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34)가 사랑을 노래했다. 지난 6월 발매한 정규 4집 앨범은 사랑과 연애에 관한 노래로만 가득 채워졌다. 그가 사랑을 타이틀로 노래한 건 데뷔 8년만에 처음이다. 이번 앨범도 '싸구려 커피'·'그렇고 그런 사이' 등 장기하와 얼굴들이 보였던 독특한 음색을 유지했지만 대중이 느낀 바는 다르다. 자연스럽게 '그녀'가 떠오른다. 포털 사이트에 장기하를 치면 이제 공개 열애 중인 아이유가 따라붙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장기하와의 취중 토크는 '음악'이야기가 주였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걸어온 길과 작사·작곡을 하는 장기하의 철학과 생각을 솔직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공개 열애 중인 아이유의 이야기도 나왔다. 장기하와 얼굴들 수록곡 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에는 '남의 연애에는 이런 저런 간섭을 잘해 감나라 배나라 만나라 헤어져라 잘해'라는 가사가 있다. 장기하와 아이유의 연애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지만 11살 차 이 뮤지션 커플의 연애는 궁금하다.
음악 이야기에 진지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던 장기하는 아이유의 이야기만 나오면 '알파고'가 됐다. "많이들 물어보는데, 제 말 한마디가 어떤 영향을 끼칠 지 몰라 늘 조심스러워요. 그렇다고 대답을 안할 수도 없고요"라고 멋쩍어 하며 앨범 발매 기념으로 만든 'ㅋ' 맥주를 연신 비워냈다.
[장기하 취중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 3집때 멤버 구성이 바뀌었어요.
"2집 때 현호가 군대를 가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죠. 3집 때 제대로 이 멤버가 정리 됐어요. 양평이 형 같은 경우엔 1집부터 연주 같이 했어요. 2집때도 객원 멤버지만 프로듀서로 참여했죠. 테크니컬하게 정식 멤버다 한 건 3집때라는 거죠. 지금의 6인조라는 걸 아는 사람은 크게 많지 않아요."
- 양평이 형(하세가와 요헤이)은 어떻게 들어왔나요.
"양평이 형도 1집부터 앨범에 참여했었어요. 처음에는 공연만 같이했지만 점점 사운드 보완을 도왔고, 제가 양평이형 사운드를 좋아해서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드럼치는 전일준 같은 경우에는 전 멤버가 군대가서 합류를 했지만 플레이의 질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같이 하고 있죠. 멤버 보강은 사운드를 확장시키는 과정이었던거 같아요."
- '장얼'들 멤버들은 음악 취향이 비슷하나요.
"취향 자체는 비슷해요. 제가 한국말 가사를 한국말 답게 쓴다는 거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존중하고 좋아해줘요.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기준으로 멤버들을 선발하는 건 아닌데 취향 생각 맞는 게 참 신기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 곡을 만들어 가면서 불만은 없나요.
"거의 없어요. 오히려 곡을 가져가면 너무 아무말도 안해서 서운함이 있을정도죠. 심지어 좋다는 말도 안해요. 그렇다고 수동적이진 않아요. 다들 음악적 취향이 강하고 호불호가 강해요."
- 어떤 계기로 인기를 얻었나요.
"'싸구려 커피'를 발표하고 첫 공연을 했어요. 그땐 당연히 아무도 몰랐고, 공연장엔 지인들 밖에 없었죠. 그런데 과거 인지도 있는 뮤직 페스틸벌에서 미미 시스터즈와 함께 퍼포먼스 한 것이 동영상 사이트에서 붐이 일었어요. 지금도 찾아보면 '짤'들이 많아요. 이를 계기로 'EBS 스페이스 공간'에 출연했어요. 그런데 또 그 곳에서 선보였던 '엉엉엉' 짤이 유명해졌어요. 그러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가 됐죠, 그 당시 KBS PD님이 저희를 잘 봐주셨고, '이하나의 페퍼민트' 1회에 저희를 섭외를 해주셨어요. 방송 3사 처음 나간거였죠. 그때가 9월이었으니까, 5월에 음반 발표하고 4개월 만에 엄청 새로운 일들이 벌어졌죠."
