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권창훈이 동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일본에 도착한 장면.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2022 동아시안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참패하며 일본에 우승을 내준 채 대회를 마쳤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대한축구협회의 허술한 행정 탓에 대표팀이 정상적으로 참가하지 못할 뻔했던 아찔한 비하인드 사연이 있다.
동아시안컵은 지난 20일 일본에서 시작해 27일 막을 내렸다. 남자부 경기는 일본 아이치현에서, 여자부 경기는 이바라키현에서 열렸다.
대회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일본 비자를 뒤늦게 신청하는 황당한 해프닝이 있었다. 이 과정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대표팀과 현장 취재를 신청한 취재진의 비자 신청이 모두 뒤늦게 이뤄지면서 일부 기자들이 그 과정을 세세하게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동아시안컵 취재 신청을 했던 한국 기자들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선수단 출국을 사흘여 앞두고 급하게 비자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일본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를 복원하지 않은 상태라 일본에 입국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전지훈련을 준비했던 프로스포츠 구단의 모 관계자는 대한축구협회가 일본 비자를 뒤늦게 신청했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관계자는 “관광 목적 외의 비자는 받기까지 열흘에서 2주 정도 소요된다”면서 “요즘 일본 비자 받는 게 까다로워서 구단도 전훈 가기 전 비자 발급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일찌감치 신청했고, 양식에 맞게 준비해서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더라”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비자 발급 일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일본의 동아시안컵 주최 측이 보낸 초청장을 비자로 잘못 알았다’고 취재진에게 해명했다.
하지만 주한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만 확인해 봐도 이런 설명이 황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광목적 외 일본 비자 발급 시 필요한 서류 중에는 초청사유서가 있다. 동아시안컵 주최 측은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보낸 것뿐이다. 그런데 협회는 이 문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가 비자 신청이 전체적으로 늦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맞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7일 일간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서 “선수단과 기자들의 비자를 모두 빨리 받을 수 있는 급행으로 신청했는데 선수단 비자만 처리됐다. 취재진 비자는 빠르게 처리되지 않았다”면서 “기자단 비자 발급이 늦어진 데에는 협회의 실수가 있었다”고 했다.
선수단 비자는 어쨌든 대회 전에 발급됐다. 대회의 흥행 카드라 할 수 있는 한국이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생길 뻔했기에 동아시안컵 주최 측이 한국 선수단 비자가 빨리 발급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16일, 남자축구대표팀은 17일 출국했다.
취재진의 비자는 대회 시작 후 한참이 지난 25일 오후에야 나왔다. 통상적으로 비자 발급에 소요되는 시간인 열흘가량이 걸린 셈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비자 신청 안내를 이달 초에만 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일이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조직에는 홍보팀이 없다. 경영본부 마케팅팀 중 일부가 홍보 업무를 함께하고 있다. 이 직원들이 대표팀 업무도 맡는다. 마케팅과 홍보, 대표팀 지원이 혼재된 조직 편제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월 카타르월드컵 때 행정 실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