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발전하면서 다분화하고 있다. 방송 종사자들도 속속들이 해당 직업의 특성과 업무 분담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로 연예계에서 7년째 밥벌이를 하고 있는 기자 역시 다양한 방송 관련 직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직접 나섰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을 만나 해당 직업의 특성과 에피소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마련한 코너. 방송이 궁금한 이들이여, '방궁너'로 모여라.
'방궁너'의 두 번째 주인공은 현재 JTBC '한끼줍쇼' 내레이터로 활동 중인 김세원 성우다. 1964년 TBC 동양방송 공채 1기로 데뷔, 올해로 54년 차를 맞은 베테랑이다. 기성세대들에겐 라디오 DJ로 친숙했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SBS '짝' 내레이션으로 친숙하다. 성우의 세계에선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목소리와 남들보다 앞서 자기 분야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키였다.
>>②편에 이어
- 내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감정 이입이 되면 안 되는 것 같다. 내레이션은 슬픈 내용이라고 해서 슬프게 하면 안 된다. 그걸 보는 사람 중 슬프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내레이션은 가운데서 냉정하게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정확한 발음으로 정확하게 보여 주는 게 기본이다."
- 목 관리는 어떻게 하나. "와인은 가끔 마시는데 녹음하기 전날 신경을 많이 쓴다. 몸을 피곤하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다. 녹음하는 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 목소리에 대한 생각은. "난 사람을 기억할 때 그 사람의 이름보다도 만났던 사람의 목소리가 먼저 생각이 난다. 택시 기사에게 '어디로 가 주세요'라고 했더니 휙 돌아보고 '목소리가 좋다'고 하더라. 목소리가 사람마다 특징이 있다. 다 매력이 있다.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으로 따지면 '밤의 플랫폼'이다. 지금까지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그걸 11년 동안 했다. 손석희 사장이 진행했던 라디오에 출연했던 적이 있는데 11년 됐다고 하니 '지금으로 치면 30년쯤 된 것'이라고 하더라. '김세원의 영화음악실'도 9년 정도 했다. 방송 생활 50년 중 생방송만 40년 동안 했다. 그중 30년이 가요, 팝송, 샹송을 진행했는데 한국에서 처음으로 샹송을 한 셈이다. 이를 인정받아 프랑스 외무성에서 초청해 줘서 2주 정도 여행하고 온 적도 있다."
- 음악적 소견이 넓겠다. "어릴 때부터 듣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 작곡가인 김순남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 작곡가였다. (월북하신) 아버지가 계셨다면 음악을 거의 100%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음악은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 청취자에게 전달하는 게 더 좋다. 지금도 방송하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는 것마다 나쁘지 않았고 장수했다."
- 성우로서 가장 큰 고민은. "내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살았다. 지금 후배들을 보면 고민을 많이 한다. 일할 자리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성우라고 하니 일단 드라마를 한다고 들어왔을 텐데 드라마는 아주 조금이고 사람은 많다. 다른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다른 걸 찾아야 한다. 자리를 개척하는 방법밖에 없다."
- 성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목소리만 예뻐서 되는 게 아니다. 우선 내공을 쌓아야 한다. 그런 게 준비 과정일 것이다. 그 과정이 필요하고 '내가 잘할 수 있나'와 '적성에 맞나'를 생각해야 한다. 난 물 흐르는 것처럼 나한테 주어지면 열심히 하고 싶다. 나한테 안 맞는 걸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것이다. 제일 성공이 빠른 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다. 할 수 없는 걸 욕심만 가지고 하면 성공도 느리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답이다."
-5년 후 자신에게 한마디 해달라. "'이때까지 열심히 잘 살아왔으니까 앞으로도 김세원 잘 부탁해. 이 순간을 감사하고 즐겁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