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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에바스의 말·말·말, 그의 낭만엔 '영원한 작별'은 없다 [IS 스타]

"내년에도 불러준다면, 100% 나는 돌아올 것이다."마지막까지도 윌리엄 쿠에바스의 말엔 낭만이 넘쳤다. KT 위즈의 '장수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가 '영원한 작별'이 아닌 '잠시만 안녕'을 외쳤다. KT는 20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고별식을 가지고 KT와의 7년 동행을 마무리했다. 쿠에바스는 "KT에서의 7년 동안 좋은 기억이 너무 많다. 선수들 모두가 내 형제라고 생각하고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라면서 "지금 은퇴할 생각은 없다. KBO에서 내년에 불러준다면, 100% 나는 다시 돌아올 생각이 있다"라고 쿠에바스다운 작별 인사를 건넸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 동안 쿠에바스는 KT에 많은 낭만을 안겼다. '쿠동원(쿠에바스+최동원)'이라는 투혼의 대명사를 시어준 2021년 1위 결정전부터 2023년 컴백, 그리고 마지막 인사까지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엔 낭만이 가득했다. 2021년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있었다"쿠에바스는 2021년 팀이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일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규시즌 막판인 10월 28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서 7이닝 108구 2실점을 기록한 그는 사흘 뒤인 10월 31일, 1위 결정전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등판해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나흘 동안 두 경기에서 던진 공만 무려 207개. 쿠에바스는 투혼으로 이겨내며 팀에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안겼다. 쿠에바스는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도 7과 3분의 2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맹활약하며 통합 우승까지 견인했다. 당시 쿠에바스는 부친상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다. KS 우승 후 그는 "(2021년은) 미친 시즌이었다"라며 "한동안 좋고 나쁜 모습을 보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내가 가진 것 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라면서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작용한 것 같다"라며 한 시즌을 돌아봤다. 2022년 "여러분 모두가 가족, 다시 돌아오고 싶다"쿠에바스는 2021년 우승투에 힘입어 이듬해(2022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2시즌 초반 팔꿈치 통증을 느껴 전열에서 이탈, 결국 KT와 '첫 번째 이별'을 맞았다. 다만 그는 방출 결정 후에도 한국에 남아 새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의 적응을 도우며 KT와의 이별을 준비했다. 방출 결정 후 선수단과 인사를 통해 "여기 있는 모든 분이 항상 가족과 같고, 앞으로도 가족의 일원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 팀의 문화나 분위기가 정말 좋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꼭 돌아오고 싶다. 내년에 못 보더라도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하는 형제 한 명이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라고 인사했다. 팬들 앞에서도 그는 "수원이 진심으로 우리 집처럼 느껴졌다. 멀리서 왔음에도 같은 가족처럼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허리를 굽혔다. 2023년 "수원은 내 홈(home)이니까요"하지만 쿠에바스는 2023년 다시 KT로 돌아왔다. 기존 외국인 투수 보 슐서가 부진하면서 구단이 대체 외국인 투수 영입을 추진했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던 쿠에바스를 재영입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했다. 당시 그는 KBO리그 5개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쿠에바스는 KT를 택했다. "수원은 내 홈이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라며 KT 복귀를 택했다. 당시 KT는 순위가 최하위까지 떨어져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 불투명한 시기였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올스타전에서도 그는 옆에 있는 로하스를 두고 "내가 KS 선배"라며 "다시 KS에 오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해 12승 무패로 '무패 승률왕'에 등극, 팀을 KS 무대에 올려 놓았다. 2023년과 2024년 가을의 끝자락2023년 KS 준우승과 2024년 준플레이오프(준PO) 탈락, 쿠에바스와 KT의 가을은 2년 연속 아쉬움 속에 끝났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가장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있던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쿠에바스였다. 2023년 KS 2차전 선발이었던 쿠에바스는 예정대로라면 6차전 선발 마운드에 오를 계획이었으나, 팀이 1승 3패로 탈락 위기에 처하자 5차전 불펜 등판을 준비했다. 스파이크까지 신으며 등판을 기다렸지만 경기 중반 승기가 LG 쪽으로 크게 기울어지자 그의 등판은 무산됐다. 경기 후 그는 스파이크도 벗지 않은 채 더그아웃에 남아 상대의 우승 세리머니를 응시, 다음해 설욕을 다짐했다. 2024년에도 설욕은 실패했다. 준PO에서 LG의 벽에 가로막혔다. 