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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해고 조항' 동의 없이 일방적 삽입해 노사 갈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최근 취업규칙 변경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전날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노조는 사측이 최근 취업규칙 하위 문서인 사내 정보보호 규정 및 지침을 근로자 과반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규정 위반과 관련해 '해고' 조항과 이른바 '3진 아웃제(3회 위반 시 자동 해고)'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인 징계 조항을 신설했다며 일방적 규정 변경으로 근로자들이 과도한 징계 위험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또 사측이 취업규칙에 없는 문서인 비밀 유지 계약서에 대한 내용을 담고 미 작성자에게는 시스템 접근 제한과 같은 불이익을 줬다며 노조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도 적법한 동의 절차 누락을 시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노조는 "사내 정보보호 규정은 2015년 제정부터 현재까지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이므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이 명백하다"며 노동청에 철저한 조사와 시정명령 등을 요청했다.노조는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내년 임단협 단체교섭을 조기에 개시할 것을 전날 사측에 요구했다. 올해 임단협이 지난 1월 시작돼 지난달 마무리된 상황에서 사측 대응에 따라 임단협 개시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노조 측은 9일 전 비밀 유지 계약서 철회와 취업규칙 불이익을 변경하도록 요구했지만 사측이 법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적극적인 대응을 회피하고 있다며 취업규칙(정보보호 규정)을 무단으로 개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령에 따라 2026년도 단체협약을 조기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단협안에는 직원 징계와 임원 평가 시 노조가 참여하는 방안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아울러 사측의 법적·윤리적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시 국가기관에 추가적인 신고와 조치도 취한다는 방침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은 관련 내용에 대해 “노동부 진정 사실에 대해 통보 받았고,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김두용 기자 2025.05.28 08:32
산업

식약처, 수입식품 규제완화 적용 시행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오는 15일부터 식품 제조용으로 수입한 원료를 다른 제조사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식약처는 수입식품 분야 규제개선 과제 2건을 적극행정위원회 의결을 통해 시행한다.이번 조치는 ‘식의약 규제혁신 3.0 과제’의 일환으로 산업계에 식품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에 앞서 지난달 29일 적극행정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심의 결과에 따라 식품 제조에 필요한 원료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하면, 다른 제조사에서 원료를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수입 원료의 용도변경 요건이 확대된다. 기존에는 식품 제조용 원료는 수입자의 폐업·파산 등으로 계속 사용할 수 없는 제한적인 경우에만 식약처의 용도변경 승인을 받아 다른 제조업소에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시기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어려워져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식약처는 이같은 식품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식품 제조용 수입원료의 용도변경 승인 요건을 “전쟁·감염병·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제조업체가 요청하는 경우”까지 확대해 원료 수급이 불안정한 시기에도 원활한 식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또한 영업자의 책임이 아닌 행정구역 개편 등으로 영업장 소재지 주소가 변경되는 경우 영업 등록 사항 변경 수수료(2만6500원)를 면제해 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키로 햇다.식약처는 “이번 제도개선이 우리나라 식품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합리적인 수입식품 안전관리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 2025.05.02 15:00
산업

