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페이컴 센터에서 열린 오클라호마와 덴버의 2024~25 NBA 정규리그 경기. 오클라호마 길저스-알렉산더가 덴버 요키치 앞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까.
올 시즌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힌 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가드 셰이 길저스-알렉산더(27·1m98㎝)다. NBA 7년 차인 그는 전체 평균 득점 1위(32.8점) 스틸 2위(1.8개)를 기록 중이다. 독특한 드리블 능력과, 정확한 점프슛(야투 성공률 52.5%) 능력을 갖춘 공격형 가드다. 그는 팀을 서부콘퍼런스 1위(54승 12패)에 올려놓았다.
개인·팀 성적이 워낙 좋아 길저스-알렉산더의 MVP 수상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 10일과 11일 덴버 너게츠와의 안방 2연전에서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바로 덴버 센터 니콜라 요키치(30·2m11㎝)의 놀라운 활약 때문이다.
요키치는 최근 4시즌 중 3차례(2021~22, 2024) MVP를 수상한 특급 센터다. 거리를 가리지 않는 슛 능력에 더해, 빼어난 시야를 갖췄다. 올 시즌은 평균 기록을 트리플더블(29.0점 12.9리바운드 10.5어시스트)로 유지 중이다.
10일 경기에선 길저스-알렉산더가 40점을 몰아치며 팀의 127-103 승리를 이끌었다. 요키치는 당시 24점에 그쳤다. 그런데 요키치는 하루 뒤 35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25점에 그친 길저스-알렉산더를 압도했다. 덴버도 140-127로 이겼고, 서부콘퍼런스 2위까지 올랐다.
현지에선 요키치의 설욕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리그 최고 수비팀 중 하나인 오클라호마를 상대로 140점을 기록했고, 그 중심에 요키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시즌 맞대결 전적은 2승 2패가 됐다. NBA 사무국은 “요키치는 리그 최고의 선수임을 다시 증명했고, 이는 MVP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11일 그의 활약은 MVP급 경기였다”고 했다.
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요키치는 올 시즌 MVP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이미 4년째 MVP 경쟁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최고의 농구를 하고 있다. 물론 길저스-알렉산더도 MVP를 받을 자격이 있는 놀라운 선수”라고 했다.
대개 MVP는 팀 성적에서 앞선 선수에게 주어지곤 한다. 하지만 마이클 말론 덴버 감독은 “요키치가 MVP를 놓친 2년 전, 우리가 서부콘퍼런스 1위였다. MVP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현재 우리가 2위(13일 기준 3위)라는 점도 잊지 말자”며 제자를 치켜세웠다.
NBA 사무국 역시 이를 두고 “기자단 투표권이 생긴 1980~81시즌 이후, MVP가 반드시 1위 팀에서 나오진 않았다. 26명은 리그 1위 팀에서 나왔지만, 18명은 그러지 않았다”고 조명했다. 과거 마이클 조던이 첫 번째 MVP를 수상한 1987~88시즌, 당시 시카고 불스는 리그 7위였다. 당장 요키치가 MVP를 수상한 3시즌, 덴버는 단 한 번도 리그 1위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팀 성적에선 오클라호마가 덴버에 12경기나 앞선 점, 팀 맞대결에선 3승 2패로 우위를 점한 만큼 길저스-알렉산더의 수상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이미 MVP 3회나 수상한 요키치와 달리, 커리어 첫 번째 수상을 노린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