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 상대로 아이슬랜드를 골랐다. 본선 직전의 '스파링 파트너'로 아이슬랜드가 과연 만족할 만한 상대인지 의문점이 남는다.
파울루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1월 11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 경기장에서 아이슬란드와 맞붙는다.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이다. 대진이 공개되자 곳곳에서 마뜩잖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이슬란드가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한 포르투갈·우루과이보다 전력이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FIFA 랭킹 62위다. 28위인 한국보다 34계단 아래 있고 H조 최약체로 꼽히는 가나(61위)보다도 순위가 낮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8강에 오르며 주목받았지만, 과거의 영광이다. 아이슬란드는 올해 치른 A매치 10경기에서 2승 6무 2패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국내파 위주로 명단을 꾸린 벤투호에 1-5로 대패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전은 FIFA 공식 A매치 기간이 아니라 해외파 선수 소집이 불가능하다. K리그 선수들 위주로 치르면서 상대가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한참 약체라면 이는 평가전이라기보다 '출정식'을 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아이슬란드라는 팀은 수비가 강한 스타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와 (월드컵에서) 붙는 팀들은 수비보다 공격력이 강한 팀들이다. 평가전 성격이 맞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내려서는 팀들의 강한 수비를 깨야 한다면 좋은 상대겠지만, 반대의 상황 아닌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11월에는 유럽 리그가 진행 중이라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잡은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이슬란드는 10월 말에 리그 일정이 끝나 11월 A매치에 협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이다. 하지만 대결 장소가 홈이라는 점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은 지난 7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제외하면 최근 A매치를 모두 홈에서 치렀다. 6월·9월 A매치 기간 총 6경기를 안방에서 편안하게 맞이했다. 해외파까지 완전체로 치른 원정 경기는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10차전이 마지막이다.
11월 11일이 아니라 강팀들의 일정 조율이 비교적 수월했던 9월 A매치 기간에 적절한 스파링 파트너와 대결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카타르 월드컵에 나가는 아시아 국가들은 9월부터 단단히 준비했다. 일본은 미국·에콰도르와 중립 지역(독일)에서 평가전을 했다. 이란도 우루과이·세네갈과 오스트리아에서 맞붙었다.
한국의 행보는 달랐다. 홈팬 응원을 등에 업고 9월 A매치 2연전을 치렀다. 상대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의 전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두 팀은 강한 압박보단 라인을 내려서 수비하는 시간이 길었다. 포르투갈·우루과이·가나를 대비했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홈에서 A매치를 치러서 가장 유리한 건 대한축구협회다. 관중 입장수익을 고스란히 얻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전 역시 팀을 재정비하고 보완점을 찾는 평가전으로서의 의미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국내파 옥석 고르기와 승리 시 자신감 상승효과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결국 벤투호는 제대로 된 스파링을 하지 못한 채 세계적인 강팀과 본선에서 마주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