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훈의 축구·공·감] 선정 포기 ‘한국 축구 베스트 11’…여러분 선택은
일간스포츠

입력 2020.12.18 08:47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한 최순호, 차범근, 박경훈, 정용환, 김주성(왼쪽부터). 모두 한국 축구 베스트 11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포토]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한 최순호, 차범근, 박경훈, 정용환, 김주성(왼쪽부터). 모두 한국 축구 베스트 11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포토]

고민의 출발은 15일 나온 ‘발롱도르 드림팀’이었다.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은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세계 최고 축구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시상식을 한 해 멈췄다. 대신 축구 역사를 통틀어 전 세계 베스트 11을 뽑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펠레, 마라도나, 베켄바워, 야신…. 포지션마다 이름을 확인하면서 기분 좋은 긴장감이 일었다.
 
전 세계 베스트 11을 확인하니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한국축구는’ 하고 궁금증이 생겼다. 1882년 인천 앞바다에 정박한 영국 군함 ‘플라잉피시’호에서 태동한 한국 축구. 130여년 역사를 대표할 11명을 가리는 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기대와 달리 진행 과정은 암초투성이였다. 11명을 담을 그릇부터 말썽이었다. 4-4-2냐, 3-4-3이냐, 3-5-2냐. 한국 축구 역대 포메이션을 놓고 갈등했다. 포지션별 숫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많이 쓰는 4-4-2로 정했지만, 더 큰 고민이 이어졌다. 포지션별로 3배 수 후보군을 선정하는데, 온통 뺄 수 없는 이름뿐이었다. 최정민, 이회택, 김재한, 차범근, 최순호, 황선홍, 최용수, 이동국 중 센터포워드 부문에서 어떻게 3명만 고를 수 있을까. 김도훈과 박주영은 또 어쩌고.
 
고민 끝에 1차로 명단을 만들어 전문가 자문을 구했다. 명단 위에는 온통 ‘빨간 펜’이었다. 여러 이름이 빠지고, 그만큼의 새 이름이 적혔다. 이어 선정위원에게 “11명을 골라달라”며 명단을 내밀었다. 많은 선정위원이 선택 대신 질책했다. 한 원로 축구인은 “단 한 명도 뽑고 싶지 않은 포지션이 있다. 내가 예상한 후보군과 다르다”고 했다.
 
흥미로운 건 발롱도르 드림팀을 두고도 여러 뒷말이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뽑힌 샤비 에르난데스(스페인)가 논란이다. “뛰어난 건 인정하지만, 축구 역사를 통틀어 일인자로 인정할 정도는 아니다”는 반론이 쏟아졌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국 축구 최고의 11명을 가리는 데도 수없이 많은 고민과 격한 토론이 필요한데, 하물며 세계 축구 최고의 11명인데 오죽할까.
 
고심 끝에 한국 축구 베스트 11 선정 작업은 중단키로 했다. 한국 축구를 빛낸 영웅을 골라내는 작업은 깊은 고민과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11명은 고사하고, 그 3배 수의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조차도 녹록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발롱도르 드림팀 선정 작업을 완수한 프랑스풋볼과 투표에 참여한 전 세계 축구 전문기자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했던 한국 축구는 20세기 내내 세계 무대에서는 ‘동네북’이었다. 1954년 처음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0-9, 0-7로 호된 신고식을 했다. 그 후로 32년간 본선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복귀하고 2002년 4강 신화를 쓰기까지 수많은 선수가 피, 땀, 눈물을 흘렸다. 이 모든 게 모여 지금의 한국 축구가 됐고, 이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거다.
 
그래도 묻고 싶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한국 축구 베스트 11은 누구인가.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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