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라는 단어가 딱이다. 장윤주(38)는 십수 년째 국내 최고의 모델이면서 연기·음악·예능까지 다방면에서 매력을 드러냈다.
시작은 중학교 3학년 때다. 중학교 1학년 어느 날, 수학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모델에 관심을 가졌고 2년간 어머니를 설득해 모델 스쿨에 등록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국내 유명 쇼에 오르며 관계자들의 눈에 단번에 띄었다.
"어릴 적에는 꿈이 많았어요. 모델에 대한 생각은 없었는데 수학 선생님이 '너 모델 해도 괜찮겠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이 '모델'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면서 관심이 생겼고 꿈에 다가가게 됐죠. 그렇게 시작했으니 지금의 아이돌과 다를 게 없는 생활이었죠. 지금 와서 후회되거나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너무 이르게 시작했어요."
장윤주는 재주가 많다. 과거 '무한도전'에 여러 차례 출연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로도 많이 활약했다. 온스타일 '겟잇뷰티'의 새 안방마님이 됐고 지난 설 특집 tvN '비밀의 정원'에서 정형돈·성시경과도 호흡을 맞췄다. 음악 작업도 꾸준하다. 2012년에 첫 앨범을 내고 5년 만인 지난해엔 신보를 발매했다. 딸 리사를 떠올리며 곡을 만들었고, 곡명도 'LISA'다.
"음악 작업은 평소에 떠오르는 걸 끄적여 뒀다가 시간이 날 때 돌이켜 보면서 만드는 작업의 반복이에요. 힘들 게 없고 하고 싶은 만큼 하면 되니 너무 좋죠.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도 많아 순조롭게 작업해요."
장윤주가 새롭게 시작한 '겟잇뷰티'는 확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내면의 아름다움인 '이너뷰티'를 강조한다. "외면이 아닌 내면을 채우는 아름다움이 중요한 시대죠. 그동안 해 온 MC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술을 잘 못 마시는 장윤주는 이날 샴페인으로 충분한 취중토크 분위기를 냈다. "오늘 남편이 늦어서 6시까지는 집에 가서 아이를 돌봐야 해요"라며 5시가 넘어 자리를 떠났다.
-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술을 얼마나 마시나요.
"요즘엔 자주 마시지 못해요. 20대 초반에는 자주 마셨는데 요즘엔 지인과 와인이나 샴페인을 가볍게 한두 잔 마시는 정도예요."
- 특별한 주사가 있나요.
"예전에는 흥이 많아 주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취할 때까지 마시지도 못해요. 조금 기분이 업되는 거 말곤 특별히 주사라고 부를 만한 게 없어요."
- 술친구는요.
"그냥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이요. 음악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친한 사람들과 자리를 더 선호하는 거 같아요."
- '겟잇뷰티 2018' 새 안방마님이 됐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해 보고 싶은 탐나는 MC 자리죠. 많은 뷰티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졌는데 '겟잇뷰티'는 역사가 있잖아요. 그 역사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고요.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방법을 찾는 뷰티 멘토가 되고 싶어요."
- 차별화된 점이 있나요.
"외면뿐 아니라 내면 즉 '이너뷰티'를 강조하려고요. 단순히 어떻게 하면 메이크업이 잘됐나, 좋은 제품을 발랐나가 아니라 더 깊게 들어가는 거죠."
- '이너뷰티'라는 말이 생소해요.
"내면을 채우는 거죠.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으로 훌륭한 몸 선을 가꾸는 것도 뷰티지만 우리 내면의 아름다움이요. 그걸 궁리하자는 거예요."
- '겟잇뷰티'를 두고 협찬에 대한 의심이 늘 따라요.
"협찬 부분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진정성을 의심하는 부분이 있는 걸 알아요. 프로그램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뷰라벨' 코너는 협찬 없이 진행돼요. 뷰티 프로그램이 협찬을 배제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요. 나 역시 그 마음에 동참하고 싶어요."
- 데뷔 22년 차예요. 패션계에도 변화가 많죠.
"사실 패션 업계는 과거에 비주류였어요. '패션이 뭐야' '모델이 뭔데'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요즘은 자연스러운 대화 소재가 됐잖아요. 2000년대 중반부터 패션에 관심이 생기고 '패셔니스타' '셀러브리티'란 단어가 등장했어요. 패션쇼에 연예인이 서기도 하고 화보 촬영도 많아졌고요."
- 패션지에 모델이 아닌 연예인이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물론 과거에는 패션지 화보 촬영은 모델들의 전유물이었죠. 그런데 트렌드가 바뀌고 모델이 아닌 연예인들의 화보 작업이 많아졌어요. 모델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말은 맞지 않아요. 그렇게 따지면 요즘은 모델들도 본업 말고 다른 많은 활동을 하잖아요. 그런 생각은 고리타분하죠. 장르의 구분이 없어졌고 서로 간의 영역 경계도 허물어졌다고 봐야죠. 그리고 모델들도 긴장해야죠.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해서 다시 '화보=모델'이란 인식을 심어 주면 되죠."
- 패션 사업도 많이 달라졌죠.
"패션 사업 자체가 축소됐어요. 대중 눈엔 확장돼 보이지만 모델에겐 아니에요. 패션쇼가 많이 사라졌거든요. 과거에는 컬렉션과 브랜드 패션쇼 등 설 수 있는 런웨이가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명품도 대중화됐잖아요. 요즘은 대학생들도 명품 가방 하나씩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게 빈티지라고 해도요. 패션지도 많이 폐간됐잖아요. 음악 시장도 음원으로 돌아섰듯이 패션 사업도 모두 디지털화돼 아날로그가 사라졌어요. 나는 아날로그 시대에 데뷔해서 그게 더 좋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발맞춰 살아야죠."
- 아날로그 감성이 더 좋나요.
"모으는 거 중에 하나가 패션 아트북이에요. 외국에 나가면 뭐에 홀리거나 미친 듯이 아트북을 사서 모았어요. CD도 그렇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안 사게 됐고, 나도 아날로그의 감성은 간직한 채 디지털의 편리함에 따라가고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