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예원과 배우 한채아가 아름다운 '워맨스(woman + romance를 합친 신조어)'를 보여주고 있다.
강예원, 한채아는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김덕수 감독)'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작품 속에서 연기할 때 뿐만 아니라 영화 홍보할 때도, 심지어 카메라가 없을 때도 빛나는 우정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흥행이 힘들다는 이유로 제작 자체를 기피하는 여배우 투톱 영화로 극장가 비수기인 3월에 경쟁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힘든 상황이지만, 두 사람은 친자매처럼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며 파이팅을 다지고 있다.
한채아가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차범근 아들 차세찌와의 열애 사실을 밝혔을 때도 강예원은 한채아의 손을 꼭 잡아줬다. 여자 배우 둘이 한 작품에 동시에 주연으로 출연하면 그 작품이 무사히 끝나는 것만으로도 다행히 여겨야한다는 업계 편견을 깨버린 두 사람. 취중토크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예뻐보였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한채아, 이하 한 "원래 소주 한 병이었는데 요즘엔 반병만 마셔도 다음 날 힘들고, 숙취가 느껴지더라고요. 요즘엔 안 마시니깐. 나이도 좀 있어서 그런가.(웃음) 예전엔 잘 마셨어요."
강예원, 이하 강 "술이 잘 받는 편은 아니에요. 분위기상 마셔야하면 마셔요."
-강예원씨가 선배라 책임감이 더 컸을 것 같아요.
강 "전 연기할 때 어느 정도까지 선배라고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만약 제가 후배를 챙겨줬으면 선배일 자격이 있는데 먼저 데뷔했다고 선배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보다 늦게 데뷔했다고 채아한테 선배 대접해달라고 하기 싫었어요."
한 "어떤 조언을 받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예원언니는 저에게 연기할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이에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지 이래라 저래라 조언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칭찬해주면 더 자신감이 생기는 스타일인데 그 점이 언니랑 잘 맞았어요."
강 "맞아요. 저도 칭찬해줘야 더 잘하는 스타일에요. 사실 제가 만난 선배님들은 다 좋으셨고 한 번도 혼내는 선배님이 없었어요. 전 신인에게도 잘한다 잘한다 해줘야된다고 생각해요. 만약 신인 배우가 감독님께 혼나면 제가 욱해서 감독님께 왜 그러냐고 따져요. '이 정도면 경력도 없는 친구가 잘하는데 왜 그러냐고. 어떻게 더 잘하냐'고 대신 말하는 스타일이죠. 사실 제 연기하느라 후배를 잘 챙겨주진 못하는데 적어도 칭찬을 할 수 있을 때 칭찬해주려고 해요. 그게 진정한 파트너라고 생각하니깐요."
-한채아씨는 액션 연기를 보여줬어요.
한 "데뷔 때부터 액션을 하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때부터 정두홍 무술감독님 뵙고, 연습을 꾸준히 해왔죠. 진짜 오랫동안 배워서 이 정도 나온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 만큼도 못 나왔을거예요. 복싱을 하는데 예전엔 팔도 제대로 못 뻗었어요."
-욕대사는 애드리브였나요.
한 "대본대로 갔다고 볼 수 있죠. 자연스러운 상황을 위해 욕을 넣은 경우도 있고요. 근데 욕 대사를 했을 때 너무 천박하거나 세 보이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때 감독님이 현장에서 뛰는 형사고 나쁜놈을 많이 상대하는 형사라 말투가 거칠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감독님이 원하는 설정대로 갔죠."
-작품과 캐릭터는 만족스럽게 나왔나요.
강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고 행동했고, 최선을 다했어요. 연기를 할 땐 차선책이 보이지 않았어요. 최상일지는 몰라도 최선은 다 했어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어요. 앞으로도 연기할 때 캐릭터에 대한 확신을 갖고 하고 싶어요."
한 "예원 언니와 달리 저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저를 선보이는 느낌이 커요. 사실 상업적인 영화에 '어? 한채아다'라고 보이는 건 이번 영화가 처음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이 작품을 토대로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욕심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요."
-사실 한채아씨는 드라마만 하는 배우 이미지가 있죠.
한 "맞아요. 이 영화를 통해 한채아라는 배우가 있다는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는 대중적이긴 한데 안 보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특히 영화감독님들. 미팅을 가면 드라마를 안 봐서 저를 모른다는 분이 많아요."
강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KBS 단막극 '백희가 돌아왔다'를 드라마 감독님께 선보인다는 생각으로 출연했어요. 드라마 감독님들 중에 영화를 안 보는 분들이 꽤 많으시더라고요. 자기 장르만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그리고 우리나라 감독님들은 너무 도전을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검증되고 믿을 만한 배우만 쓰죠. 영화도 드라마도 마찬가지예요. 전 그 검증을 10년째 받고 있어요. 이게 두렵고 싫었다면 제가 배우 일을 하지 말아야죠. 하지만 제가 선택한 직업이고, 직업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으로 계속 저를 보여주고 검증시켜드려야된다고 생각해요."
-한채아씨는 일일극이나 주말극, 미니시리즈 간 이동을 많이 하는 배우예요. 쉽지 않을텐데요.
한 "드라마 쪽엔 편견이 있죠. 주말 드라마만 하는 배우, 미니 시리즈만 하는 배우 등 배우를 나눠서 생각하세요. 그래서 시간대를 달리하며 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좀 왔다갔다하는 편이에요. 전 캐릭터를 보고 선택을 했을 뿐인데 주변에서 '왜 미니시리즈 하다가 일일 드라마를 해?'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진짜 많았어요. 급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왜 그런 편견이 있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