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 정은원(22·한화 이글스)이 '별 중의 별'이 됐다. 2000년생 선수들 중 첫 기록이다.
정은원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나눔 올스타 소속으로 출전, 10회 말 결승 스리런 홈런으로 나눔 올스타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기자단 투표에서는 21표 중 총 21표 만장일치로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은원은 "10회 말 승부치기 상황이었다. 타석에서 들어가기 전에는 '(고)우석이 형이 말 공격에 마운드에 올라 막아줄테니 1점만 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투 아웃에 기회가 나한테 걸렸다. 쳐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인 김민식 선배가 본래 투수가 아닌 야수다 보니 오히려 부담됐다. 못 치면 무득점 책임을 독박 쓸 것 같았다. 최대한 힘을 빼고 큰 것을 노리지 않으면서 짧게 치자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따라줬다"고 웃었다.
이날 수상으로 정은원은 2000년대생 프로야구 선수 중 첫 홈런, 골든글러브 수상 기록(2021시즌 2루수 부문 수상)에 이어 첫 올스타전 MVP까지 달성하게 됐다. 정은원은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올스타전도 감독님 추천으로 왔고 시합도 늦게 나갔다. 이런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수상이어도 상금은 1000만원에 달한다. 취재진이 상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묻자 정은원은 "벌써 커피를 돌리라고 예약이 들어왔다"고 웃으면서 "후반기를 시작하기 전 훈련 기간 때 끝나는 시간 맞춰 선수단에 커피를 한 번 사야할 것 같다. 올스타전을 응원해준 후배들에게 밥도 사주고, 부모님께도 용돈을 드리려 한다"고 전했다.
프로 5년 차인 정은원은 아직 한국시리즈(KS) 출전 경험이 없다. 지난 2018년 준플레이오프가 그가 치러본 큰 경기의 전부다. 정은원은 "시합에 처음 나갔을 때만 해도 팀 승리 정도만 바랐다. 그런데 10회 말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긴장되더라"며 "마치 정규시즌 때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첫 타석만 해도 부담 없이 쳤는데, 연장전에서는 부담감이 컸다. KS에 가보진 못했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잊지 못할 경험도 했다. 이날 경기 클리닝 타임 때는 은퇴를 앞둔 이대호의 은퇴 투어 행사가 진행됐다. 드론쇼와 폭죽 등 화려한 이벤트와 영상 메시지, 팬들의 응원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정은원은 "올스타전 통틀어 이대호 선배님의 은퇴 투어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항상 저희 팀 선배님들뿐 아니라 다른 팀 레전드 선배님들의 은퇴식 영상이나 분위기를 보면 울먹울먹 해진다. 정말 멋있고, 나도 저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면서도 멋진 장면이었다"고 떠올렸다.
올스타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정은원은 이제 후반기 반전을 정조준한다. 정은원은 7월 동안 타율 0.227에 그치며 부진했다. 팀 역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반기 25승 59패(승률 0.298)로 9위와 8.5경기 차이나는 최하위에 빠져 있다. 정은원은 "전반기에는 팀도 안 좋았고, 전반기를 마칠 때쯤 개인 성적도 안 좋았다"며 "오늘의 좋은 타격감이 후반기를 자신 있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후반기 때는 팀도 개인도 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