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돌①] '역주행' 신루트 "닭꼬치 팔다가 차트서 이름 발견…'운수 좋은 날'인 줄"

※일간스포츠 엔터팀이 새로운 코너 '취중Dol'을 선보입니다. 인기코너 '취중토크'의 젊고 가벼운 스핀오프 버전입니다. 차세대 K팝, K컬처를 이끌 트렌디한 아이돌 스타들의 톡톡 튀는 요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2017년 인디 밴드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엔 신현희와 김루트(이하 신루트)가 있다. 신루트는 2년 전 발표한 '오빠야'로 음원차트 역주행을 거듭하더니, 엠넷 뮤직 1위·멜론 차트 13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기세를 이어받아 음악방송까지 진출했다. 지난 10일 KBS 2TV '뮤직뱅크'에 첫 출연하며 음원 뿐만아니라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 11일에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유스케')'에서 '오빠야'와 '왜 때려요 엄마' 두 곡을 열창했다.

직접 만난 신루트는 이들이 내세우는 수식어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에 이미지가 100% 부합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수록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무대 올라가기 전에 세션들을 모아놓고 '행복하게 공연 하자'라고 말해요. 우리가 행복해야 관객들도 행복해지잖아요."

신루트는 요즘 청년을 대변하기도 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꿈'과 '부모가 원하는 꿈'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부모와의 갈등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구와 칠곡이 고향인 신현희와 김루트는 '본인이 하고 싶은 꿈'을 찾아 달랑 5만원과 기타를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음악의 성지'라고 생각했던 홍대와 달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단한 노력 끝에 당당히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켠으로는 부모님의 말을 어긴 것에 대한 죄책감도 갖고 있었다.

"아무리 차트 1위를 하고, 부자가 돼도 부모님께서 인정 안 해주시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무용지물이죠. 저한테는 가장 넘어야할 산이 엄마예요."

이하 일문 일답.

 

- 공식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김루트(이하 김) "소주 3병 정도 마시는 것 같아요. 소주나 소맥을 즐겨마셔요. 최근에는 오리지널 소주를 마시고 있어요. 애주가인데 친구가 없어서 자주 마시진 않아요.(웃음)"
신현희(이하 신) "술을 못 마셔서 웬만하면 안 마셔요. 부모님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데 저도 빨개져요. 유전인가봐요."

- 술자리는 즐기는 편인가요.
신 "아니요. 사람 많은 술자리에 있으면 '여기 왜 앉아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두명이 있는 자리가 좋아요."

- 두 분이서만 술을 마신적은 없나요.
김 "6년 전에 딱 한 번 있어요. 이후에는 없는 것 같아요."

- 2년 만에 역주행을 했어요.
신 "역주행 하는 분들 기사를 보면 친구들과 '잘 됐다. 부럽다. 저런 일도 있네'라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주인공이 제가 될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좋기도 하면서 어안이 벙벙해요. 솔직히 안 믿겨요."

- 대표님은 불안하다고 하시던데요.
신 "네. 갑자기 행복해져서 불안해요."

김 "무서웠어요. 역주행 하고 나서 행동 하나를 할 때마다 '잘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게 조심스러워졌어요."

- 소심한 성격인가요.
김 "B형인데, 많이 소심해요. 무슨 일 생기면 계속 생각하는 편이에요."

신 "저도 B형인데, 오빠(김루트)와 똑같아요."

김 "(신현희에게)너 B형이었어? 그래서 우리가 많이 싸웠나봐요."

- 역주행에 있어서 BJ꽃님씨의 역할이 컸어요. 만난 적 있나요.
신 "'오빠야'가 뜨기 전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봤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 노래가 큰 이슈가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어요. BJ꽃님씨가 아름다우셔서 우리 노래가 뜬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 예쁘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 역주행으로 그동안 열심히 한 보상 받는 느낌이 드나요.
신 "아직은 보상을 받진 않았어요. 앞으로 나오겠죠. 우리 노래가 길에서 많이 들려서 좋아요. 아빠와 통화 중인데 길에서 우리 노래가 나온 적도 있어요. 소소한 것들이 신기해요."

