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감독인 문소리가 영화 '세자매'를 통해 프로듀서로 새 명함을 팠다. 연기도 하고 제작도 하는 그는 울고 앓기도 하며 새 작품을 탄생시켰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통과 거짓말'·'해피뻐스데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특유의 강렬한 캐릭터 설정과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문소리가 맡은 역할은 둘째 미연. 미연은 완벽한 척하지만 속은 썪어있는, 남편의 불륜까지 하나님에게 호소하는 인물이다. 문소리는 셋째 미옥 역을 맡아 오랜만에 연기를 선보인 장윤주와 첫째 희숙을 연기했으며 이승원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김선영과 호흡을 맞췄다. 특히 공동 프로듀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며 제작자 문소리의 역량을 이 영화에 담았다.
-지금 가장 뜨거운 화두인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룬다. "우리 영화는 사실 특별한 사건을 다루려고 했던 건 아니다. 지금은 아버지들이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집안일도 하듯이, 달라진 아버지들이 많이 있다. 이전의 아버지들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달랐다. 좋은 아빠에 대한 기준도 달랐다. 그래서 (자식들이) 받았던 상처나, 그 속에서 크면서 느꼈던 것들이 많을 거다. 영화에서 만들어진 드라마에는 사람도 죽고 한다. 그러나 우리 영화는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래'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까지 우리 맘 속에 커다랗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 (상처가) 얼마나 큰 것인가란 이야기를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주 특별한 아빠를 그리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다. 사실 시나리오 쓸 때도 큰 고민이었다. 이야기를 조금 더 극적으로 해볼 수도 있는데, 그게 더 좋을 것인지. '알고 보니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데 관객이 (너무 특별한 이야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감독님이 고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제 의식이 터져나오는 말미 장면에서 격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들의 동선, 카메라 무빙에 맞춰서 리허설을 많이 하고 의논도 했다. 그 신에서 미연의 연기를 어떻게 해야될지는 사실 많이 준비하지 않았다. 이 신을 후반부에 찍었는데, 감정의 파도에 당연히 제가 반응할 거라 믿었다."
-부부인 이승원 감독과 김선영이 현장에서 격한 토론을 벌여 놀랐다고 하던데. "여느 촬영장처럼 많이 소통했다.(웃음) 김선영과 이승원 감독은 오랫동안 극단에서 창작 활동을 늘 해왔던 사이다. 의견이 다를 때 조금 더 격하게 토론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니는 놀라서 '이 분위기 괜찮은 건가'하면서 눈치를 보기도 했다. 그 토론이 신기했다. 아무래도 나는 현장에서 감독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때 조심스럽다. 영화는 감독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김선영은 훨씬 편하게 감독님과 토론하는 사이였다."
-장윤주의 연기는 어땠나. "굉장히, 정말 놀라운 지점이 있었다. 특히 현장에서 컷마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받아들이고, 김선영이나 내 이야기가 들어가면서 변하는 모습을 다 봤다. 배우가 디렉션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사실 장윤주가 연기한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그런데 굉장히 유연하다. 배우의 능력 중 그 능력이 진짜 중요하다. 정말 몸과 마음과 머리로 한꺼번에 받아들이는 능력이 대단하더라."
-김선영과 이승원 감독이 격한 토론을 하는 부부이자 동료라면, 문소리와 남편 장준환 감독은 어떤 관계인가. "우리는 조금 더 대화가 오피셜하다. 둘이 있을 때도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의 대화와 비슷하다. '1987' 때도 시나리오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할 때나 저녁 메뉴나 커튼 색을 고를 때나 다르지 않다. '제 생각은 이런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러면 감독님도 '저는 좀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라고 하는 정도다. 감정이 상하려고 듯하면 '조금 더 생각해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한다. 우리도 평범한 부부 같지는 않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장준환씨'를 뵌 지가 오래됐다. 제주도에 있는데 작업하느라 올라오지를 않는다."
-딸 연두에게는 어떤 엄마인가. "연두에게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돼' '이건 잘못한 거야'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이 워낙 잘 들어주는 타입이다. 나라도 단호하게 악역을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격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24시간 붙어 있는 엄마가 아니니까, 자주 혼내거나 극 중 모습처럼 소리치거나 그런 경우는 없다. 지금까지도 큰 소리로 혼내거나 '맴매'하거나 그런 경우는 없었다. 그럼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엄마로 연두가 생각하지 않을까."
-남편의 불륜을 발견한 후 강하게 대처하는 미연의 행동에 공감이 갔나. "모르겠다. 그런 상상을 하고 싶지 않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