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은 올 시즌 19경기 55와 3분의 2이닝(15일 기준)만 소화했지만, 언제나 팀의 빈자리를 메웠다. 선발진이 불안했던 시즌 초에는 선발진을 지켰다. 부상으로 이탈하기도 했지만, 복귀 후에도 호투는 이어졌다. 후반기에 선발이 채워지고 불펜이 부족하자 불펜 에이스로 변신했다. 선발 8경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던 그는 불펜으로도 평균자책점 0.57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8월 첫 주 4경기에서 6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철벽투를 펼치고 3승(주간 1위)을 쌓았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8월 첫째 주 MVP(최우수선수)로 노경은을 선정했다.
노경은은 지난해 부진(평균자책점 7.35)으로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웨이버 공시된 후 입단 테스트를 받고 SSG로 이적했다. 시즌 전만 해도 그의 호투를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노경은 본인조차 스프링캠프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할 입장이 아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고 했다. 6개월가량이 지난 지금, 노경은의 성적과 입지는 180도 달라졌다. 선발과 구원으로 9승을 쌓았고 평균자책점도 2.59를 기록 중이다.
노경은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당시에는 내가 잘 던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하고 싶다'나 '어떤 보직으로 던지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다"며 "우리 팀이 날 부른 이유가 있지 않나. 난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들어왔다. 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 맞게 던질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시즌을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2003년 데뷔한 그는 올해로 프로 20년 차를 맞은 노장이다. 100구 이상 소화하는 선발 보직도, 불규칙한 일정 속에 연투와 긴 이닝을 모두 맡는 롱릴리프 보직도 부담스러울 법하다. 그러나 그는 여러 역할을 척척 소화 중이다.
불펜 호투의 비결로 노경은은 “지난해까지 좋지 않았던 부분을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컨디션 조절과 경기 운영이 좋지 않을 때가 많았다. 팔을 항상 풀어두곤 했는데, 정작 등판일에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질 때가 있었다"며 "올해는 '어차피 등판 전에도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채식을 기반으로 한 특유의 식단도 힘이 됐다. 롯데 시절부터 채식을 시도했던 그는 “사람마다 맞는 식단은 다르다. 하지만 난 채식을 시작한 후 지구력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느낀다"며 "물론 투구하려면 파워가 필요하니 육식도 한다. 선발 때는 이틀 동안 충분히 육류를 섭취한 후 사흘 동안 채식을 했다. 불펜 때는 파워가 더 많이 필요해 채식과 육식을 골고루 섞어가며 식단을 짜고 있다”고 했다.
노경은의 의지를 불태우는 건 개인 성적이 아닌 팀 성적이다. 노경은은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부분을 동기 부여라고 전했다. 그는 “팀이 계속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있지만, 팀이 SK 와이번스에서 SSG로 바뀐 후 첫 우승에 도전하는 시즌이다. 꼭 그 우승을 함께하는 멤버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며 "선수단 분위기와 케미스트리도 정말 좋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선수들에게 많이 맡겨주시고, 휴식도 배려해주신다. 팀에는 내 뒤를 받쳐줄 선수가 많으니 부담감이 덜하고, 그게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10승도 2점대 평균자책점도 눈앞이다. 노경은의 시선은 후자를 향한다. 그는 "10승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평균자책점만큼은 잘 유지해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좋은 성적을 남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10승을 달성한다면 2013년(10승 10패) 이후 9년 만이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면, 2012년(평균자책점 2.53) 이후 10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