면세업계, 면세주류 병수 제한 폐지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

면세업계가 면세주류 병수 제한 폐지로 인해 주류 판촉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날 자정 부로 여행자가 휴대하는 면세주류의 병수 제한(기존에는 2병)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2ℓ 용량 제한과 400달러 가격 한도만 지키면 개수와 관계없이 면세주류를 가져올 수 있다. 750㎖ 위스키 두 병에 추가로 500㎖ 한 병을 더 사도 면세 혜택을 받게 된 셈이다.면세업계도 이에 맞춰 발 빠르게 기획전을 펼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전 지점에서 주류 세트 제품과 저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신라인터넷면세점에서는 주류 2병 이상 구매 시 미니어처를 1달러에 제공한다. 500㎖ 저용량 주류도 최대 80% 저렴하게 선보인다.인천국제공항점은 3병 구매하면 최대 30% 할인 혜택을 준다. 또 주류 세트 상품을 구성해 최대 35% 할인한다.이밖에 서울점에서는 면세 한도 400달러 이하 세트를 선보이는 한편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신세계면세점도 온라인몰에서 90여종의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는 온라인 주류 기획전을 준비했다. 600㎖ 이하, 500㎖ 미만 저용량 주류 추천 상품은 최대 60%, 미니어처와 세트 추천 상품은 최대 51% 각각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선물용으로 수요가 높은 듀어스, 로열 살루트, 헤네시와 마오타이, 우량예, 양허, 수정방 등 중국 주류도 만나볼 수 있다.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주류 병수 제한 폐지로 중국 주류와 소용량, 미니어처 등 다양한 용량의 주류 제품 수요가 늘어 상품 다양화는 물론 판매 촉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김두용 기자 2025.03.21 13:52
프로축구

‘개막 D-2’ 알고 보면 좋을 K리그 변화…2025시즌 이렇게 바뀐다

2025시즌 K리그 대장정의 막이 오는 15일 열린다. 프로축구연맹은 새 시즌을 앞두고 국제 흐름에 발맞춰 변화를 외쳤다. 올해부터 바뀌는 점들을 알면 K리그를 더욱 재미나게 즐길 수 있다.가장 눈에 띄는 변동은 외국인 선수 제도다. 2025년부터 K리그는 아시아·동남아 쿼터를 폐지했다. K리그1 팀은 국적 무관하게 최대 6명의 외국인 선수를 등록할 수 있고, 4명을 경기에 한꺼번에 내보낼 수 있다. K리그2는 최대 5명까지 보유할 수 있고, 4명을 동시에 출전시킬 수 있다.국제 흐름을 고려한 변화다. 애초 K리그1에서는 외국인 선수 6명 중 아시아 선수 1명을 스쿼드에 포함해야 했고, K리그2에서는 동남아 선수와 아시아 선수 1명씩을 넣어야 했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24~25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는 팀들의 외국인 선수 등록 제한을 완전히 풀었다. K리그 역시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변화가 불가피했다.또 지난해 3월 축구 규칙 개정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승인한 뇌진탕 교체 제도를 도입했다. K리그 각 팀은 교체 인원수와 무관하게 뇌진탕 증상을 보이는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경기당 최대 1명을 추가 교체할 수 있고, 뇌진탕 교체 시행 여부는 팀 의료진이 결정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다양한 리그에서 도입한 ‘홈그로운 제도’ 역시 K리그에 뿌리내린다. K리그에서는 프로에 최초 입단하는 해를 기준으로 만 18세 전까지 3년 연속, 또는 총 5년 이상 국내 아마추어팀 소속으로 등록한 적이 있는 외국인 선수를 국내 선수로 간주한다. 한국 국적이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외국인 쿼터를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개막 전부터 주목받은 사무엘(FC서울)과 오세이(대구FC)가 홈그로운 제도를 활용해 프로에 직행한 첫 사례다.지난 시즌 화두였던 ‘잔디 문제’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는 연맹이 직접 경기장을 변경할 수 있다. 잔디 상태가 나빠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다면, 연맹은 홈과 원정 경기장을 바꾸거나 홈 팀에 제3의 경기장을 찾을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연맹은 “경기 수준을 높이고, 부상을 방지하는 것에 더해 경기장 관리 주체에 책임과 경각심을 부여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2025시즌 K리그1은 15일 오후 1시 포항 스틸러스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김희웅 기자 2025.02.13 09:37
축구일반

