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주장 오지환과 2루수 가르시아가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29)의 장타가 펑펑 터지는 비결은 따로 있다. 오지환(32)이 건넨 '요술 방망이' 덕분이다.
가르시아는 지난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안타 2개 모두 장타였다. 2-0으로 앞선 4회 말 솔로 홈런(시즌 4호)을 터뜨렸고, 3-0이던 7회 말에는 2사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뽑았다. 7월 말 KBO리그에 데뷔한 가르시아의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이 완성됐다.
가르시아의 장타는 지난 26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폭발(2루타 2개)했다. LG의 3-1 승리를 이끄는 활약. 류지현 LG 감독은 이날 경기 뒤 "가르시아의 장타 2개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승리의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28일 승리 후에는 류 감독이 "우리가 기다리던 그(가르시아)가 왔다"고 반겼다.
리오 루이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가르시아는 데뷔 후 36타석까지 장타를 하나도 치지 못했다. 이 기간 LG 구단은 애간장을 태웠다.
8월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다. 가르시아는 6회와 7회 좌·우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다. KBO리그 역대 11번째로 한 경기 좌·우 타석 홈런을 날린 주인공이 됐다. 이전까지 총 67타석에서 홈런 1개가 전부였던 그가 갑자기 폭발한 것이다.
비밀은 경기 후 밝혀졌다. 같은 날 개인 통산 두 번째 20홈런에 도달한 오지환은 "올 시즌 (김)현수 형이 준 배트 효과가 정말 크다. 가르시아의 오늘 홈런 2개도 내가 준 방망이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오지환은 개막 후 11경기까지 타율 0.175 0홈런 4타점에 그쳤다. 이때 김현수가 방망이 한 자루를 건넸다. 오지환은 평소 무게 860~870g, 길이 33.5인치 배트를 썼는데 김현수가 건넨 것은 880~890g, 34인치로 더 무겁고 더 길다.
방망이를 바꾼 오지환은 이날 마수걸이 홈런을 쳤다. 이 대포를 시작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빠른 페이스로 20홈런을 돌파했다. '홈런 치는 유격수' 오지환은 생애 첫 골든글러브 후보로 떠올랐다. 이 정도면 김현수가 건넨 배트는 '요술 방망이'다.
가르시아가 8월 18일 인천 SSG전 6회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가르시아는 7회 우타석에서 홈런을 추가, 역대 11번째 좌우 타석 홈런 대기록을 완성했다. 인천=김민규 기자 오지환은 이 배트를 가르시아에게도 선물했다. 스타일이 조금 달랐지만, 평소 쓰던 배트와 길이와 무게가 같았다. 가르시아가 이 배트를 처음 휘두른 날, 홈런이 2개나 터졌다. 가르시아는 "내가 미국에서 갖고 온 모델은 전체적으로 두껍다. 오지환이 준 배트는 이전에 사용한 것과 무게·길이가 같지만, 두께가 조금 얇다"면서 "배트 밑부분이 편하고, 그립감이 좋다"며 웃었다. 오지환은 "(김)현수 형이 내게 준 배트는 외국인 선수용 모델이었다. 그래서 나도 가르시아에게 써보라고 권했다"라고 귀띔했다.
가르시아는 방망이를 바꾼 뒤 타율 0.290 3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81로 반전했다. 특히 0.397에 그치던 장타율이 배트를 바꾼 후 0.710으로 크게 올랐다.
오지환이 건넨 건 방망이뿐이 아니다. 타지에서 힘들게 적응 중인 가르시아에게 '우리가 너와 늘 함께한다'는 동료애를 함께 전달했다. 가르시아는 "오지환은 내게 필요한 모든 걸 도와준다. 필요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갖다 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