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홍이 영화 '해치지않아(손재곤 감독)'로 2020년 새해 극장가에 동물 바람을 일으킨다.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야심 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영화다. 지난 15일 개봉해 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새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정상의 자리를 꿰찼다.
이 영화에서 안재홍은 대형 로펌의 수습 변호사이자 야심만만한 동산파크의 새 원장 태수 역을 맡았다. 동물원 직원인 강소라·박영규·김성오·전여빈과 함께 동물 없는 동물원을 살린다. 안재홍과 닮은 북극곰 수트를 입고 벌컥벌컥 콜라를 마신다. 돌봐주고픈 짠 내 청춘을 많이 연기해온 그는 이번에도 역시 특기를 살렸다. 영화 '족구왕'의 만섭부터 '응답하라 1988' 정봉이를 거쳐 '해치지않아'의 태수까지 안재홍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1편에 이어...
-태수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태수가 가진 열등감이 어느 정도일지를 많이 생각했다. 로펌에 있을 때, 동물원에 있을 때, 태수가 가진 아이러니가 잘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태수 캐릭터 역시 안재홍의 전공인 짠내 청춘이다.
"'그 전 작품과 무조건 다르게 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재밌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개인의 욕심이 앞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재밌고 기발한 이야기를 잘 구현하고 싶었다. 태수라는 인물이 가진 발버둥 치려 하는 청춘의 얼굴을 표현하고 싶었다."
-실제 동물원에서 촬영했나.
"기장에 세트장을 만들었다. 그 외 공간은 블루스크린으로 작업했다. 전국에 있는 실제 동물원도 많이 찾아다녔다. 실제 동물원에 갔을 때는 민첩하게 찍고 빨리 나왔어야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은 무엇인가.
"태수가 콜라를 마시게 되면서 동물원이 절정으로 치닫는 장면이 기분 좋았다. 동물 없는 동물원이, 기력이 없는 동물원이 북극곰으로 인해 성취감을 느끼는 장면이 짜릿했다. 그 인물들이 해냈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 신들을 좋아한다."
-실제로 콜라를 많이 마셨나.
"'컷'하고 마셨다. 촬영장에 콜라가 진짜 많았다."
-기대했던 손재곤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너무 많이 본 사나이'라고 감독님의 중편 영화가 있다. 정말 좋아한다. 어떤 분이실까 궁금했다. 감독님도 실제로 말이 많이 없다. 한마디 하면 재미있다. 그런 면들이 작품과도 닮아있다. 감독님의 디렉팅이 명확해서 좋았다."
-신스틸러 박영규의 활약이 대단했다.
"박영규 선배를 보고 신기했다. 친해지면 '장인어른' 대사를 들어보고 싶었다. 진짜 영광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다. 실제로 우리 아버지와 동갑이다. 그런 배우와 한 앵글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순풍산부인과'를 지금 봐도 진짜 재밌지 않나. 시대를 초월한 레전드와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박영규 선배와 호흡을 맞추며, 어떤 대사나 연기를 준비하는 것보다 마음을 열고 받아들였다. 그 안에서 호흡하면 내가 모르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공이 어마어마하기에 흡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강소라와 호흡은 어땠나.
"이번에 처음 같이하게 됐다. 평소 성향이 재밌다. 본인이 가진 에너지가 많은 친구다. 덕분에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 각자의 가치관이 대립하는 장면에서도 분명해서 좋았다. 두 사람이 가진 가치들이 대립하는 순간이 좋았다. 태수 입장에서도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코미디 연기를 할 때 더욱 빛이 난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다른 장르보다 코미디 연기를 많이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더 잘하고 싶다. 더 재미있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박영규 선배 말처럼, 기분 좋은 웃음을 드리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 그렇지만 다른 장르도 많이 해보고 싶다. 못해본 장르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