탈락이 확정된 후 KT 선수단은 그라운드에 나와 3루 원정 응원석을 향해 인사를 한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하지만 쿠에바스만은 마지막까지 남아 응원석을 응시했다. 응원한 팬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은 뒤에야 경기장을 퇴장, 2년 연속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2025년 "불러만 준다면, 100% 돌아옵니다"2025년 쿠에바스는 KT와 '두 번째 이별'을 맞았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이날도 '영원한 작별'을 고하지 않았다.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다. 대만과 미국, 멕시코 등 불러주는 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 그는 "내년에도 KBO에서 불러 준다면, 100%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별의 방식도 '첫 번째' 때와 비슷했다. 팬들 앞에서 "그동안의 응원에 감사하다"고 말한 그는 경기장 곳곳을 다니며 정들었던 스태프,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2022년 이별 당시 식당 영양사들을 만나 "내년에 다시 와서 밥 먹겠다"라고 약속했던 그는 올해도 가족들과 함께 구단 식당을 찾아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또 놀러와"라는 영양사들의 인사와 함께 쿠에바스 가족은 다시 한 번 다음을 기약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5.07.2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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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패 →QS+·QS+' 패배 속 위안, 우리가 알던 쿠에바스가 돌아왔다 [IS 스타]

우리가 알던 윌리엄 쿠에바스(KT 위즈)의 모습이었다. 쿠에바스가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쿠에바스는 지난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7⅓이닝 동안 111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팀이 0-2로 패하면서 승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수확은 있었다. 쿠에바스의 부활이다. 이날 쿠에바스는 2경기 연속 QS+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이닝 4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쿠에바스는 이날도 7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호투했다. 8회에도 등판해 도미넌트 스타트(선발 8이닝 이상, 1자책점 이하)도 노려볼 법 했지만, 아쉽게 8회 고비는 못 넘겼다. 사실 쿠에바스는 6월 초순까지만 해도 6점대 평균자책점(ERA)에 최다 피홈런(13개) 부진에 허덕였다. 5월 5경기에서 무승 3패 ERA 8.25를 기록했고, 6월 8일 SSG 랜더스전까지 5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이강철 KT 감독도 취재진으로부터 쿠에바스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말을 아낄 정도로 애간장을 태웠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해 쿠에바스의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46.6㎞로 2023년 146㎞, 2024년 146.1㎞보다 올랐다. 다만, 패스트볼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지난 9일까지 패스트볼 구사율이 72.1%에 달했다. 성적이 가장 좋았던 2023년 패스트볼 구사율이 59.5%였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치솟았다. 이에 이강철 KT 감독도 투구 패턴의 다양화와 강약조절을 강조했으나 달라진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수원 SSG 랜더스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슬라이더의 비율이 20% 이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14일 삼성전에선 포심 패스트볼의 비율을 크게 줄이고(26.4%), 슬라이더 성 스위퍼(28.3%) 체인지업(23.6%)의 비율을 크게 높였다. 22일 NC전에선 컷 패스트볼의 비율(21.6%)에 스위퍼(27%), 체인지업(17.1%)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패턴에 변화를 줬다. 그 결과 쿠에바스는 2경기 연속 QS+를 작성하며 부활했다. KBO 7년 차, 상대 팀에게 공략은 이미 어느 정도 다 된 상황이다. 나이도 30대 중반에 이르러 구위도 떨어졌다. 부진에 퇴출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노련하게 다시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투구 패턴의 다양화와 강약조절을 강조한 이강철 감독의 조언대로, KT의 가을야구를 수놓았던 '쿠동원(쿠에바스+최동원)'의 모습으로 돌아와 부활의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5.06.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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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 강제 강판·무사 1·2루 무득점, 이번에도 가을비는 삼성에 야속했다 [KS1]