키커·키퍼·심판 모두 ‘얼음’…킥까지 걸린 시간 ‘86초’, 이런 PK 보셨나요

지금껏 이런 페널티킥은 없었다.한국 대학축구 대회에서 진귀한 페널티킥 장면이 나왔다. 볼을 페널티 스폿에 내려두고 골망을 가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89초. 기나긴 심리전 끝에 키커가 웃었다.지난달 21일 열린 선문대와 전주기전대의 제21회 1,2학년대학축구대회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 전주기전대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 양 팀 키커가 한 명씩 실축한 상황에서 선문대 4번 주자 전민수가 페널티킥을 차러 나섰다. 선문대가 2-3으로 뒤진 상황이라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전민수는 페널티 스폿에 볼을 천천히 내려두고 뒤로 물러서서 가만히 서 있었다. 대개 키커가 심리전을 위해 페널티킥을 늦게 찬다 해도 10초 안에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민수는 무려 86초간 가만히 서 있다가 그제야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이마저도 상대 골키퍼와 타이밍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순간 속도를 늦추며 볼까지 다가가 파넨카킥으로 마무리했다. 페널티킥은 오롯이 키커가 시작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다. 그 탓에 전민수가 멈춰 있었던 1분 30초 가까운 시간 동안 골키퍼와 심판도 얼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뒤돌아 있던 같은 팀 선문대 수문장 김동환도 골대를 쳐다보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관중석에도 긴장감이 돌다가 이내 술렁였지만, 킥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자 다시 조용해졌다. 이 경기를 생중계하던 유튜브 채널 라이브 채팅창만 바삐 움직였다. ‘시간제한’이 없냐는 지적도 나왔다.축구 규칙 개정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 경기 규칙서에는 승부차기와 페널티킥(제14조)에 관한 여러 상황과 그에 따른 반칙과 처벌 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페널티킥에서 킥을 하기까지 ‘시간제한’에 대한 룰은 없다. 실제 규칙서에는 승부차기에 관해 ‘경기가 끝난 후에 실시되며, 따로 명기돼 있지 않다면 관련 경기 규칙을 적용한다’고 적혀 있다.결과적으로 전민수는 룰을 잘 알고 활용해 팀에 승리를 안겼다. 전민수의 득점 이후 기세를 가져온 선문대는 6번 키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놓칠 수 있는 규칙도 숙지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도 중요하다고 일깨워준 대목이다. 본지는 이 장면에 얽힌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키커 전민수는 “골키퍼와 심리전이었다. 스릴을 즐기는 편이라 그냥 좀 오래 기다렸다. (페널티킥을) 차는 시간은 상관없는 거로 알고 있다”며 “무조건 결승 가서 승부차기하면 파넨카 킥을 차겠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다. 상대방이 고등학교 때 친구라 살짝 놀리는 식으로 준비했다. (상대 골키퍼가) 미친놈이냐고 하더라”라며 웃었다.전주기전대 골키퍼인 김수영은 K리그2 경남FC 유스팀인 진주고에서 전민수와 한솥밥을 먹었다. 김수영은 “전민수처럼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선수는 처음 봤다. 고등학교 때 친구였는데, 이 선수가 8강과 4강에서 어느 쪽으로 차는지 봤다. 오른쪽, 왼쪽 한 번씩 차더라. 킥할 때 발 모양을 보고 맞춰 뛰려고 했다”며 “원래 이렇게 차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너무 안 차길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거기서 내가 말렸다”고 털어놨다.이 경기를 관장한 박진욱 주심은 “나도 좀 당황스러웠다. 2018년부터 심판 생활을 하면서 이때까지 이렇게 오래 안 찬 키커는 없었다. 간과 배짱이 큰 것 같다”며 “제한 시간은 없다. 그래서 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승부차기에서 심판이 관여할 수 있는 건 없다. (일반 페널티킥에서도) 그건 똑같다”고 했다.전민수의 이채로운 승부차기 장면은 SBS Sports 유튜브 채널 ‘선문대 vs 전주기전대’ 경기 풀영상 2시간 57분 45초 지점부터 보면 된다.김희웅 기자 2025.02.06 10:45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세계 바둑 규칙도 하나가 되기를. 골프처럼

