아오지도 않았고요." 

-배우인데도 사진 찍히는 게 아직은 어색하다고요.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게 싫었어요. 키메라 앞에서 영상을 찍는 건 괜찮은데, 사진을 찍는 그 한순간이 너무 어려워요."

-여배우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나요.
"욕심을 부리기엔 너무 못나서요. 예쁘게 나오면 좋겠지만, 촬영 현장에서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남자친구 앞에서도 애교가 없나요. 
"애교가 제 취향은 아닌 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애교를 부리는 것도 제 취향은 아니고요.(웃음) 애교 부리는 연기도 아직 안 해봤어요." 

박정선 기자 [e-mail]
사진=김민규 기자
영상=이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