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로 데뷔한지도 언 9년 째. 정수정은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작품에 매진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상속자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하백의 신부 2017' 등. 정수정은 왠지 모를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그 연기력이 빛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감빵생활')'에서 정수정은 완벽하게 배우로 거듭났다. '정수정=김지호'였다. 캐릭터에 100% 이입하면서 비로소 시청자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정수정은 '감빵생활'에서 13년 차의 나이도 무색할 만큼 박해수(김제혁)와 러브라인을 이끌었다. 남자친구인 박해수를 감옥에 보내고, 한순간에 남차친구가 전과자가 된 상황에서도 낙담하지 않았다. 접견실에서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추억 회상신에서 진한 키스를 나누며 애틋함을 연기하기도 했다.
남자들이 대부분인 드라마에서 여배우로서 중심을 지켰다. 시청률 11%의 일부 지분이 정수정에게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정수정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나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약 한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내 싱글벙글했다. '냉미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한시간 인터뷰 후 "수다를 떤 것 같다"고 즐거워 하기도 했다. - 11%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런 좋은 착품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좋다. 또한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게 돼 감사하다. '감빵생활'은 좋은 것만 가득하다."
-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감빵생활' 팀은 사석에서도 자주 만난다. 이런 걸 처음 경험하는 거라 재밌다. 한 명 한 명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경험, 새로운 얘기를 듣게 됐다. 말 그대로 좋은 사람들이다. 모두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 13살 박해수와 러브라인을 연기했다. 나이차를 느끼진 않았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했지만 의식하지 않았다. 세대차이도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신원호 감독님도 머릿 속에 그림이 있었을 것 아니냐. 나와 해수 오빠를 같은 앵글에 넣으려는 이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혁과 지호로 호흡을 맞췄던 것 같다."
- 감방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러브라인이 부족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러브라인이 부족해 아쉽진 않다. 교도소 안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밖의 이야기는 많이 안 나오는 걸 알고 시작했다. 러브라인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서로 밖에 모르고 애틋한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아쉬운 건 없다."
- 캐스팅 전 '감빵생활'이 가장 끌렸던 이유는.
"처음엔 교도소가 신선했다. 모두가 그랬을 것 같다. 대본을 읽었을 때 '재밌다' 확 느꼈다. 그래서 하게 된 것 같다."
- 지금 껏 해왔던 캐릭터 중 가장 몰입을 잘한 것 같다.
"촬영하면서 '왜 몰입이 될까'를 고민을 많이 했다. 감정신을 찍을 때 그 상황이 슬프고 아팠다. 유독 몰입을 하느냐에 대해선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교도소도 처음 갔고, 접견실도 처음이고, 남자친구가 죄수복입고 있는 것도 처음이었다. 해수 오빠도 제혁으로 보였다. 대본을 읽었을 때 지호 마음이 가장 이해가 갔다. 이 모든 게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 지호라는 캐릭터 연구를 많이 했나.
"전작 '하백의 신부'에서는 여신이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라서 말투 발성부터 연습을 많이 했다. 늘 고개를 들고 어깨 펴고 있어야하고 캐릭터적인 캐릭터였다. 반면 '감빵생활'은 완전 평범했다. '하백의 신부'와 대비되게 보이려고 머리도 잘랐다. '하백의 신부'에서는 의상도 관여를 했는데 '감빵생활'에선 가장 친근한 옷들을 입고 나왔다."
- 머리 자른 게 아깝진 않았나.
"처음엔 아쉽고 아까웠다. 인생 첫 단발이다. 이 기회가 아니면 못 자를 것 같더라. 핑계 삼아서 잘랐는데 반응이 반반이더라. 확실한 건 사진은 별로 같다.(웃음) 남자들은 단발이 더 좋다고 하더라. 답이 없는 머리가 단발이다. 정말 관리하기 힘들다. 그래서 집 밖을 잘 안 나간다.(웃음)"
- 교도소에 들어가볼 생각은.
"남자 교도소라 들어갈 생각도 못했다."
- 만약 여자 교도소였다면 어떤 죄목이었을까.
"글쎄, 무서운 죄를 저질렀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생각 안 해봐서 모르겠다.(웃음)"
- 박해수가 그렇게 애교가 많다던데.
"장난도 짙고 말투도 정말 애교가 넘친다. 친한 사람에게 그런다. 처음 봤을 때부터 재밌었다. 미팅 끝나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쳤다. 그땐 해수 오빠가 누군지 몰랐는데 왠지 제혁일 거란 생각을 했다. 해수 오빠도 나를 지호라고 생각했는지 처음 봤는데 나를 보고 손을 흔들더라.그 인상이 귀여웠다. 이런 표현을 하면 실례일 것 같은데 정말 '순딩이'다.(웃음)"
- 호흡은 잘 맞았나.
"해수 오빠랑 가장 많이 붙었고, 대본 리딩도 많이 해서 가장 편했다. 워낙 배력 넘치고 잘 챙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