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였던 최전방공격수 박주영(29·알 샤밥)이 포함됐다.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첫 발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9월 말 입국 인터뷰에서 "축구 선수는 경기를 뛸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표팀 선발도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당시 소속 팀 없이 무적이던 박주영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한 달 사이 기류가 바뀌었다. 박주영은 지난 달 1일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에 전격 입단했다. 유럽 무대를 노크하다가 여의치 않자 중동으로 급선회했다. 박주영은 18일 알 힐랄과 데뷔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이름값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여전히 조심스러워 했다. 지난 달 19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박주영 득점에 대해 묻자 "골을 넣고 경기를 뛴 점은 긍정적이다"면서도 "박주영 말고 다른 공격수들도 모두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박주영은 이후 각각 교체와 선발로 2경기를 더 소화했다.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을 낙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3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을 선발한 이유를 "직접 보고 싶었다"는 한 마디로 압축했다. "박주영 선발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거운 줄 안다. 이번이 아시안컵(내년 1월 호주) 직전 소집이기 때문에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최근에 사우디에서 골을 기록했지만 정보를 듣는 것만으로는 아시안컵에서 선발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엔 직접 선발해서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이 중동을 택한 것을 출전과 대표팀 선발에 대한 강한 의지로 해석했다. "사우디로 진출하며 본인이 운동장에서 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대표팀에 뽑히고 싶은 박주영의 의지는)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지금은 박주영 말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동국(35·전북)과 김신욱(26·울산)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형적인 타깃 공격수가 없다. 지난 소집 때와 같이 제로톱으로 가는 옵션과 전형적인 타깃 공격수를 두고 경기하는 옵션이 있는데 지금은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이라) 두 번째 옵션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고 아쉬워했다.
박주영이 슈틸리케 감독에게 부름을 받았다고 '롱런' 길이 열린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이 대표팀에서 다른 동료들과 호흡을 어떻게 맞추는 지 보겠다. 박주영이 사우디서 3경기를 뛰었지만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는 이번 소집 때 직접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