- 두 분은 언제 만났나요.
신 "스무 살때 대구에서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데, 오빠가 지나가면서 저를 봤어요. 다른 한 분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 분이 (김)루트 오빠를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셋이서 팀을 만들었어요."

- 다른 한 분은 어떻게 됐나요.
신 "저랑 열 살 차이난 분이셨고, 결혼도 하셔서 서울로 같이 올라 오기 힘들었어요. 지금은 대구에서 인디 레이블을 만드셨어요."

-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 설명이 길다. 어떻게 지었나요.
신 "활동하면서 팬들이 말해주는 걸 하나씩 붙였어요. '기똥찬'은 '기가 막히다'의 사투리예요. '오리엔탈'은 창법이 '국악 같다'고 하길래 동양적이라는 뜻으로 넣었어요. 우리 성격이 밝아서 '명랑'도 붙였죠."

- 사투리가 노래에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신 "'오빠야' 노래 시작할 때 나오는 가사인 '오빠야' 빼고는 다른 부분에는 사투리 억양을 안 썼는데 그렇게 들리나요. 어렸을 때부터 사투리를 써서 억양의 구분을 잘 못하겠어요. 서울말을 쓴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이 듣기엔 아닌가봐요.(웃음)"

- 앨범 커버에 둘 사이에 있는 토끼는 누구인가요.
신 "앨범 콘셉트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서 아무 생각 없이 넣었어요. 제3의 멤버를 의미하지 않아요. 토끼탈을 쓰신 분은 우리 매니저 오빠예요.(웃음)"

 

- 김루트 씨는 계속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요. 신비주의 인가요.
신 "의도치 않은 신비주의죠."

김 "공연 끝나고 선글라스를 벗으면 누군지 몰라요. 사람들이 말 안 거는 게 익숙해졌어요. 누군가가 나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면 선글라스를 벗을 수도 있어요. 더 유명해지면 맨 눈을 공개할 생각이에요."

- 선글라스는 몇 개 인가요.
김 "두 개 있어요. 더 사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사고 있어요. 봐둔 건 많아요."

- 신루트가 인디밴드 반란에 중심에 섰어요.
신 "아직도 안 믿겨요. 정말인가요. 기자님들께서 역주행이라고 써 주시잖아요. 라디오 출연 할 때와 최근 '유스케' 방송 때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대세라는 건 잘 모르겠어요."

- 차트 진입은 생각도 못했나요.
김 "종합 차트는 아예 상상도 못했어요. 그리고 보지도 않았고요. 인디차트에 우리 이름이 보이기만 해도 좋았어요."

- 차트에 첫 진입했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신 "처음에 차트 올라온 걸 보고 놀라지도 좋아하지도 기분이 안 좋지도 슬프지도 않았어요. 그냥 '응? 으아' 이랬어요."

- 누가 먼저 차트 진입을 알았나요.
신 "서로 알았지만 알려주지 않았어요.(웃음)"

김 "차트 첫 진입한 날 페스티벌 행사 부스에서 닭꼬치 파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음원 차트를 봤는데 우리 이름이 있는거예요. '으잉?' 했어요. '운수 좋은 날'이라는 소설이 있잖아요. 왠지 집에 가면 나쁜일이 생길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나요.
김 "네. 어떻게 보면 부업이죠. 타지에서 올라왔고, 혼자 오래살다 보니 친구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사람과 이야기 할 일도 별로 없고요. 아르바이트를 하면 일하는 동료와 손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취미가 직업이잖아요. 그럼 다른 사람의 직업을 취미로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피곤하진 않나요.
김 "만약에 많이 바빠지면 못 하는데 할 수 있는데까지 (아르바이트를)하려고 해요. 사장님과 너무 친해져서 정기적으로 나가진 않아요. 쉬다가도 사장님이 부르면 나가요. 그리고 사장님이 제 스케줄을 다 알고 있어서 거짓말을 못 해요. 인터넷보면 다 나오거든요.(웃음)"

이미현 기자 [e-mail]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이일용 기자, 영상 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