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 배우학교 특집③] 이진호 "다큐같은 예능, '노잼' 이미지 걱정도"

'왜 연기를 하는가'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것이 이 질문 하나로 바뀌었다. 벌레와 쓰레기도 되어보고, 심지어는 떡의 마음까지 헤아려야 했다. 그렇게 tvN '배우학교'는 배우 박신양의 진두지휘 아래,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으며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이뤄나갔다. '발연기' 학생들은 진귀한(?)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혼란스런 마음을 추스리며 무대 위에서 조금씩 연기를 알아갔다.

박신양이 처음으로 출연을 결정한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대중은 적잖이 놀랐다. 그러나 박신양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는 첫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연기 밖에 몰랐다. 최근 이경규는 '앞으로의 예능 트렌드는 '쿡방'도 '먹방'도 아닌 '다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신양은 '배우학교'를 연기를 주제로 한 '다큐'로 탈바꿈 시키며 예능의 새로운 장르를 몸소 실천했다.

'배우학교' 제자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배우, 개그맨, 가수, 작가 등 연기가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직업, 나이는 상관 없었다. 이 중 개그맨 이진호(30), 배우 박두식(28),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28)를 취중토크에 초대했다. '배우학교'를 통해 숱한 사물로 분했던 세 사람에게 사진 기자가 '술'을 표현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다소 과한 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난 이진호는 "다신 안할줄 알았는데"라며 당황했고, 유병재와 박두식은 "분명 겹칠테니 빨리 포즈를 선점해야 한다"며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진호는 "취중토크라고 하기에 느낌을 살리려고 어제 술을 밤새 먹었다"며 환히 웃었다. 이들의 포즈는 '술'보다는 '숙취'에 가까웠다.

[취중토크 배우학교 특집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실 유병재, 이진호씨는 초반 개그 욕심도 좀 냈던 것 같아요.
 
(이진호)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처음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능 프로그램이니까 '이럴 때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자기소개 14시간 하는데 그게 아닌거예요. 그래서 선생님 안계실때는 장난도 많이 쳤는데 수업할 때는 그런 욕심이 1도 없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장난치면 해가 된다는 것을 알았죠. 모두가 진정성 있게 임했거든요. 사실 '배우학교'를 통해서 '노잼' 이미지가 될까봐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방송 나오는 것을 보니까 그 모습이 좋았더라고요."

(유병재) "그런데 머리로는 알아도 우리는 평생 개그로 살았으니까 잘 안되죠. 하던게 관성처럼 습관이 있어서, 사실 전 6화 정도까지는 개그본능이 남아있었어요."
 
-솔직히 '배우학교'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가 뭔가요. 진짜 연기를 배우고 싶어서였나요.
 
(유병재)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워보자는 마음이라기 보다는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 정도랄까."

(이진호) "호기심이었어요. '정말 연기가 늘까?' 이런 생각이 들었죠. 연기 잘하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기 보단 호기심이 컸어요."

(박두식) "연기가 재미없어졌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연기가 아니라 남들한테 보여지는 연기만 하다보니까 스스로도 지치고 재미가 없어졌었거든요. 박신양 선생님을 만나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죠."

-본인들이 보기에 가장 연기력이 늘어난 사람은 누군가요.
 
(유병재) "수원이 형이요. 정말 많이 늘었어요. 그 형은 원래 연기가 아니라 대화할 때도 어색했다니까요. 그런 사람이 연기까지 이제는 꽤 괜찮게 해요."

(이진호) "저도 수원이 형. 그 형은 시작점보다 아래에서 시작했잖아요. 하하. 처음엔 로보트에 뇌를 심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형이 이 프로그램 하면서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가장 많이 한 말이 '나 뭐할까. 뭐하지?' 였어요. 항상 고민하고 부담스러워했어요. 그런데 또 막상 발표할 때는 괜찮은 결과물을 들고 왔죠."

 

-사실 '배우학교'가 시청률은 좀 저조해요.
 
(이진호) "억지로 편집을 자극적으로 하거나 촬영할 때 장치들이 있었다면 아마 다들 리얼이 아니라 연기를 했을 거예요. 자극적으로 해봤자 1~2% 올랐겠죠. 그러면 이도저도 안되는 프로그램이 됐을 것 같아요. 정체성도 없어지고요. 박신양 선생님이 잃는 것이 많았을 것 같아요. 시청률이 낮아도 출연자들은 아무렇지 않아요."

-박신양씨가 '우리동네 조들호'에 출연 중이죠. 어떻게 봤나요.
 
(이진호) "1회를 병재, 두식이랑 같이 봤는데, 나중에 혼자 다시봤어요. 정말 그 순간순간 연기들이 믿어지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거기에 빠져 있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어떤 사람은 박신양 연기 똑같다고 하기도 하는데, 달라요. 확실히 달라요. 이를 갈고 나오신 것 같아요. 사실 아는 사람이 드라마에 나오면 어색한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박신양 선생님은 전혀 괴리감이 없었어요. 시청률이 말해주고 있죠."

(박두식) "박신양이 아니라 조들호로 보이더라고요. 믿음이 갔어요. 솔직히 처음에 파고들어 보려고 했거든요. 할말이 없더라고요. 정말 잘하니까요."

(유병재) "제자로서보다 팬심으로 봤어요. 촬영을 하면서 선생님이 연기 시범을 보여주길 바랐는데, 조금씩은 보여줬지만 완전히는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선생님의 연기를 보는 기회가 되니까 좋았죠."

-마지막으로 박신양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유병재) "더 배우고 싶어요. 기회가 있다면 시즌2에 참여하고 싶어요. 해도되는 지는 나중 문제인 것 같아요. 너무 짧았어요. 연기에 대해 알것 같을 때 끝난 것 같아요. 그것도 건방진 말일 수 있는데 시작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끝난 느낌이에요."

(박주식) "제 연기 인생에 2막을 열어준 것 같아요. 힘든 시기에 운명적으로 만나서 행복했어요.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이야기가 없어요."

(이진호) "뭔가에 지쳐있고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하늘에서 내려준 산신령 한 분을 만난 것 같아요. 그간 일은 많은데 재미가 없었거든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딜레마에 빠졌었어요. 이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럴 때 다시 한 번 선생님 만나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듣고 다시 한 번 인생을 왜 사는지에 대해서 배웠던 것 같아요."
 
황미현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장소 협찬= YG 리퍼블리크 여의도 IFC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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