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음원차트는 신뢰도 하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닐로·숀 등은 대중을 설득하지 못한 역주행 1위에 올라 비판과 비난의 중심에 섰다. 사재기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조사는 해를 넘기게 됐다.
사재기 의혹은 닐로가 지난해 10월 31일 발표한 '지나오다'로 4월 12일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멜론 실시간차트에서 1위에 오르면서 불거졌다. 무명에 가까운 닐로가 엑소, 워너원 등을 막강한 팬덤형 아이돌 그룹들을 제치고 새벽시간 1위를 차지한 것. 사용량이 떨어지는 시간대에 이용자 추이가 홀로 증가했다는 의심을 받자, 닐로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회사로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공략법이 있다"며 사재기 의혹을 부인했다.
숀은 지난 6월 27일 발매한 '웨이 백 홈'으로 7월 16일 새벽 1시 차트에서 3위에 랭크한데 이어, 17일 새벽 1시 차트에서 1위로 치고 올라 차트 프리징을 노린 조작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앞서 문제가 된 닐로와 비슷한 역주행 양상을 띄어 더욱 음악 팬들의 의심을 샀다. 숀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새벽 시간에 숀 음악을 듣는 사용자가 많은 게 아닐까. 이 상황이 왜 사재기로 의심받는지 반대로 묻고 싶다"면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한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다고 본다. 숀의 경우 원천 컨텐트가 좋았고 둘째로 마케팅 포인트를 잘 잡았기에 통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페이지가 노하우?
닐로와 숀이 밝힌 바이럴 마케팅의 공통점은 페이스북 페이지 '너만 들려주는 음악'(너들음)이다. 해당 페이지를 통해 역주행 화제를 모은 가수들은 오반·반하나·장덕철·숀 등으로 모두 사재기 의혹을 받았다. '너들음'은 오반 소속사 로맨틱팩토리가 운영하는 페이지이며, 반하나·장덕철은 닐로와 같은 소속사 가수들이다. 숀은 오반과 협업을 한 인연이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소속사가 사재기에 함께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았는데, 로맨틱팩토리 측은 "리메즈, 디씨톰엔터테인먼트와 전혀 다른 회사다. 두 회사와는 지분 관계나 아티스트 소속관계 등 실제적인 이해 관계가 전혀 섞여있지 않다. 본사가 긴밀히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다가 사업 방향성과 비지니스 모델 전환에 관한 이슈로 본사 소속으로 흡수한 플랫폼인 '너들음'을 통해 실제적인 반응을 얻고, 이게 차트에 반영 되었다는 게 전부다"고 루머를 일축했다. '너들음'도 "3년간 운영하며 충성도 높은 94만의 팔로워들을 보유하게 됐고 음악과 영상 콘텐츠의 방향성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그 파급효과를 보이곤 한다. (의혹을 계속 제기할 거라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가 유명해지는 방식이 싫은 거라고 얘기하라. 억지 쓰지 말라. 세뇌가 가능하다면 '너들음'이 소개하는 모든 음악이 다 차트에 있어야 할 것이고, 아티스트별 편차 같은 게 존재하지 않을 거다"고 강한 반박과 함께 억울함을 주장했다.
▶문체부 조사는 진행중
닐로와 숀은 문체부를 통해 "사재기 의혹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했다. 닐로는 논란 3주차에 본인 기사와 마케팅 자료를 들고 문체부 담당자를 만났다. 당시 문체부 측은 "닐로 측의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엔 미흡한 자료로 보고 멜론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멜론 측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절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음원 사재기 논란은 처음 있는 일이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데이터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기업을 통해 사재기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숀 측은 "우리도 피해자"라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고소장을 통해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내외부의 누군가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실제로 음원 순위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음원 사이트 업체들이나 경쟁 가수들과 그 소속사뿐만 아니라 숀과 디씨톰 역시 피해자라고 할 것이므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 처벌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 주체가 없어 사건은 문체부로 넘겨져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측은 "닐로와 숀을 비롯한 의혹에 휩싸인 가수들에 대한 자료를 문체부에 넘겼다. 공식 입장은 문체부에서 종합 정리한 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전했다.
▶실시간차트 존재 가치 하락
전반적인 신뢰가 떨어지자, 업계에서도 나섰다. 멜론 측은 불법 탈취한 아이핀을 이용한 사재기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지난 5월 아이핀 인증 절차를 아예 폐지했다. 또 "부정사용 패턴을 보여 차단되는 아이디가 하루에 5000개가 넘는다. IP는 하나인데 아이디가 수시로 바뀌는 이상 패턴을 보여 한달 평균 1만5000개의 IP를 차단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로 불법 시도를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은 문제를 연합 차원에서 논의하고 공정한 음원 경쟁을 위해 관련 전문가 회의를 열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신주학 한매연 회장은 "더 이상 이 문제로 대중음악을 아끼는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산업계가 자정작용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온차트는 업계 관계자로 구성한 정책위원회를 꾸려 차트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이용량이 줄어드는 새벽 1시부터 오전 5시 59분까지의 실시간 음원 이용량을 집계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을 도입했지만, 이후에도 계속되는 논란에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관계자는 "사재기 시도가 발생할 수 있는 새벽시간대의 차트 집계를 제외해 구조적으로 음원 사재기의 비용 자체를 높여, 불법 시도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점차 불법을 막아내는 방향으로 방안은 모색중이라고 했다.
실시간 차트를 없애 사재기 의혹을 원천 차단하자는 의견도 다수다. 실시간 차트가 업계 경쟁을 부추기는 수단이 되면서 음악 팬들에게도 스트리밍 피로를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음원 사이트들은 기존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선 실시간 차트를 없애기엔 어렵다는 입장이라 차트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