가을비가 흐름을 바꿨다. 흐름이 좋았던 무사 1·2루 기회는 이어지지 못했고, 선발 투수 원태인이 강제 강판된 마운드도 버티지 못했다. 삼성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서 KIA에 1-5로 패했다. 21일 열린 1차전에서 6회 김헌곤의 솔로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으나,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23일 재개된 경기에서 역전을 당했다. 경기는 이틀 전 중단됐던 6회 초 삼성의 무사 1·2루 찬스 상황에서 시작됐다. KIA는 전상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영웅이 희생 번트로 주자들의 진루를 노렸지만, 타구가 포수 앞에 떨어지면서 3루로 뛰던 2루 주자 르윈 디아즈가 잡혔다. 삼성은 윤정빈의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들었으나 득점은 없었다. KIA가 7회 점수를 뒤집었다. 김선빈의 볼넷과 최원준의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든 KIA는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만든 뒤 상대 투수 임창민의 연속 폭투로 역전했다. KIA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김도영의 적시타로 7회 총 4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8회 말 김태군의 적시타를 추가해 5-1로 승리했다. 삼성으로선 21일 1차전이 도중 연기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당시 삼성은 선발 투수 원태인이 5이닝 66구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고, 타선도 6회 흐름을 타며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이틀 뒤 재개된 경기에선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원태인은 강제 강판됐고, 타선은 이날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그동안 PS에서 유독 가을비와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까지 우천 취소된 뒤 치러진 경기에서 6전 전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1984년 한국시리즈가 처음이었다. 당시 전기리그 우승 팀이었던 삼성은 후기리그 우승 팀 롯데 자이언츠와 만나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는데, 3승3패에서 맞은 마지막 경기인 7차전을 앞두고 우천 순연됐다. 6차전에서 패한 삼성은 7차전에서도 최동원을 앞세운 롯데에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삼성은 1986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PO) 3차전, 1998년 LG 트윈스와 PO 2차전, 2001년 두산과 KS 2차전, 2006년 한화 이글스와 KS 2차전, 2012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KS 3차전 등 우천 순연된 경기에서 내리 패했다. 다행히 12년 뒤인 올해 PO에서는 가을비 징크스를 깼다. LG와의 2차전과 4차전이 비로 하루 씩 밀렸는데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KS에서는 웃지 못했다. 야속한 가을비였다. 광주=윤승재 기자 2024.10.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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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 4승 신화, 2001년 삼성 눈물…이번 KS 가을비의 향방은 [IS 포커스]

지난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삼성 라이온즈의 2024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은 폭우 탓에 6회 초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경기가 선언됐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역사상 서스펜디드 경기가 성립된 건 역대 12번째이며 포스트시즌(PS) 사상 처음. 22일 속개된 예정이었던 서스펜디드 경기와 KS 2차전도 23일로 밀렸다. 이 변수가 시리즈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흥미롭다.역대 KBO리그 PS에서 우천으로 경기가 순연된 건 21번(서스펜디드 경기 제외)이다. 1984년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롯데 자이언츠는 우천순연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시 삼성과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10월 8일 열릴 예정이던 KS 7차전이 우천으로 하루 밀렸다. 그 덕분에 에이스 최동원이 마운드를 밟았다.당시 최동원은 시리즈 1차전 완봉승(138구) 3차전 완투승(149구)에 이어 5차전에는 8이닝 완투패(125구)를 기록했다. 이어 6차전에도 구원 등판한 그는 5이닝(72구)을 소화했다. 예정대로 7차전이 열렸다면 등판 자체가 어려울 수 있었지만, 하루 휴식 덕분에 최동원이 출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9이닝 완투승(126구)으로 'KS 4승 신화'를 달성했다. 2001년 KS에서도 비가 두 팀의 운명을 바꿨다. 삼성이 시리즈 1차전을 승리한 뒤 2차전이 우천으로 순연됐는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준플레이오프(준PO)와 플레이오프(PO)를 거치면서 체력이 고갈된 두산 베어스로선 단비 같은 휴식이었다. 두산은 2차전부터 내리 3연승을 질주,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했다. 두산은 2~4차전에서 41안타를 폭발하며 삼성 마운드를 무너트렸다.2009년 두산과 SK 와이번스가 만난 PO 5차전도 빠질 수 없다. 당시 시리즈 1·2차전을 모두 패한 SK는 3·4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두산이 5차전 2회 김현수의 솔로 홈런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비였다. 2회 두산 김동주 타석에서 폭우가 내렸고, 1시간 19분을 기다린 끝에 노게임이 선언됐다. PS 노게임은 1998년 PO 1차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전력을 추스른 SK는 하루 뒤 열린 5차전에서 장단 19안타를 쏟아내며 14-3 대승을 거뒀다. PS 역대 두 번째 나온 리버스 스윕(5전 3승제 기준)이었다. 올해 가을야구에선 유독 우천순연이 많다. LG 트윈스와 삼성이 만난 PO에선 시리즈가 두 번(2, 4차전)이나 비로 연기됐다. 1차전을 패한 염경엽 LG 감독은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비가 와줬다"며 "우리에게 비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흐름도 바뀌지 않을까 한다"라고 반겼다. 