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무명 생활, 걸그룹 연습 6개월 만에 계약 취소, '관동판 나는 가수다' 방송 하루전 출연 취소, '너의 목소리가 보여' 방송 10분 만에 탈락…
가수 한소아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었다. 하나하나 다 사연이 있었다. 잘 될만 하면 시련이 왔다. 그렇게 좌절에 좌절을 겪었지만 가수라는 꿈을 향한 의지는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한소아는 지난달 30일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에 출연해 반전 가창력을 선보였다. '음치'라는 패널들의 지목에 어렵게 캐스팅 된 방송에서 10분 만에 탈락했다. 울컥했지만 꾹 참고 노래를 불렀고, 이런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물론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들이 재조명됐다.
한소아는 지난 2003년 한 작곡가와의 인연으로 OST 곡을 부르며 가요계에 발을 내디뎠다. 남다른 외모에 걸그룹 제의도 받았다. 서태지 회사인 서태지 컴퍼니에서도 걸그룹을 준비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회사 사정으로 무산됐다.
심기일전에 중국 진출도 나섰다. 중국은 한국 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2016년 중국 매니지먼트와 계약도 체결하며 '관동판 나는 가수다' 출연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방송 하루 전 출연 취소 문자 메시지를 받고 다시 좌절을 겪었다.
무너질 듯 했지만 한소아는 끈질겼다. 음악에 대한 열정 만큼은 어느 가수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간스포츠는 한소아와 만나 무명 생활부터 꿈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부터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그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이하 일문일답.
- '너목보' 시즌4에 출연한 소감은.
"너무 빨리 떨어져서 아쉬운데, 의외로 이슈가 돼서 감사하다."
- 기대를 많이 했나.
"프로그램 시작하고 약 10분 정도 지나서 떨어졌다. 출연 소식을 알고 있던 어머니가 뒤늦게 채널을 돌렸는데 안 보여서 당황했다고 하더라.(웃음)"
- 많은 준비를 했을텐데 아쉽겠다.
"음치 같아 보이려고 연기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빨리 떨어지는 바람에 연기도 못 보여드렸다."
- 패널들이 음치로 판단한 이유가 뭐였을까.
"닉네임을 '중국 나가수'라고 한게 패인인 것 같다. 더원 선배님·린 선배님·황치열 선배님이 나갔던 '나가수'는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유명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내가 나가려고 했던 '나가수'는 '광동판'이었다. 다들 착각하신 것 같다."
- '광동판'이라고 쓰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많이 아는 '나가수'는 신인들이 못 나간다. 그래서 '광동판'을 쓰려고 했는데, 대표님과 작가님이 '나가수'는 '나가수'라고 해서 뺐다."
- 가수 린 앞에서 린 노래 '위드 유'를 불렀다.
"선곡할 때 작가님과 많은 상의를 하고, 많은 노래를 불렀다. 그 중에 린 선배님 노래가 목소리와 비슷해서 결정했다. 근데 린 선배님이 나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 10분 만에 떨어졌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첫번째로 지목됐을 때 눈물을 겨우 참았다. '중국에서 고생을 정말 많이하고 한국와서 겨우 선 무댄데 10분 만에 떨어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이왕 떨어진 거 노래라도 끝까지 잘 부르자'라는 생각 뿐 이었다."
- 노래 부르면서도 울먹이더라.
"중간에 한 번 고비가 왔다. 노래 부르기 전에 '울면 망친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정신을 다잡고 노래를 불렀다. 근데 울컥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마지막 소절은 거의 울먹였다."
- 녹화장이 울음 바다가 됐다.
"작가님들도 울고 있었다. 작가님들은 내 사연을 다 아니까 울 수 있겠다 싶었는데 신동 선배님·이상민 선배님 모두 눈물을 보이더라. '내 진심이 전해졌구나' 싶었다."
- 9일에 음원이 나온다.
"의도치 않게 대선 투표날에 음원을 발표한다. 대표님 나름의 '빈집털이'전략인 것 같다. 사실 우리같은 무명 가수들은 유명한 가수들이 나오는 날 내는 게 좋다. 다른 분들이 발표를 안하기 때문이다."
- 어떤 곡인가.
"약간 우울한 곡인데 담백하게 불렀다. '마른 꽃'이라는 곡인데, 사랑을 하다보면 감정이 말라 가지 않나. '마른 꽃'에 감정을 넣었다. 어쿠스틱으로 앞부분을 이어가다가 뒤에는 일렉트로닉한 감성을 더했다."
- 원하는 음원 순위가 있다면.
"차트 입성만으로도 감사하다. 톱 100위 안에 드는 것도 힘들다는 걸 안다. 꿈이 있다면 99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