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남자(이하 '문남')'는 일요일 심야 예능의 터줏대감이다. '망할 예능'이라고 외쳤던 전현무·하석진·김지석·이장원·타일러·박경은 2015년 2월부터 어느덧 3년 째 수요일마다 가양동 CJ E&M 스튜디오로 출근하고 있다.
'문남'은 최근 예능들이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컨텐트 부재' 난제를 풀어내며 예능 아이큐를 더했다. '문제를 푸는 게 뭐 재미있겠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독자적 컨텐트'로 보완하며 롱런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평균 시청률 2~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스테디예능의 표본이 되고 있다.
그만큼 출연진 6인은 '문남'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3년 가량 동고동락을 하니 케미까지 살아났다. 어려운 난제를 풀어내면서 '뇌섹남'이라는 말을 유행시켰고, 최근엔 WPC(세계퍼즐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는 등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일간스포츠는 최근 가양동 CJ E&M 스튜디오에서 '문남' 출연진 6인과 이근찬 PD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이장원은 아쉽게도 개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 했다.
인터뷰가 무르익자 '문남' 멤버들은 이 PD를 향해 "제발 힌트를 달라"며 읍소했다. 이 PD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문남' 멤버들은 "융통성이 없다"며 폭로를 하기 시작했다. PD와의 논쟁(?)을 벌이는 것도 잠시 '문남'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순수(?)한 뇌를 위해 녹화 전날 밤인 수요일에는 일찍 잠에 든다는 '문남' 멤버들과 나눈 이야기를 대방출한다.
- 벌써 3년 차 프로그램이다. 롱런의 비결은 뭘까.
하석진(이하 하) "이근찬 PD님의 계속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지치지 않고 움직이게 하는 게 PD님의 역할이다."
전현무(이하 전) "예능이 2년 정도 되면 동력을 잃는다. 신선함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남'은 문제가 매회 업데이트 되니까 지겨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제작진이 문제를 발굴하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똑같은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루즈하지 않다. 초창기엔 문제만 풀었는데, 최근엔 멤버들 케미까지 더해지며 재미가 살아나고 있다."
김지석(이하 김) "시청자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롱런의 비결이 아닐까.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니까. 문제를 풀면서 만족감도 느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 이렇게 오랫동안 프로그램이 유지할거라 생각했나.
전 "망할 줄 알았다. 그냥 '의미있는 파일럿이 되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대중들이 접하기엔 내용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일요일 심야예능인데 누가 머리를 쓰려고 하겠나. EBS에서 할만한 교양 프로겠거니 했다."
- 섭외에 응한 이유가 있다면.
하 "그냥 현무 형이 한다길래 한다고 했다. 예능을 몇 번 해보니까 재밌었다. 현무 형은 나와 그나마 친한 예능인이었다. '나혼자 산다'도 같이 했다. 형이 프로그램이 오래갈 것 같지 않다고 말해서 섭외를 수락했다.(웃음) 그러면서 김지석·박경과도 친해졌다." - '문남'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하 "중간중간 이상한 것만 안 했으면 좋겠다. 최근에 WPC에 도전이라는 명목하에 우리를 몰아 넣었다. 엄청 반대했는데 꿋꿋하게 이어가더라. 게다가 최근엔 야외 촬영도 했다. 압박감과 긴장감을 유지하겠다는 이유인데 이 점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전 "석진이 말에 멤버 모두 동의할 거다. 여기에 첨언을 하자면 힌트 좀 줬으면 좋겠다. 한 문제를 4시간 동안 푼다. 최근 녹화를 9시간 했다. 출연자들도 출연자지만 카메라 감독님 표정도 안 좋다.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고요한 상태로 있으니 거의 CCTV를 찍는 거나 다름없다."
타일러 "제작진이 융통성이 없다. 다른 문제를 풀고 돌아오는 것도 허용을 안 한다. 다음 문제 준다더니 똑같은 문제를 내더라. 정말 빡쳤다.(웃음)"
- 힌트를 안 주는 이유가 있다면.
이근찬 PD(이하 이 PD) "녹화가 길어지면 제작진도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멤버들이 어려운 문제에 닥쳤을 때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다양한 생각의 포인트를 짚어주기 위해선 힌트를 주면 안 된다. 녹화 테이프는 버리겠지만, 방송으로서는 버리지 않는 시간이다. 또한 '문남'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를 위해서라도 힌트는 불가하다."
전 "분량이 충분히 나왔음에도 두 시간 넘게 허송세월을 보낸다. PD가 얼마 전 결혼을 했는데 깨 볶는 시간이 끝났나 보다.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한다. PD는 뇌섹남이 아닌 것 같다.(웃음)"
- '문남'으로부터 '뇌섹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하 "6명의 고정 멤버와 게스트들이 나와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얘기하는 게 의미 있다. '뇌섹남' 트렌드 이끌었다기 보다 문제 푸는 걸 즐기는 특징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전 "그해 뜨는 신조어에 일조를 한 건 사실이지만 '뇌섹남'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