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tvN '하이바이, 마마'(이하 '하바마')를 통해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태희는 지난 2월 1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작품 선택의 이유로 '대본'을 꼽았다. 엄마로서 대본을 읽으며 공감 가는 것이 많았고 그로부터 연기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설명. SBS 수목극 '용팔이' 이후 복귀작으로 과감히 '하마바'를 택한 김태희. 그의 선택은 보는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극을 끝낸 현시점에서 돌아보면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작품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김태희는 꽤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바마'는 극이 진행되는 초반 '김태희 복귀작' 등의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주목을 유지하지 못했다. 6%대를 형성하던 초반 시청률은 중반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마지막 회에서 소폭 상승한 것만이 위로가 될 뿐이었다. 게다가 결말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김태희가 다시 죽음을 선택하는 게 옳은 것인가'부터 '결론적으로 김태희만 불쌍하다' 등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배우 김태희그럼에도 김태희에게 '하바마'는 빼놓을 순 없는 작품이다. 그에게 부족한 것을 가져다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태희는 빛나는 외모·넘치는 스타성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랑받았지만 그에게 '연기력'은 보는 이들 중 일부에게 물음표를 남겨왔다. 하지만 해당 작품을 통해 연기력 측면에서도 호평을 끌어냈고 그가 앞서 표명한 자신감은 극을 통해 증명됐다. 즉 '엄마 김태희'를 통해 보는 이들로부터 새로운 김태희의 매력을 느끼게 하였다.
김태희는 본인이 실제 엄마가 되지 못했다면 이 작품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실제 엄마로서 얻은 경험들이 극 중 엄마로서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과 행동에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김태희는 '하바마'를 '고마운 작품' '공감과 이해가 된 작품'이라 표현했다.
배우 김태희-종영소감. "마치 아름다운 동화 같은 한 편의 긴 꿈을 꾸고 난 것 같다. 차유리로 지내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마치 입관체험을 한 것처럼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깨닫는 시간이 됐다. 좋은 드라마로 따뜻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너무나 뜻깊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연기가 그리울 때 만난 좋은 작품이라 신나게 연기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모성애와 가족·남편·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유리의 밝고 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사전에 감독님·작가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유리의 톤을 잡았다. 그래서 유리의 감정선만 따라가며 연기했고 그 흐름이 내가 진짜 유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대본이 진심으로 느끼며 연기할 수 있도록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는. 명장면은 1부 엔딩에서 유리가 사람이 돼 강화가 알아보며 스치는 장면이다. 유리가 마지막으로 서우를 눈에 담고 떠나려는 순간, 강화가 나를 보고 놀라 눈을 떼지 못하는데 늘 내 몸을 통과하던 눈이 내 어깨에서 녹는 걸 보고 놀라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명대사는 너무 많아서 손에 꼽을 수 없는데 에필로그 내레이션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어떤 고난 속에서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무언가를 먹을 수 있고 사랑하는 이를 만질 수 있으며 숨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나는 죽고 나서야 알았다'. 앞으로도 내가 힘든 순간이 오면 이 대사를 기억하며 힘을 낼 것 같다."
-결말이 화제다, 결말과 관련해 드는 생각이 궁금하다. "드라마 마지막 회를 본방으로 보고 나서 며칠 후 다시 한번 더 봤다. 결말에 대해서는 유리가 귀신일 때부터 사람이 되는 순간을 겪고 그 후 49일 동안을 사람으로 살며 모든 감정을 다 겪은 후에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죽음을 맞았고 귀신으로서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5년간 맴돌며 유리가 깨달은 것들은 정말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내 딸, 서우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미 죽었던 내가 다시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순간순간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도 결국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게 모성애의 위대함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