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웨딩의 거리'는 2012년 울산 남구 삼산동 세이브존 앞에 조성된 거리로 웨딩사진·여행사·미용·결혼예복 대여 등 결혼 관련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거리가 조성된 그 해 11개 업체가 사랑의 열매 '착한가게'에 가입했다. 착한가게는 매달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다. '웨딩의 거리'에 자리한 업체들은 그 이후로도 줄을 이어 '착한가게'에 동참하고 있다.
이 거리가 '나눔의 거리'로 태어난 데는 웨딩연합회 초대 회장인 조봉제 결만사(결혼을만드는사람들) 대표의 공이 컸다. '기부 저금통'을 나눠주러 업체들을 돌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이 고객과 상담하고 있던 조 대표의 시야에 들어온 것. 조 대표는 그 직원들에게 다가가 "'사랑의 열매'의 기부 활동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나도 한 달에 5만원 정도 기부할 생각이 있는데, 방법이 없냐"며 자발적으로 착한가게에 가입했다.
2012년 웨딩연합회를 꾸리면서부터는 연합회 회원들에게도 착한가게 가입을 추천했고 회원들은 흔쾌히 동참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한 류수미 크레시 대표와 박규태 허니문리조트 대표는 "취지가 좋은 일이고 큰 부담이 되는 금액도 아니어서 특별한 거부감 없이 가입했다"며 "시작이 어렵지,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져서 나도 모르게 기부를 하고 있더라"며 흐뭇해 했다.
착한가게 외에도 울산웨딩연합회는 결혼이라는 특별한 아이템을 이용해 수시로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남구청과 협의해 일년에 2회 어르신들의 무료 결혼식을 올려드리고 있다. 조 대표는 "연세가 일흔 쯤 되시는 어르신들은 드레스도 못 입어보시고 결혼식도 못 올리신 분들이 많다"며 "드레스와 메이크업, 사진 촬영 등을 지원하는 축제를 2년 연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 이주민인 새터민들을 위한 무료 결혼식도 중구청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결혼을 만드는 사람들' 답게 각 업체 대표들은 따뜻한 가정을 만드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녀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조 대표는 수시로 자녀들과 함께 생필품을 사들고 고향인 함안에 있는 양로원과 경로당을 방문한다. 그는 "라보 탑차에 세제·휴지·비누 등을 가득 싣고 양로원에 다녀왔는데, 큰 아들이 '다음엔 더 큰 차로 하면 안돼?'하고 묻더라"며 "돌아오는 길이 너무 행복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을 정말 잘 보여줬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착한가게 가입 전부터 자녀들과 함께 국제구호개발기구인 굿네이버스에 일정 금액을 기부해오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도 기부에 동참한다는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용돈을 줄 때 조금씩 떼서 후원금을 마련한다"며 "우리나라 학생들 모두 스펙 쌓기를 위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를 해야 한다. 부모들이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
◇ 착한가게란?
중소규모의 자영업에 종사하며 매출의 일정 액수를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모든 가게를 뜻합니다. 매월 3만원 이상 또는 수익의 일정액을 매달 꾸준히 나누어 주시면 됩니다.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 7월말 기준으로 7378개의 가게가 참여했습니다. 착한가게에 동참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드립니다. 가입 문의 전화 080-890-1212, 홈페이지 http://store.che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