- 운이 따랐다고 생각하나요.
"뜨는건 무조건 운인거 같아요. 세월이 지날 수록 보면 그래요. 물론 실력이 아예 없으면 운도 안따라 주지만 실력있는 사람이 요즘엔 워낙 많잖아요. 2008년에 어떤 여러가지 상황과 기운이 어떻게 모여서 좋게된 것 같아요."
- 음원 순위에 연연하진 않나요.
"남들보다는 없는 편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는 계속 정규음반 중심으로 활동을 해요. 활동 기간 이라는게 방송중심으로 나뉘니까 활동이 1년이 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까 당장 몇위를 못하면 망하는 개념은 아니예요. 그래도 사람인데 100등보다 50등하는 게 좋고, 50등보다 10등하는 게 좋죠(웃음). 근데 지난 번보다 잘 나와서 좋았어요. 또 시기도 많이 타 잖아요. 음반을 들었을 때 좋다는 말이 많이 들리고 전작보다 나아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좋아요. 전 순위보다 그런 말들이 더 좋아요."
- 생계는 오직 음악으로 이어가나요.
"네. 생계는 음악 하나예요. 음악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멤버들은 없어요. '장얼'이 활동이 많지 않을 때를 이용해서 음악적으로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죠. 건반같은 경우엔 올해 초 솔로 앨범을 냈어요. 다른 밴드에서 연주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양평이형 같은 경우에는 LP가 많기때문에 디제잉을 많이 하러 다녀요. 인기 디제이예요. EDM 힙합이 아니라 주로 락음악을 틀어요."
- 앨범에 외래어를 안쓰기로 유명해요. 한글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한국 사람이니까 세상의 언어 중에서 가장 잘하는 게 한국말이잖아요. 그래서 한국말로 하는거죠. 기왕 한국말로 작사하는 거라면 정말 한국말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락이 서양 장르이긴 하지만 한국말을 영어 억양에 맞췄을 때 생기는 어색함을 별로 안 좋아해요."
- 한글을 표현하기 위해 책을 많이 보나요.
"책은 많이 못읽어요. 난독증까진 아닌데."
- 책을 안좋아하는데 서울대학교에 갔네요.
"교과서는 외우려고 읽잖아요. 외우려고 읽는거랑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읽는 건 달라요. 너무 어렸을 때 외울라고 책을 읽다보니 못 읽게 된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웃음)."
- 서울대 출신인데 갑자기 음악을 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이 반대하진 않던가요.
"일단 저희 부모님은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편이 아니에요. '늘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셨어요. 근데 인디 밴드라는 게 좀 애매하잖아요. 방송에 잘 안 나오기때문에 제가 음악을 진지하게 하는 건가 가늠이 안됐대요. 그러다가 방송에 나오는 거 보시고 좋아하셨죠(웃음)."
- 부모님의 지지를 받았네요.
"기본적으로 뭘 하던지 지지를 해주시는 분들이에요. 당연히 대학가서 음악하겠다고 했을 때 걱정은 하셨지만 뜯어말리지는 않으셨어요. 아마 저러다 직업을 찾겠지 하셨을거예요. 그러다가 음악이 직업이 됐고, 그 모습을 부모님들이 뒤에서 지켜보면서 자랑스럽다 지지 격려도 많이 해주세요."
- 음악을 선택한걸 후회했던적이 있나요.
"후회한 적은 없어요. 일단 대학 생활하면서 하고 싶은 게 음악 외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예를 들면 '고시를 볼까, 음악을 할까'라는 고민을 했다면, 나중에 '그때 그 선택을 할 걸'이라는 후회를 했을텐데 저는 고민한 적이 없어요. 음악을 선택해서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후회한 적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