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대형 에이전시 리코스포츠에이전시(리코)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전시가 KBO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건 이례적이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리코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리인(에이전트) 인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KBO리그에선 대리인 1명(법인 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인원을 최대 15명(구단당 3명)으로 제한하는데 이 조항을 풀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가처분 신청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식 재판에 앞서 임시적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절차다. 이번 사건의 심문 기일은 다음 달 2일로 잡혔다.
프로야구는 2017년 9월 26일 열린 KBO 제3차 이사회에서 '2018년부터 선수 대리인 제도를 시행한다'고 의결했다. 다만 '무제한 오픈'은 아니었다. 한 대리인이 보유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해 특정 대리인의 입김이 강해지는 걸 방지했다. 이 내용은 KBO 규약 제6장 제42조 [대리인] 규정에 명시돼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원 제한을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왔다. 하지만 특정 대형 에이전시가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인원 제한마저 없으면 시장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대리인 제도를 관리·감독하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관계자는 "리코 측에서 11월 30일까지는 선수들의 소속 구단이 있지만, FA를 선언하면 12월 1일부터는 원소속구단이 없는 것 아니냐는 문의를 했다. 그래서 (그렇지 않다는) KBO의 유권해석을 받아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계약상 선수들의 참가활동 기간은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리코는 12월이면 FA 선수들의 소속이 없어진다고 판단, 대리인 제도의 구단별 인원 제한 한도에 저촉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 관계자는 "문의 내용을 회신받고 가처분을 넣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리코는 프로야구에서 손꼽히는 에이전시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양의지(NC 다이노스)를 비롯해 대형 스타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번 겨울만 하더라도 "올해 FA 시장에 리코 소속 선수만 10명 넘게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관심이 쏠리는 건 NC였다. NC는 사이드암스로 이재학을 비롯해 양의지(포수) 노진혁(내야수) 이명기(외야수) 심창민(투수)을 비롯해 최소 3명 이상의 예비 FA가 리코랑 계약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인 보유 제한을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는데 가처분 신청으로 제도의 불합리성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KBO 관계자는 "(리코 측은) 현재 인원 제한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개인과 법인 포함 15명 제한인데 법인은 별도로 해달라는 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법인에서 10명의 대리인을 보유하면 150명을 하겠다는 거 아닌가. 아마 (인원 제한에 저촉하는) 구단당 4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런 거 같다. 법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선수협 관계자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