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강호동이 살아났다. 다시 연예계를 호령하고 있다. 예전엔 사냥감을 물색하는 무서운 호랑이였다면 지금은 여유 가득한 어미 호랑이다.
강호동은 탈세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난 2011년 9월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당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듬해 11월 연예계에 복귀했지만 줄줄이 시청률 바닥에서 허덕였다. SBS '스타킹' MBC '무릎팍도사' KBS 2TV '달빛프린스' '투명인간' 등이 막을 내렸다. 그나마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만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지난해 10월 폐지 순서를 거쳤다. 예능에서 '옛날 사람'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도 얻었다.
강호동은 지상파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렇게 강호동의 체제는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강호동은 쉽게 죽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에서 재기를 노렸다. tvN '신서유기'를 시작으로 JTBC '아는 형님'으로 날개를 달더니 '한 끼 줍쇼' '수상한 가수' 올리브TV '섬총사'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예능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예전엔 스타 MC들이 프로그램을 이끌었다면 스타 PD 체제에 돌입했다. 강호동도 스타 MC 중 하나였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 탈세 문제로 한 차례 쉬고 돌아왔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강호동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가장 절실했을 것"이라며 "간혹 옛날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만 트렌드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아는 형님'과 '신서유기'에서 캐릭터 쇼를 선보이며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인과 소통을 트렌드로 이끌었다. '한 끼 줍쇼'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정 평론가는 이어 "강호동은 신동엽·김구라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MC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강호동이 새로운 길을 구축하며 잘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는 형님' 황선영 작가도 '트렌디 MC'라는 말에 동감했다. 황 작가는 "강호동은 제작진이 준비한 걸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제작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무엇이든 기가 막히게 소화한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섬총사' 박상혁 PD는 강호동이 당하면 시청자들이 쾌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 PD는 "과거에 그는 이끌고 가는 진행, 억지로 시키는 진행을 했다. 지금은 당하는 역할을 재밌게 살린다. 그렇다고 약해진 건 아니고 예능적으로 재밌는 상황을 보여 준다. 역할을 변화시키고 작품의 폭이 넓어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