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수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강속구 불펜이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속이 시속 150㎞를 가뿐하게 넘는다. 허삼영 전 삼성 감독은 지난 6월 말 "지금 우리 팀에서 윤수보다 더 좋은 구위를 가진 선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윤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허 전 감독은 그를 필승조 핵심 멤버로 키우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제구가 문제였다.
김윤수의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은 8일 기준 6.26개다. 최소 20이닝을 소화한 KBO리그 불펜 투수 72명 중 류진욱(NC 다이노스·7.22개) 다음으로 볼넷 허용이 잦다. 피안타율(0.291)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1.87)이 높은데 볼넷까지 많으니 평균자책점이 7.57로 높을 수밖에 없다. 비효율적인 투구 때문에 이닝당 투구 수가 19.1개로 20개에 육박한다.
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선 김윤수의 문제점이 또 한 번 드러났다. 이날 5-5로 맞선 6회 말 등판한 김윤수는 1사 후 최지훈과 전의산에게 각각 볼넷과 안타를 허용,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추신수의 볼넷으로 만루를 자초한 뒤 최정에게 밀어내기 스트레이트 볼넷까지 내줬다. 2볼에서 던진 3구와 4구째 직구가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났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곧바로 투수를 교체했다. 김윤수의 기록은 3분의 1이닝 1피안타 3볼넷 2실점. 투구 수 26개 중 스트라이크가 11개(42.3%)에 불과했다. 삼성으로선 팽팽하던 승부가 기운 패인 중 하나가 김윤수의 등판이었다.
김윤수는 지난 6월 깜짝 놀랄만한 활약을 펼쳤다. 월간 11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11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면서 삼진을 11개 잡아냈지만, 볼넷 허용이 3개로 적었다. 어느 정도 제구가 잡힌 모습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영점이 다시 풀렸다. 7월 이후 등판한 11경기 평균자책점이 18.00, 이 기간 9이닝당 볼넷 허용은 무려 13.5개다. 절치부심 준비한 후반기 첫 4경기 평균자책점도 14.73으로 낙제 수준. 9이닝당 볼넷 허용이 12.27개로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김윤수는 팀 내에서 '포스트 오승환'에 가장 근접한 투수로 평가받는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150㎞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매력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구위가 좋더라도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볼질을 하다 자멸하는 김윤수가 새겨들어야 하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