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 강소라 “결혼, 제 경험으로 연기를 채웠죠” [IS인터뷰]
“제가 잘하는 연기와 해보지는 않았지만 잘 해낼 것 같은 연기, 두렵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연기를 수치로 매겨봐요. 이렇게 연기 스펙트럼을 5%, 10%씩 조금씩 늘려간다면 더 폭넓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배우 강소라가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밝히며 한 말이다.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으로 데뷔해 영화 ‘써니’, tvN 드라마 ‘미생’ 등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강소라는 어느덧 데뷔 14년 차 배우로 성장했다. 그러나 연기를 대하는 강소라의 태도는 아직도 첫 마음처럼 신중하며, 열정은 뜨겁다.지난 23일 종영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를 통해 무려 6년 만에 드라마 복귀에 성공한 강소라는 이혼 전문 법률사무소 두황의 스타 변호사 ‘오하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소라는 지난 6개월의 촬영 기간을 돌아보며 종영 소회를 전했다.“‘남이 될 수 있을까’가 이제 완전히 끝났네요. 그만큼 촬영하는 동안 행복했고, 배우분들과 너무 친해져서 수다 떠는 타임이 정말 좋았어요. 그걸 못한다는 아쉬움이 가장 커요.”
강소라가 연기한 오하라는 일할 때는 프로답지만 사랑에는 서투른 현실적인 인물.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솔직한 성격으로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면모를 함께 갖고 있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오하라는 다시금 인생의 동반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두황에서 전 남편 구은범(장승조)과 재회하며 혼란한 감정 변화를 겪는다. 강소라는 매회 시시각각 변하는 오하라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이끌어냈다.다만 강소라는 본인의 연기를 두고 100% 만족을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자신의 연기에 100% 만족하는 배우분는 아마 없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하며 웃어 보였다.“혼자서 ‘이럴 것이다’ 예측하고 연기를 하는데, 그 예측이 벗어날 때가 있어요. ‘감정을 120%까지 끌어냈어야 했나’ ‘80%까지만 보여줬어야 했나’ 하면서 늘 아쉬움이 남는 거죠.”극중 10년의 열애 끝에 결혼한 오하라와 구은범은 결혼 생활 2년 만에 끝내 이혼을 택한다. 오하라는 자녀를 원했지만 결혼 생활에 지쳐있던 구은범에게는 아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됐던 게 원인이었다. 결국 구은범은 ‘외도’라는 극단적인 이혼 사유를 만들며 관계의 종지부를 찍고 만다.이처럼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오해는 드라마 말미에서 풀리게 되지만, 오하라와 구은범은 끝내 깔끔하게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안타깝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현실적이다”라는 쪽도 있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슬픈 결말이죠. 하지만 드라마 전체로 봤을 때는 헤어지는 게 맞는 엔딩인 것 같아요. 하라랑 은범은 자기를 더 되돌아보고 객관화시키면서 성장을 해야 하는 인물이니까요.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해요.”‘남이 될 수 있을까’는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 간의 케미,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극 사실주의 로맨스’라는 호평을 들으며 막을 내렸다. 그러나 최종 시청률 2.2%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강소라는 시청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당연히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았겠지만, 첫 회보다는 시청률이 계속 올라갔다”며 시청층 증가에 초점을 맞췄다.“그래도 한 번 시작하신 분들은 놓지 않으시는구나 생각했어요. 끝까지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그리고 요즘에는 다시보기를 하는 분들도 많고, 12부작은 정주행하기 어렵지 않잖아요. 100%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극중 이혼 전문 변호사이자 이혼의 상처를 안은 여성을 연기했지만, 현재 결혼 3년 차인 강소라는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8월 연상의 한의사와 결혼하며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다. 강소라는 복귀작 ‘남이 될 수 있을까’를 통해 “결혼에 대한 무게감이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며 결혼 전과 후 달라진 연기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결혼을 하고 보니 촬영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어요. 실제로 경험과 상상은 깊이감이 다를 수 있는데, 예전에는 상상으로 채워야 했다면 지금은 제 경험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달까요.”또 강소라는 과거와 달리 결혼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건 자만이라 생각한다”고 심도있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나도 나를 완벽히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배우자에게 이해를 강요하거나 완전히 포용하고 감싸줄 수 있다는 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평생이 걸려도 완성할 수 없지 않을까요?”강소라는 ‘엄마’가 된 삶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결혼 8개월 만인 2021년 4월 예쁜 딸을 낳은 강소라는 그동안 육아에 집중하며 휴식기를 가졌다. 2020년 영화 ‘해치지 않아’ 이후 3년의 공백기를 가졌지만, 결혼과 출산은 오히려 강소라를 더욱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된 듯 보였다.“누군가가 저를 보고 닮을 수 있고, 저를 따라할 수 있다는 건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해요. 덕분에 저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저는 미완성된 부분도 많지만, 그걸 극복하고 스스로 성장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강소라가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다시 찾아온 것은 2017년 tvN ‘변혁의 사랑’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그동안 지상파 외에도 각종 OTT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촬영 과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강소라는 “저 때만 해도 밤새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면서 “지금은 주연이면 한 작품을 촬영하는 데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지금은 콘텐츠도 많고 플랫폼이 많아져서 배우들에게 기회가 많아진 것 같지만, 촬영 기간에 비해 방영 기간은 짧아졌어요. 또 작품이 잘 안됐을 때 타격도 더 커져서 그만큼 신중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고,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한 강소라는 끝으로 빠르게 흐른 세월을 실감하면서 “현장만 가도 다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도 대중에게 영화 ‘써니’의 의리 끝판왕 ‘춘화’의 이미지가 선명한 그녀지만 어느덧 대선배로 거듭난 강소라는 먼저 후배 배우들의 이름을 묻거나 챙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전에는 감독님이나 선배들이 제시해주는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제 생각과 주관이 중요해지고, 제 발언도 신뢰를 갖게 됐어요.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늘어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신중해지고, 천천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02.27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