최근에 이름난 중국 바둑 선수가 대회 규칙을 연거푸 어겨 심판이 실격을 시킨 일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일로 한국과 중국 바둑계가 수 십 년간 쌓은 우호가 흔들릴 정도이다. 얼마 전에 치른 이름 있는 국내 바둑대회 결승전에서였다. 한국기원이 주관한 대회였고. 중국 선수는 따낸 돌 즉, ‘사석(死石)’을 바둑알통 뚜껑에 담지 않고 그 옆에 두었다. 한국기원은 사석을 ‘사석통’으로 정한 뚜껑에 담도록 대회 규칙을 정했다. 사석통에 담지 않으면 처음 위반할 때는 벌로 두 집을 매긴다. 벌을 받고도 다시 위반하면 실격이다. 사석을 어디에 두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정했느냐고? 이유가 있다. 한국 바둑에서는 집 수를 세어 승부를 가릴 때 즉, 계가(計家)를 할 때 사석이 중요하다. 따낸 돌을 상대방 집을 메우는데 쓰는 것이다. 그래서 형세를 판단할 때 현재 상대가 사석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상대가 사석 한두 개를 슬쩍 숨긴다면? 형세 판단에 착오가 생길 수 있다. 형세에 따라 전술을 바꾸는 바둑에서는 가볍게 볼 수 없는 빈틈이다. 설마 공식 대회에서 그런 짓을 하는 선수가 있겠느냐고? 골프 대회에서는 어떤가? 규칙에 허점이 있을 때 악용하는 선수가 정말로 없는가? 바둑도 골프처럼 아니 어쩌면 골프 보다 더 매너를 엄격하게 따지는 스포츠이다. 그래도 승부에만 연연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 바둑이 사석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바둑에서는 사석으로 집을 메운다. 그런데 중국 바둑에서는 사석은 빼고 집을 센다. 그래서 중국 선수에게는 ‘사석을 사석통에 넣어야 한다’는 규칙이 낯설 수도 있다. 세계 바둑 랭킹 1위 자리까지 올랐던 그 선수가 고의로 사석을 ‘제자리’에 두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무심코 한 행동 탓에 실격패를 당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큰 대회 결승전에서. 중국 바둑을 대표하는 중국기원은 그 대회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일로 한중 바둑 팬 사이에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 골프 투어에 참가한 선수가 골프 규칙 탓에 어이 없는 손해를 보는 일도 있을까? 다른 나라 골프 투어가 다르게 정한 골프 규칙 때문에 말이다. 정답은 ‘지금은 없다’이다. 정말 없느냐고? 그렇다. 지금은 없다면 과거에는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대표적인 것이 바로 ‘투 그린(two green)’에서 적용하는 골프 규칙이다. 한 홀에 그린이 두 개인 경우 말이다. 투 그린이면 하나는 쓰고 다른 하나는 닫아 놓는다. 쓰지 않는 다른 그린에 올라가면 그린 밖으로 꺼내 놓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일본 골프에서는 달랐다. 다른 그린에 공이 올라가도 그래도 플레이를 해야 했다. 당연히 꺼내 놓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던 한국 선수가 손해를 보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있는 공을 무심코 집어 올렸다가 벌타를 받은 것이다. 아예 사용하지 않는 그린 밖으로 꺼내 놓고 치기까지 했다가 잘못된 자리에서 플레이 한 것에 대해 더 큰 페널티를 받기도 했고. 이 허점 혹은 맹점은 이제는 없다. 규칙을 분명하게 고쳐서 그렇다.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놓인 공은 무조건 그린 밖으로 꺼내 놓고 치도록. 골프 규칙도 바둑 규칙처럼 나라마다 혹은 대륙마다 달랐던 적이 있다. 투 그린 규칙처럼 맹점도 있었고. 그래도 지금은 골프 규칙은 전세계가 하나이다. 세계 골프 규칙을 주관하는 두 단체가 수 십 년간 지혜를 모은 결과이다. 두 단체가 어디인지는 뱁새 김용준 프로 칼럼 애독자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이다. 한 때는 골프 공 규격에 대한 규칙이 달랐던 적도 있다. 크기와 무게에 대한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각자 대회를 치를 때는 문제가 없었다. 해당 국가 골프협회가 정한 규칙을 따르면 되었으니까? 문제는 영국과 미국 혹은 미국과 유럽이 각각 팀을 꾸려 대항전을 벌일 때였다. 번갈아 가며 대회를 열 때마다 시비가 일었던 것이다. 골프 공 규격을 비롯한 규칙 탓이 컸다. 물론 규칙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졸하게 서로를 비난하기도 했다. 더 작은 공을 쓰는 선수를 ‘사기꾼’이라고 비방하는 식으로 말이다. 공이 더 작으면 홀에 들어가기 쉬우니까. 그러던 것을 두 단체가 지혜를 모으면서 차이를 줄여갔다. 그리고 마침내 골프 규칙은 하나가 되었다. 두 단체는 정기적으로 머리를 맞대어 규칙을 고쳐나가고 있다.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이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바로 ‘골프 발전을 위해서’이다.최근 바둑 규칙이 빚은 논란은 증오로 이어지고 있다. 안타깝다. 세계 바둑계가 가슴을 열고 바둑을 발전시킬 계기로 삼을 기회인데 말이다. 골프가 걸어온 긴 여정처럼. 그리고 골프 규칙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땀 흘린 골프 선조와 골프 법률가에게 경의를 표한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5.02.05 08:16
프로야구

