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경호(34)가 가진 에너지는 강했다. 밝고 긍정적인 웃음소리부터 멈출 줄 모르는 유쾌한 입담까지 상대방을 즐겁게 만드는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그는 작품을 했다 하면 만남의 주축이 되는 '인맥왕'으로 불린다. 지난 3월 종영한 MBC '미씽나인'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너무나 기뻤다는 정경호는 지금도 변함없는 우정을 자랑 중이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고 그래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연인에 대한 애정도 뜨거웠다. 올해로 소녀시대 수영과 열애 5년 차가 된 정경호의 눈에는 여전히 그녀뿐이었다. 수영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자신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번졌고 오가는 술잔 속 이야기는 더욱 진솔해졌다. "생각보다 술이 세지 않아요"라고 운을 뗀 그는 "수영이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둘이 만날 때 술을 자주 마시진 않는데 만약 술을 먹게 되면 혼자 마시곤 해요. 수영이는 기분을 맞춰주죠. 배려가 많은 수영이에게 늘 고맙고 미안해요"라며 깨소금을 쏟아냈다.
-현장에서 리더십이 대단했다고 들었어요. "사실 한 작품, 한 작품 해오다 보니 모든 게 다 내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군대에 갔다 오면서 고민을 좀 더 많이 했던 게 '내가 사랑하는 이 일을 못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현장이 매 순간 그립고, 아쉽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팀워크를 다지면서 촬영하려고 노력해요."
-코믹 본능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코믹이란 게 사실 웃기려고 하면 안 웃겨요. 상황이 재밌어야 재밌는 거예요. 하지만 연기자는 그 상황에서 진지하게 연기해야 하죠. 상황이 먼저 앞서고 말장난이나 그런 걸 옮겨야지 말장난이 먼저가 되면 안 돼요."
-잇따른 드라마 시청률 부진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주연인데) 생각 안 하면 안 될 책임이 있지 않나요.(웃음) 그렇지만 15년, 16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정경호의 재발견'이란 얘기만 듣는 것도 참. 이게 더 감사한 것 같아요. 물론 시청률도 잘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재발견이라는 얘기를 해주는 분들도 계시니 조금 더 저 스스로 단단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당시엔 고생을 많이 했으니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작품 할 때 최대한 후회없이 하려고 해요."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2004년 '알게 될거야'가 데뷔작이죠. "그때 당시에 지현우 형도 있었고 강지환 형도 있었어요. 완전 아기였죠. 올해로 데뷔 15년 차인데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직 많이 부족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파악하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싶어요. 15년 전과 지금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이젠 절 먼저 알아가야 하는 배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그 이후에 역할에 빙의를 하든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서준오라는 역할도 제 모습의 일부가 담겨져 있는 것이고 그 전 작품들도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꿈을 갖게 된 동기는요.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어요.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제가 TV나 스크린에 나오는 걸 신기해하지 않아요.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이에요. 본격적으로 배우의 꿈을 꾼 건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면서부터였어요."
-중앙대 연극영화과는 경쟁률이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경쟁률이 세서 들어가기 정말 힘들었어요. 공부도 하고 실기도 준비했죠. 고등학교 때 연기수업을 받았는데 그때 연기 선생님이 장나라 누나의 아버님이신 주호성 선생님이었어요. 나라 누나를 MBC 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만났을 때 맨날 이야기했어요. '누나 팬미팅 때 의자 날랐어. 알아?'라고요.(웃음) 얼마나 영광이에요. 의자를 날랐던 누나랑 상대역으로 연기를 했잖아요. 아직도 영광이에요. 나라 누나랑 투샷이 잡히면 정말 소름이 끼쳤어요."
-아버지 정을영 감독님은 어떤 조언을 해주나요. "제가 이 일에 더 집중하고 정교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버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감히 아버지께 '내 연기가 어땠어요?' 그런 질문을 하기조차 어려워요. 아버지도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 안 하세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얘기를 많이 해주시죠. 어렸을 때부터 집에 동화책, 미술책 그런 건 없었어요. 주변이 다 대본이었거든요. 지금도 가서 공부하는 게 대본이에요. 습관이 됐어요. 집에서 쉬지 않고 영화를 봐요. 그 영화의 대본을 받아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싶어요. 그걸 가지고 스스로 공부하죠. 그런 과정들을 어렸을 때부터 접할 수 있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요. "오랜만에 집에 가기 싫었던 현장은 '미씽나인'이었고, 가장 고생스러웠던 영화는 '폭력써클'(2006)이었어요. 진짜 재밌던 작품은 영화 '허브'(2006)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