그러나 LG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삼성에 무릎 꿇었다.광주=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10.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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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6전 전패' 가을비 징크스 겨우 깼는데, 첫 서스펜디드 불운도 극복할까 [KS 포커스]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PO)에선 두 차례 비가 내렸다.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차전과 잠실에서 계획된 4차전이 우천 순연으로 하루 씩 밀렸다. 삼성이 우천 순연된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다. 하늘이 삼성의 편을 들어줬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가을비는 유독 삼성에 야속했다. 이번 PO 2경기를 제외하고 역대 KBO리그 포스트시즌(PS)에서 경기가 우천 순연된 사례는 총 19차례 있었다. 이 중 삼성과 관련된 경기만 6경기. 삼성은 이 6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1984년 한국시리즈가 처음이었다. 당시 전기리그 우승 팀이었던 삼성은 후기리그 우승 팀 롯데 자이언츠와 만나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는데, 3승3패에서 맞은 마지막 경기인 7차전을 앞두고 우천 순연됐다. 6차전에서 패한 삼성은 7차전에서도 최동원을 앞세운 롯데에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1986년 PO에서도 그랬다. 당시에도 삼성은 전기리그 우승 팀으로서 후기리그 우승 팀 OB(현 두산) 베어스를 만나 PO 시리즈를 치렀다. 대구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승리 후 2차전에서 패한 삼성은 그해 10월 14일 잠실에서 3차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비로 하루 연기 됐다. 순연된 3차전에서 삼성은 OB에 또 패하면서 가을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1998년 PO에서도 삼성은 가을비를 이겨내지 못했다. 정규시즌 2위로 PO에 오른 삼성은 LG를 만나 대구에서 1차전을 치렀으나, 4회 초 도중 내린 비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당시 삼성은 3-4로 끌려가며 가을비의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이튿날 새로 열린 1차전에서도 3-7로 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2001년 정규리그 우승 팀 삼성은 두산과 KS 경기를 치렀다. 1차전을 승리한 삼성은 우천 순연된 2차전에서 두산에 패하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2006년에도 삼성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KS 무대에 올라 한화 이글스를 만났는데, 1차전 승리 후 2차전이 또 우천 연기 됐다. 그리고 연기된 2차전에서 삼성이 또 졌다. 2012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치른 KS에서도 가을비의 저주는 계속됐다. 대구에서 2연승을 거두고 문학으로 온 삼성은 3차전이 우천 순연되면서 또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하루 늦게 열린 3차전에서 패한 뒤 4차전까지 지며 어려운 시리즈를 이어가야 했다. 다행히 12년 뒤 2024년 PO에서 가을비 전패 징크스를 깼다. 하지만 KS에서 또 가을비 변수를 만났다. 이번엔 우천 취소도 아닌 PS 첫 서스펜디드 게임이다. 21일 1차전 6회 초 1-0 리드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돼 하루 밀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흐름이 끊겼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22일에도 비가 내려 하루 더 연기됐다. 변수다. 가을비 징크스를 깬 삼성이 이번에도 가을비 저주를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윤승재 기자 2024.10.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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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까지 던지고파" 쿠동원으로 돌아온 쿠에바스, 각오도 '쿠동원' 다웠다 [WC1 스타]

"한국시리즈(KS)까지 던지고 싶다."KT 위즈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돌아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쿠에바스는 다시 한번 KS 무대를 밟고 싶다. 쿠에바스는 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WC 결정전 1차전 최우수선수(MVP)는 단연 쿠에바스의 몫이었다. 반전이었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두산에 다소 약했다. 두산을 상대로 3경기에 나와 1승 2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하지만 빅 게임 피처답게 PS에서는 달랐다. 평균 140km/h 의 컷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사용하며 두산 타자들을 무실점으로 돌려 세웠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1년 타이 브레이커를 보는 듯했다"라고 극찬했다. 당시 쿠에바스는 나흘(2경기) 동안 217개의 공을 던지며 KT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1위 결정전에선 이틀 쉬고 등판해 7이닝 무실점 짠물 투구를 펼쳤다. KS 1차전에서도 7⅔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맹활약하며 통합 우승까지 견인했다. 가을만 다가오면 살아나는 쿠에바스가 올해도 변함없이 돌아왔다. 경기 후 만난 쿠에바스는 "감독님께서 좋은 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너무 즐겁고 재밌는 기억이지만, 오늘은 예전 경기를 생각하지 않고 던지려고 했다. 