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은 연기할 때, 인터뷰를 할 때 등 언제 어디서나 빈틈을 찾아보기 힘든 '완벽해보이는' 배우였다. 그런 그에게 여유가 읽히기 시작했다. tvN '삼시세끼' 시리즈의 영향일까.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까. 7일 개봉하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강우석 감독)'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둔 차승원은 과거 예민함은 온데 간데 없고 많이 둥글둥글해졌다.
연기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은 작품에서 차승원만 돋보이는 연기를 했다면,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선 원톱 주연을 맡았는데도 모든 캐릭터와 한 데 어우러지는 연기를 선보인다. 연기에 힘도 많이 뺐다. 그의 연기 인생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전작 MBC 드라마 '화정'에 이어 또 사극이다.
"역사극은 할 때마다 아주 조심스럽다. 역사적 사실에 근간을 두지만 픽션이 일부 가미가 됐기 때문에 연기하는 입장에선 조심스럽고 어렵다. 빨리 현대극을 해야하는데….(웃음) 이번 영화 이후 당분간 사극은 안 할 생각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싶다. SF장르도 하고 싶고, 블랙 코미디는 늘 하고 싶은 장르고 그렇다. 또 내가 했던 걸 다시 차용해서 연기하고 싶지 않다. 그런 무기까지 쓰고 싶지 않고, 좀 새로운 것들을 하고 싶어서 다음엔 사극이 아닌 다른 장르를 해보고 싶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어떻게 봤나.
"잘 모르겠다. 내 영화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라는 얘기를 못 하겠더라. 언론시사회 때 배우 신동미 씨가 (먹먹하고 감동해서) 울었는데 그게 관객 반응이었으면 좋겠다."
-9개월 간 촬영하면서 북한강부터 백두산까지 다양한 곳을 다녔다고.
"백두산이 단연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 감독님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라고 해서 진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만약 백두산 날씨나 그쪽 상황에 대해 많이 알고 갔으면 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을 오라고 해서 그런지 촬영도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 같다. 우리가 간 날은 날씨가 너무 맑았다. 촬영을 순조롭게 딱 끝내고 나니깐 신기하게 구름이 몰려와서 앞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
거기에 있는 분이 이런 경우가 1년에 며칠 없다고 하더라. 다음 날 촬영을 또 갔는데 그땐 현지 사정상 촬영을 하지 못 했다. 결국 첫 날 찍은 촬영분을 영화에 담았다. 어떻게 백두산을 저렇게 담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CG처럼 나왔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했다. 얻은 건 뭔가.
"이렇게 긴 기간(9개월) 동안 한 인물로 연기한 게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감정이) 차곡 차곡 쌓이는 느낌이었다. 공들여서 인물을 잘 보듬어서 만든 느낌이랄까. 이렇게 오랜 기간 한 인물로 살아보는 게 나한테는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연기하면서 심리적인 부담은 있었다. 아무래도 100% 사실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고 픽션이 가미됐기 때문에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청소년들의 경우, 이 영화를 보고 앞으로 '김정호는 이런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게 될텐데 그런 점이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역사 속 인물을 연기하는 게 득보다 실이 많다고 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