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5경기에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 7타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팀내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올렸다.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강했다. 득점권 타율이 0.429(7타수 3안타)로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지난달 29일 수원 KT전에서는 2회 초 1사 주자 2, 3루에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상대로 싹쓸이 2타점 안타를 때렸다. 두산이 선두 KT를 8-3으로 이기면서 허경민의 적시타가 결승타가 됐다.
허경민은 후반기 시작됐던 슬럼프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 허경민은 모범 자유계약선수(FA)로 불렸다. 전반기에 69경기에 나와 타율 0.323, 4홈런, 29타점 등으로 활약했다.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꾸준히 출장했다. 빈틈없는 내야 수비도 여전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도쿄올림픽을 다녀온 후 성적이 뚝 떨어졌다. 8월 월간 타율이 0.148(54타수 8안타)로 매우 부진했다. 결국 타율 3할도 무너졌다. 4일 현재 타율 0.289다. 급기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올림픽 후유증이라고 여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허경민이 올림픽에 다녀온 후 몸이 무거운 것 같다"면서 "초반에 방망이가 잘 맞다가 안 맞으니까 스스로 걱정을 많이 하더라. 잘 안 될수록 털어버리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그동안 성실한 모습으로 훈련에 임한 허경민을 믿었다. 그는 "허경민 정도면 멘털이 무너질 정도의 선수가 아니다. 다시 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순위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10월 부진을 털어내고 있다. 김 감독은 “최근 허경민이 잘 치고 있다. 밸런스가 좋아진 것 같다”고 칭찬했다.
허경민이 무뎌진 방망이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이 두산은 9월에 돌풍을 일으켰다. 16승 8패 3무로 월간 1위를 차지했다. 7위까지 처지면서 가을야구가 어려워 보였는데,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5위 키움과 2경기, 6위 NC·SSG와 3.5경기 차로 벌어져 5강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내친 김에 2, 3위도 노려볼 수 있다. 2위 LG(승률 0.563), 3위 삼성(승률 0.559)과 4.5경기 차다.
120경기를 치른 두산은 24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LG(26경기), KIA(25경기)에 이어 3번째로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일정이 빡빡할 수 있지만, 가을야구를 경험한 정수빈, 허경민, 김재환 등 베테랑 선수들이 살아나고 있어 오히려 호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