그런 생각으로 던져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큰 경기에 강한 비결에 대해선 "정규시즌 경기라고 생각하고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많은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최대한 차분하게 던지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6회를 마친 쿠에바스는 3루 더그아웃과 팬들을 보며 포효했다. 그는 "마지막 타자를 상대할 때 땅볼도 뜬공이 아닌 삼진을 너무 잡고 싶었다. 팀 동료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다"며 "내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면서 일깨우고 싶었다. 항상 응원해주는 정말 사랑스러운 팬들에게 제스처를 보낸 것도 있다"라고 돌아봤다. 쿠에바스는 이제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들을 응원할 예정이다. 그는 "(등판할 수 없기에) 내가 (그라운드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더그아웃 치어리더로서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다"며 "어제(5위 결정전)도 너무 신나고 재밌었다. 방방 뛰면서 선수들 때릴 정도로 정말 좋다. 내일도 그렇게 응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쿠에바스의 별명은 '쿠동원'이다. 故 최동원 선수가 1984년 KS에서 4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를 이끌어낸 것처럼, 가을야구에서 쿠에바스가 좋은 활약을 펼쳐준 덕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그의 각오도 '최동원'을 닮았다. "KS 끝날 때까지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는 쿠에바스는 "경기 수를 생각하지 않고, 승리한다면 몇 경기 나가는 건 신경쓰지않고 던질 수 있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4.10.0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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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새 단장한 사직, 김태형호 새 출발 롯데에 큰 힘 될까

롯데 자이언츠의 홈그라운드 부산 사직야구장이 내·외야 잔디 재정비를 마쳤다.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공사를 완료했다.롯데는 매년 사직-상동 이원화로 진행해 온 마무리 훈련을 이번에는 상동 2군 구장에서만 진행했다. 그라운드 정비 영향 때문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잔디 교체 및 보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구단 관계자는 "잔디 보식 작업을 마치고 현재 안착 단계"라고 전했다. 그라운드 잔디의 사용 연한은 최대 10년이다. 롯데는 2018년 말~2019년 초에 걸쳐 내·외야 잔디를 포함해 흙까지 전면 교체를 진행한 바 있다. 잔디 교체 시기가 다가오지 않았지만, 지난가을 공사를 진행했다. 구단 관계자는 "원래 내·외야 모두 하자가 발견된 곳만 정비하려다가 내야 잔디는 전면 교체했다. 외야는 이상이 발견된 곳만 보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수 취약 지역에 맹암거(매설 수로) 공사까지 진행, 잦은 우천에도 그라운드가 잘 관리되도록 정비했다. 그만큼 사직구장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았다. 2023년 전국 평균 강수량은 1740.3㎜로, 2003년(1861㎜)에 이어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장마철 강수량은 660.2㎜로 역대 세 번째였다. 더군다나 지난해 7월 14~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올스타전이 열렸다. 그라운드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면서 잔디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키움과의 후반기 첫 3연전에서 원정팀 이정후(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외야 수비 중 발목을 다쳐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눈에 띄는 점은 공사를 일찍 마쳤다는 점이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두 달에 걸쳐 공사를 진행했다. 이전에 각종 그라운드 재정비 작업 중에는 시범경기를 원정 경기로만 치르기도 했다.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방자치단체의 허락을 얻어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탓에 공사가 늦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선수단이 바뀐 그라운드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일찌감치 대비하고 준비에 나섰다. 구단 관계자는 "겨울철에 공사가 이뤄지면 추운 날씨에 잔디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더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잔디가 뿌리를 내릴 때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예년보다 일찍 공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사 시점을 앞당긴 것뿐만 아니라 양질의 잔디를 공급받고자 발품을 팔았다. 비시즌 선수단이 개인 훈련을 하러 사직구장에 나와 캐치볼과 러닝을 진행할 때도 잔디 안착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롯데 주장 전준우는 정비를 마친 그라운드 상태를 확인한 뒤 "지난해 잔디가 너무 안 좋았다. 배수도 잘 이뤄지지 않아 미끄러지는 등 부상 위험도 있어 경기력에 지장을 받았다"며 "선수들이 잘할 수 있게끔 주변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좋다.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그만큼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태형 감독 체제로 새출발하는 롯데와 사직구장이 산뜻하게 재정비를 마쳤다.이형석 기자 2024.01.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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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업? 부상? 우린 그런 거 몰라요, 쿠동원·벤자민은 달랐다

