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오지환(32)은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홈런 치는 유격수'다. 21일 기준으로 43경기에서 홈런 8개(공동 4위)를 기록하고 있다. 10개 구단 유격수 가운데 단연 홈런이 가장 많다.
오지환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해 풀 시즌을 뛴다면 홈런 26.8개까지 가능하다. 그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16년 20개다. 오지환은 "2016년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쓰면서 (유격수로) 20홈런을 쳤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올해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개막 후 11경기까지 타율 0.175 0홈런 4타점에 그쳤다. 그러다 4월 15~17일 한화 이글스와 대전 3연전을 계기로 부진에서 탈출했다. 이후 32경기에서 타율 0.297 8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이런 변화는 김현수가 건넨 방망이에서 시작됐다. 오지환은 "한화전 이전까지 (방망이가) 너무 안 맞자 (김)현수 형이 배트를 줬다. 그 배트를 사용하면서 갑자기 홈런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평소 오지환이 사용하던 방망이와 무게, 길이가 다르다. 오지환은 평소 무게 860~870g, 길이 33.5인치 배트를 썼다. 김현수가 건넨 것은 880~890g, 34인치로 더 무겁고 더 길다.
오지환은 4월 17일 한화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리며 곧바로 효과를 봤다. 5월에만 5개의 홈런을 쳤다. 지난해 134경기에 8홈런을 쏘아 올린 오지환은 올 시즌 첫 홈런 후 불과 한 달 만에 지난해와 같은 홈런 8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면 김현수가 건넨 배트는 '요술 방망이'인 셈이다. 오지환은 "현수 형에게 정말 고맙다"며 "이 배트를 쓰니 뭔가 중심이 잘 잡히고 타구의 질도 좋다”며 웃었다.
타순 변화에 따라 마음가짐도 바꿨다. 그는 2019~2021년 전체 타석의 52.8%를 2번 타자로 나섰다. 7~9번 하위 타순에도 25.9% 배치됐다.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가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간 LG에서 요즘 오지환은 5번 타자를 주로 맡고 있다.
그는 "2번에서는 아무래도 출루를 생각해야 한다”며 “올해 (박)해민이 형이 왔고 (문)성주도 2번에서 잘해줬다. 동료들이 앞에서 잘해주니, 난 뒤에서 장타를 치면서 해결하는 역할을 준비하기로 했다. 좋은 동료들 덕분에 홈런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지환의 올 시즌 출루율은 0.331(37위)로 낮지만, 장타율은 0.464(14위)에 이른다.
올 시즌 오지환의 팀 공헌도는 상당히 높다. 유격수로는 SSG 랜더스 박성한(372와 3분의 2이닝)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363과 3분의 2이닝(전체 7위, 팀 내 1위)을 맡고 있다. 예전보다 수비 안정감도 많이 좋아졌다. 5월 12일 잠실 한화전 1-1로 맞선 1회 말 2사 2루에서는 2점 홈런을 뽑아 시즌 6번째 결승타를 기록했다.
공격보다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을 맡고 있지만, 오지환은 SSG 한유섬, 케빈 크론과 함께 부문 결승타 부문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데뷔 후 최고 활약이다. 올해 주장까지 맡아 LG(2위)의 선두 싸움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