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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회 칸·결산③] "잘했다, 韓영화" 야간 습격 '악인전' 등 올해도 존재감↑
황금종려상 한 방을 위한 초석 다지기였을까. 다소 냉랭하게 얼어 붙었던 초반 분위기는 환희와 감동으로 뒤바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2회 칸국제영화제(72th Cannes Film Festival)가 25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 영화 '기생충(PARASITE·봉준호 감독)'이 영예의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으면서 올해 칸영화제는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의 축제가 됐다. 경쟁 부문 '기생충'과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 '악인전(이원태 감독)' 등 주요 부문에 초청된 한국 장편 영화들의 상영이 후반부 배치되면서 주목도 역시 후반부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 영화는 공식 상영 외에도 마켓 등 곳곳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여전히 성장,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황금종려상으로 모든 악재가 희석됐을 뿐 사실 영화제 초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문화계 전반을 뒤흔든 성추문 관련 이슈가 칸 현지까지 이어지고 전해진 것. 시작은 김기덕 감독의 깜짝 출몰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칸 필름 마켓을 통해 카자흐스탄 휴양지에서 촬영한 신작을 기습 공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현지에서는 취재진에게도 신작을 공개하는 것으로 고지돼 취재진을 움직이게 만들었지만 최종 영화제 측의 실수로 확인되면서 김기덕 감독은 가뜩이나 박힌 미운털이 더 박히고 말았다. '미투 가해자'로 성추행, 폭행 혐의 등을 받은 김기덕 감독은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도 각종 해외영화제를 통해 행보를 이어가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역시 또, 이견없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버라이어티는 '한국은 엔터 산업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경찰에 출두한 전 빅뱅 멤버 승리의 사진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지면 한 면을 크게 할애해 보도된 이 기사를 통해 'K팝 슈퍼스타 방탄소년단이 미국 투어를 매진시키며 활약하는 가운데, 승리는 한국 엔터 산업 사상 최악의 스캔들을 일으켰다. 이 스캔들은 마약 밀매와 불법 영상 촬영, 경찰 유착, 탈세, 횡령 등이 포함돼 있다'며 승리를 비롯해 정준영, 전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 등의 이름을 언급했다. 할리우드 리포터 또한 15일자 지면에 실린 '한국의 미투 운동은 어떻게 큰 걸음을 이뤄가고 있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해 한국 문화계를 강타한 미투 운동에 대해 전했다. '이같은 미투 운동이 한국에 상륙해 전 분야에 걸친 성추문 폭로로 이어졌다. 정준영의 불법 영상물 촬영 및 유포 사건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제적 망신이 실시간으로 쓰였다. 크고 작은 모든 상황은 '기생충'이 등판하면서 작은 해프닝으로 전락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까지 '기생충' 세일즈 지원을 위해 10년만에 칸영화제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생충'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높아졌다. 모두가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는건 황금종려상이 증명했다. 국내 200만 흥행과 칸 레드카펫 입성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한 '악인전' 팀도 빛났다. 22일 오후 10시30분 뜨거운 환대 속에 시작된 영화는 세 캐릭터가 보여주는 강렬한 연기와 액션, 리드미컬한 호흡의 드라마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었고, 상영이 끝난 후 5분여간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칸의 밤을 뜨겁게 달군 주역들이다. 장편 뿐만아니라 단편 영화도 눈에 띄었다. '령희'와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사전'이 공식 초청을 받으면서 칸에서 공개된 것. '령희'는 초청된 학생 단편영화 중심의 국제 경쟁 부문 시네 파운데이션에, '움직임의 사전'은 감독주간에 초청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졸업작품 '령희'(감독 연제광)는 중국 동포 출신 불법체류자 령희가 단속을 피하다 사망했으나, 공장에서 시신을 숨기고 뒷수습만 하려고 하자 룸메이트 홍매가 령희 시신을 찾아 자신만의 장례식을 치러주는 내용이다. '령희' 각본·연출을 맡은 연제광 감독은 "경계에 선 실존의 비극을 방관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관찰자적 시선에서 성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완성된 '움직임의 사전'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작품이다. '감독주간'은 칸 영화제의 비공식 섹션으로 감독협회가 주최하는 비경쟁 부문으로 정다희 감독이 칸 현지를 직접 찾아 '움직임의 사전'을 소개했다. 마켓에서 소개된 한국 영화들은 향후 국내 영화계 분위기를 판가름하기 좋은 척도가 됐다. 감독과 장르에 대한 관심을 기본 바탕으로 배우들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후문이다. 칸 초청작을 비롯해 송강호 '나랏말싸미', 전도연·정우성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유미·공유 '82년생 김지영', 최민식·한석규 '천문: 하늘에 묻는다', 유해진·류준열 '전투', 박정민·이광수 '타짜: 원 아이드 잭', 이성민 '비스트', 박신혜·전종서 '콜', 이제훈·최우식 '사냥의시간' 등이 세일즈 됐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칸(프랑스) 박세완 기자 [72회 칸·결산①] "황금종려상 봉.준.호!" 전설이 된 순간(종합)[72회 칸·결산②] "20년 동반자" 봉X송 콤비 '충무로→세계 최정상' 우뚝[72회 칸·결산③] "잘했다, 韓영화" 야간 습격 '악인전' 등 올해도 존재감↑
2019.05.27 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