사나흘 휴식 후 등판, 하지만 선수는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던지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코치의 중재가 있을 땐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 홀가분하게 그라운드를 내려왔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은 그렇게 가을야구를 지배하며 팀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KT는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2차전에서 내리 패했다. 공교롭게도 외국인 원투펀치를 내보내고 얻은 결과였다. 야수 실책과 타선의 빈타가 겹치며 고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4·5차전에서 영웅이 됐다. 쿠에바스는 사흘 휴식 후 등판한 4차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반등했고, 벤자민도 닷새 만에 오른 5차전 마운드에서 5이닝 2실점 호투로 초반 흔들리던 팀을 안정시켰다. 닷새 미만의 휴식 후 등판은 투수들의 체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휴식 여유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리그에서 5~6선발 제도가 자리 잡은 것이 이 때문이고, 화요일·일요일에 등판하는 투수에게 항상 체력 이슈가 따라붙는 것도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령탑은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고, 선수들은 이를 수용했다. 그것도 1년 단기 계약으로 묶여 있는 외국인 투수들이 감독의 주문에 응했다. 최근 외국인 투수 관련해서 잡음이 계속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놀라운 일이다. KT는 올 시즌 가을야구에 진출한 다섯 팀 중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외국인 원투펀치를 가동할 수 있는 팀이었다. 5위 두산 베어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패배로 외국인 카드를 꺼내 들 기회조차 없었고, 3위 SSG 랜더스는 커크 맥카티, 4위 NC 다이노스는 에릭 페디가 부상 문제로 포스트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1위 LG 트윈스도 아담 플럿코가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출전 불발이 결정됐다. 이 중 몇몇은 태업 문제까지 겹치며 잡음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KT의 외국인 듀오는 달랐다. PO 시리즈를 완주했고 투혼도 빛났다. 1차전 75구 후 나흘 만에 등판해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쿠에바스는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책임진 최동원(전 롯데 자이언츠)의 이름을 딴 ‘쿠동원’이란 별명이 생겼다. 4차전 후 쿠에바스는 “다음 경기 땐 조금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더 던지고 싶었는데 뒤에 베테랑 선수들 믿고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두 경기에서 야수 실책을 네 차례나 겪으면서도 흔들림 없는 투구를 한 벤자민도 ‘대인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나흘 휴식이라는 힘든 일정에도 “더 던지고 싶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투혼을 펼쳤다. 그는 “나흘 휴식 후 등판은 힘들었지만, 마운드에서 차분하게 던진 게 팀원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이 많으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잘 준비했다”라고 덤덤해 했다. 두 선수의 희생은 최근 불거진 외국인 선수 태도 논란에 큰 울림을 선사했다. 실력부터 인성까지, KT는 효자외인의 희생과 활약 덕에 리버스 스윕이라는 마법을 일궈내며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11.0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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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쿠동원' 잡은 '페동열'은 여전히 역전 우승을 꿈꾼다

"한국시리즈(KS)까지 문제없이 올라가길 기대하고 있다."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는 지난달 30일 열렸던 KT 위즈와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지배했다.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1실점 호투로 KBO리그 포스트시즌(PS) 데뷔전에서 첫 승을 기록했다. 페디는 정규시즌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으로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3관왕을 차지했다. 다만 가을 데뷔가 다소 늦었다. 지난 17일 KIA 타이거즈전 투구 도중 타구를 맞고 팔뚝 부상을 입어서다. 이후 12일 동안 휴식하고서야 마운드로 복귀했고 호투로 기다린 값을 했다.상대가 윌리엄 쿠에바스(KT)였기에 더 뜻깊었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하고 리그 승률왕을 차지했다. 쿠에바스는 큰 무대에 더 강해지는 '빅 게임 피쳐'였다. 지난 2021년 KT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정규시즌 순위를 가르는 타이브레이커에 사흘 휴식 후 등판해 승리했고 한국시리즈(KS)에서도 1차전 선발로 나와 이겼다. 