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단독]홍명보 전무,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대학대회서 팬들과 '포토타임'
홍명보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한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7일 강원 태백의 태백종합경기장에서는 '제56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백두대간기 결승 연세대와 용인대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발표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41명으로, 지난 2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기 이후 최초로 하루 400명을 돌파했다. 대한민국 전체가 긴장했다. 이 대회를 주최한 한국대학축구연맹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행스럽게도 이 대회는 철저한 관리 속에서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주최 측은 무관중 대회를 결정했다. 또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상태를 꼼꼼하게 파악했으며, 경기장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방명록을 작성하는 등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옥에 티'가 있었다. 축구협회 임원 자격으로 경기장을 방문한 홍명보 전무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악수와 포옹 등 신체접촉을 피하고, 타인과 2m 이상 거리를 두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 중 장소별 실천 수칙(야구장·축구장)에 이런 내용이 명시돼 있다. 대회 책임자와 종사자는 ▶사람 간 간격을 2m(최소 1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사람 간 접촉을 유도하는 행위 및 행사(하이파이브, 사인회, 악수회 등) 자제하기 등의 수칙을 지켜야 한다. 축구협회 주최·주관 대회의 코로나19 안전조치 및 대응 매뉴얼 축구장 내 행동 요령에도 격려 안 하기, 하이파이브 안 하기 등이 포함돼 있다. 홍명보 전무는 이를 명백히 어겼다. 그는 악수하고, 사진까지 찍었다. 전반이 끝난 뒤 하프타임, 홍명보 전무는 결승에 출전하는 팀의 라커룸 앞을 지나가다 대회 스태프로 보이는 한 팬의 사진 요청을 받았다.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자 스타 출신 홍명보 전무와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의 앞에서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홍명보 전무와 팬들의 '포토타임'이 열린 셈이다. 연이어 홍명보 전무는 이들과 악수했고, 사진도 찍어줬다. 심지어 '턱스크(턱까지 마스크를 내린 상태)' 상태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홍명보 전무는 결승에 출전하는 한 팀 선수단과 단체 사진을 찍었다. 축구장에서 외부인이 선수단과 접촉하면 안 된다는 건 기본이다. 심지어 같은 팀 선수들 사이에도 접촉을 제한한다. 방역 수칙에 따르면 ▶상대 선수와 악수를 자제하고 ▶훈련이나 경기 전·후 팀 동료들끼리의 하이파이브 등의 접촉을 멈추고 ▶선수 간 사회적 거리두기(2m)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경기장 곳곳에는 위 내용을 명시한 코로나19 예방 포스터가 붙어있다. 축구협회 대회위원회가 제작한 홍보물이다. 그리고 "경기장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해주십시오!"라는 방송 안내도 계속 나왔다. 그러나 한국 축구 최상위 기관인 축구협회의 핵심 임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홍명보 전무는 지난 달 고등부 전국대회 취소에 대해 설명하면서 "방역 당국 및 지자체와 협조해 코로나19 관련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대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홍명보 전무는 급여 일부 반납, 헌혈 등 코로나19 시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앞장서 실행한 바 있다. 태백=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2020.08.3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