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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한수] '해치지않아', 안재홍X강소라의 극한직업..기상천외 콘셉트가 팔 할
영화 '해치지않아'가 2020년의 '극한직업'을 노린다. 2019년 설 연휴 '극한직업'이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리며 코미디 영화 붐을 일으켰다. 2020년 설 연휴에도 '극한직업'의 대박을 닮아가려는 코미디 영화들이 대거 개봉한다. 설 연휴 한 주 전 개봉하는 '해치지않아'도 이들 가운데 하나다. '해치지않아'는 HUN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서사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작품. HUN작가는 제작진에게 "얼마든지 각색해도 좋다"는 의견을 전했고, 스크린 버전 '해치지않아'는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 버전 '해치지않아'는 '달콤, 살벌한 연인'·'이층의 악당'을 만든 손재곤 감독의 손에 재창조됐다.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쓴 손 감독은 코미디 전문가의 시선으로 명랑 만화 같은 명랑 영화를 만들어냈다. 출연: 안재홍·강소라·박영규·김성오·전여빈 감독: 손재곤 장르: 코미디 줄거리: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에 야심 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개봉: 1월 15일 한줄평: 기상천외한 탈을 쓴 평범한 코미디 별점: ●●○○○ 신의 한 수: '극한직업' 제작사의 신작이다. 여러모로 '극한직업'과 닮아있다. '극한직업'은 치킨 가게에서 잠복 근무를 하던 경찰들이 얼떨결에 맛집을 운영하게 된다는 기발한 설정으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이 한 줄의 줄거리만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 극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해치지않아' 또한 마찬가지다.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라니, 한 번쯤은 시선을 줄 만큼 기상천외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지 궁금해서라도 영화표를 사게 한다. 확실한 콘셉트로 단숨에 주목받으며 '인싸 영화'로 등극했다. 웃음은 주로 신스틸러들이 담당한다. 오버스럽지 않은 코미디를 추구한다는 손 감독의 연출 방향 아래 박영규와 김성오가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로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을 유발한다. 단순한 코미디 영화는 아니다. 코미디의 외피 안에 여러 메시지를 담았다. 문제와 한계를 떠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회사 대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안재홍의 모습에서 나는 흙수저의 향기는 어떤 직장인의 모습이기도 할 터이고, 남자친구에게 돈까지 빼앗기고 실연당한 전여빈의 이야기는 어떤 여성의 사연이기도 할 터이다. 이처럼 저마다의 사정은 다르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구석을 하나씩은 갖고 있다. 황당한 설정의 영화라도 마음이 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동물권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해치지않아'를 보고 난 후엔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눈빛이 달라 보일지 모른다. 신의 악수: 지나치게 올곧다. 웃음을 위한 잔재주를 부릴 법도 한데 117분 동안 정해진 길만 걸어간다. '극한직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맛과 약간의 몸 개그로 쉴 틈 없이 웃음 포인트를 제공한다면, '해치지않아'는 템포가 느리다. 느릿느릿 제 할 말만 한다. 잔재주도 없이, 느리기까지 하다. 잠깐의 지루함도 참기 어려운 요즘 관객들은 집중력을 잃기 딱 좋다. 덕분에 기대와는 다른 결과물일 수도 있다. 기발한 콘셉트는 사실 얇은 외피일 뿐. 알맹이가 그 기발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예상 가능한 만큼의 서사를 내놓는다. '콘셉트에 낚였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콘셉트가 팔 할인 이 영화에서 나머지 이 할이 부실한 셈이다. 총 제작비 약 100억원을 들인 작품. 그 제작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느끼긴 쉽지 않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1.16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