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뉴미디어 중계권은 새로운 사업자 또는 형태를 맞이한다. 그동안 KBOP와 각 구단 마케팅 실무자, 이사진 그리고 방송사가 협의를 이어 왔다. 아직 선정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개 입찰과 수의계약을 두고 저마다 입장이 다르다. 18일 열리는 KBOP 이사간담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연히 목표는 상생이다.
명확한 노선이 나오기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공개 입찰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 탓이다. 단독(컨소시엄 포함) 사업체가 나오면 기존 대행사 체제의 병폐가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2020년까지 계약된 IPTV는 빠져 있지만, 유무선 권리만으로도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2의 '김선달'이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사업은 야구팬에게 발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업 발전을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 답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한 업계 관계자 A는 "입찰액으로 사업자가 선정되는 통상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콘텐트 개발 능력이 없는 업체가 권리를 얻을 수 있다.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다른 업체가 있는데도 말이다"고 말했다.
B는 "아무래도 KBO가 과거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집착이 있을 수 있다. 유착 관계에서 의심을 벗어나기 위해 공정 경쟁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산업 발전을 위한 측면에서는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구단 관계자도 "800만 관중 시대다. 팬들이 원하는 뉴미디어 서비스가 있다. 최소한 발전을 막는 사업자가 선정되는 상황이 나와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새 사업자가 재판매 권리를 기존처럼 제약 없이 갖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관계자 B는 "다수 업체가 대체로 그동안 손해를 봤다. 특히 방송사가 중계와 유통까지 모두 장악할 경우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업권을 갖게 된 뒤 이를 충당하려는 움직임을 할까 봐 우려된다. 콘텐트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재판매에만 매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고 내다봤다. A는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야구팬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뉴미디어를 그저 돈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생각을 전했다.
플랫폼 기반(유무선)에 따라 콘텐트의 개발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다수의 사업자가 나오면 다양한 콘텐트도 나올 수 있다. 안 그래도 IT 산업의 발전 정도에 비해 프로야구 중계의 질이 낮다는 평가가 있다. KBOP가 각 사업자의 강점과 발전 방향, 미래가치 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발로 뛰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 발전은 어느 한쪽에 권리를 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몇천만원대 상품 계약은 직접 하면서 규모가 훨씬 큰 중계권 관련 사업은 대행사를 두던 KBOP다. 뉴미디어의 가치는 과거와 다르다. 개별 협상을 왜 안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정 권리를 갖고 있는 쪽이 생기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발자취가 그랬다. 그래서 상생의 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통신 업계는 5G 시대 도래를 앞두고 양방향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자신한다. 한 모바일 스포츠 중계 전용 플랫폼은 올해만 순 사용자 150만 명, 누적 이용자 200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3개 사 가입자 수를 합치면 4000만 명이 넘는다.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에 유의미한 수치다. 방송도 기존보다 향상된 콘텐트 제작에 투자할 수 있다. 시청률 경쟁이 동반되는 만큼 서비스 향상도 기대된다.
물론 이해관계자 모두가 같은 입장은 아니다. 10개 구단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구단과 나머지, 인기 정도에 따라서도 제각각이다. 이익 향상과 팬서비스 확대라는 기조는 추구하지만 입찰 방식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구단도 있다. 공개 입찰과 수의계약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C구단 관계자는 "합리적인 중계권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면 입찰 방식도 문제가 없다. 또 KBOP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수의계약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병폐가 반복된다면 입찰이 무의미하고, 협상을 제대로 못 하고 그저 맞춰 주는 계약을 하면 수의계약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수의 구단은 사업자 선정 방식보다 향후 구단이 뉴미디어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주시, 감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하는 구단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KBOP의 역할을 강조한다. D구단 관계자는 "시장경쟁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고 상식적인 결정을 바란다. 무엇이 문제인지, 각 구단과 이해관계자의 바람은 KBOP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협상 주체 역할을 잘해 내야 할 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