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은 빼고, 배우들의 열연은 더했다. '남산의 부장들'이 1979년 10월 26일을 고스란히 2020년 1월 22일에 소환한다.
오늘(22일) '남산의 부장들'이 관객을 찾아온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을 원작으로 한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1979년 10월 26일 오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18년간 지속된 독재 정권의 종말을 알린 이 사건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 중 하나다. '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40일 전 총와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 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며 스크린에 담아낸다.
그 중심에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의 이병헌이 있다. 대사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표정과 눈빛으로 말한다. 특히 클로즈업 신이 많은데, 스크린에 이병헌의 얼굴이 가득찰 때마다 특유의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한다.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는 유명 어록도 그의 입을 통해 등장한다. 특히 엔딩에서 보여주는 이병헌의 열연은 전율을 일게 할 정도다. 철저히 계산된 행동 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는 극장의 불이 켜지고 나서도 여운을 남긴다.
박통 역 이성민의 열연도 놀랍다. 이미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성민이지만, 이번엔 특히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살아돌아온듯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한 덕분이다. 오랜만에 새 작품으로 돌아온 곽도원은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을 맡았다. 이희준이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을 연기한다. 이병헌을 필두로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이 전혀 밀리지 않는 기 싸움을 펼친다. 네 배우는 숨 막히는 티키타카로 관객의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이처럼 배우들의 열연이 빛날 수 있던 배경에는 우민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있었다. 서서히 변화하는 김규평의 심리를 그리며 '남산의 부장들'만의 차갑지만 격앙된 톤을 만들어냈다. 자로 잰 듯 철저히 대칭을 맞춘 연출로 군부 독재 시절의 이분법을 말하는 듯하다. 서울과 파리의 당시 모습을 재현한 연출로도 시선을 끈다.
일부 관객들은 '남산의 부장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을지 우려한다. 그러나 '남산의 부장들'은 섣불리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도덕적인 혹은 정치적인 판단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한다. 그리고 사건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관객에게 맡긴다.
이에 대해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는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았다. 어떤 인물의 공과 과를 절대 평가하지 않는다. 단지,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인물들의 심리 묘사로 보여주고 싶었다. 판단은 관객 분들이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흥행 예감이 좋다. 개봉일 오전 7시 기준 '남산의 부장들'은 48.7%의 예매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예매관객수는 15만 3582명이다. 가장 먼저 예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가오는 설 연휴 '남산의 부장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