투혼과 활약 덕에 롯데 자이언츠 레전드 최동원 전 감독에 빗대 '쿠동원'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쿠동원을 막은 건 '페동열'이었다. 쿠에바스가 최동원을 소환했듯 페디도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의 해태 타이거즈 시절 위업을 불러냈다. 정규시즌 20승·200탈삼진과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3관왕을 동시에 이룬 건 1986년 선 전 감독이 역사상 유일했다.페디는 쿠에바스를 잡은 30일 경기에서도 다시 선 전 감독을 소환했다. 이날 그는 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55㎞/h에 달했고, 주 무기 스위퍼(49구)는 KT 타선을 압도했다. 헛스윙을 총 19개 유도했고 그중 17개가 스위퍼에서 나왔다. 강속구도, 결정구(횡변화구)도 선 전 감독을 연상하게 했다. 페디가 만든 탈삼진 12개는 지난 1989년 선동열 전 감독과 2020년 크리스 플렉센이 세운 종전 PO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11개)을 넘은 신기록이었다. 경기 후 페디는 "선동열의 이름이 많이 거론되는 걸 알고 있다"며 "항상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그를 닮아가려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NC는 정규시즌에서 4위에 그쳤다. 그러나 PS에서는 역전 가능성이 있다. 페디가 쉬는 동안 동료들이 3위 SSG 랜더스를 꺾었고, 이제 페디가 KT 상대로 귀중한 1차전 승리를 챙겼다. 페디는 "PS에 들어가기 전 많은 이들이 NC 다이노스를 약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다시피 5연승을 달리고 있다"며 "KS까지 우리 팀이 문제없이 올라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바랐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0.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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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맏형' '안경 에이스'가 꿈꾸는 절실한 가을걷이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8)이 '행복한 가을'을 기다린다. 박세웅은 지난 9일 발표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최종 엔트리(24명)에 포함됐다. 구창모(NC 다이노스) 최원준(KIA 타이거즈)과 함께 와일드카드로 뽑혔다. 평균 연령 23.2세의 젊은 대표팀에서 박세웅의 나이와 프로 경력이 가장 많다. 2014년 프로 입단한 박세웅은 벌써 10년 차다. 그는 "대표팀 최고참을 맡은 건 처음이다. 부담도, 책임감도 크다"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박세웅에게도 이번 대표팀은 절실하다. 지난해 가을 상무 야구단 입대를 포기해 항저우 AG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거나,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올 시즌 종료 후 군 복무를 시작해야 한다. 박세웅은 항저우 AG 투수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 12명 중 대표팀 경험이 가장 많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를 시작으로 2020 도쿄 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 다녀왔다. 국제대회에서 박세웅은 선발뿐만 아니라 불펜 투수로도 나선 경험이 많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표팀 내 전문 구원 투수가 적다는 평가에 대해 "6경기를 치르게 될 텐데 1+1 선발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는 컨디션도 고려했다. 박세웅은 4월 4차례 등판에서 1패 평균자책점 5.12로 부진했지만, 5월 이후 7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18로 호투했다. 박세웅은 태극마크에 진심이다. 지난 2월 WBC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보름 동안 소속팀 전지훈련 기간에 홀로 국내에 남아 훈련했다. 짧은 기간 인천-괌-인천-미국을 오가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훈련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웬만한 책임감 없이 내리기 쉽지 않은 결단이다. 박세웅은 WBC 일본, 체코전 2경기에 나와 6이닝 무실점으로 가장 잘 던졌다. 박세웅은 "국가를 대표해서 뽑힌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 지난 WBC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더 성숙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 합류 전까지, 또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후에는 '안경 에이스'의 역할에 매진한다. 최동원-염종석의 계보를 잇는 박세웅은 롯데의 토종 에이스를 맡고 있다. 지난가을에는 5년 총 90억원의 조건으로 구단 최초의 비FA(자유계약선수) 다년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롯데는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세가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5할대 승률을 훨씬 상회한다. 박세웅은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 야구는 2017년이었다. 당시 박세웅은 12승 6패 평균자책점 3.68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아직 그 기억이 선명하다. 다시 한번 부산 사직구장에서 그때의 함성과 기세를 올리고 싶다. 박세웅은 "팀이 상위권에 있는데 더 위로 올라가고 싶다. 그래서 (포스트시즌 때) 밑에서 올라오는 팀을 기다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3.06.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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