KBO, ABS 존 상·하단 0.6% 포인트 하향 조정, 피치클록 2025 도입 확정...체크 스윙 판독도 시범 도입

2024년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성공적으로 도입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5년에도 제도 보완 및 신규 도입에 적극 나선다. ABS존을 조정하고, 도입을 예고했던 피치클록 세부 규정을 확정했다.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도 퓨처스(2군)리그부터 시범 도입한다.▲ABS 스트라이크존 하향 조정KBO는 올시즌 세계 최초로 ABS를 도입하면서 스트라이크존을 타자 신장에 비례해 상단 56.35%, 하단 27.64%로 적용했다. 다만 신속하게 도입하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불만 섞인 반응도 나왔다. KBO는 보완을 위해 선수단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청취했고, 상단 스트라이크존 조정이 필요하다는 다수의 의견에 대해 검토를 진행했다. 올 시즌 경기지표, ABS 판정 존 비교 분석, 스트라이크 존 조정에 따른 예상 변화 등을 토대로 실행위원회는 2025 시즌부터 적용할 존 설정에 대해 논의했다.KBO는 그 결과 상단, 하단 모두 0.6% 포인트(신장 180cm의 선수의 경우 약 1cm) 하향 조정해 상단 55.75%, 하단 27.04%를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존의 크기는 변화없이 전체가 아래로 이동하는 형태가 된다. 존의 상단, 하단 외에 스트라이크 존의 중간면 및 끝면, 좌우 폭 등은 현행 유지된다.KBO는 기존 존보다 높게 형성됐던 부분을 손봤다. 지속적으로 시즌 중 진행한 전문가 TF 회의, 선수, 감독, 현장 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기존의 스트라이크존 보다 ABS 존이 높게 형성되는 부분을 조정 반영했다. 동시에 동시에 현재 리그의 타고투저 성향과 급격한 조정으로 추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고려해 결정했다.상단과 하단의 판정 변화는 올시즌 전체 투구 판정 중 약 1.2% 비율이다. 또한 내년 시즌 적용되는 하단 27.04% 비율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시범 운영 중인 ABS 존 하단 비율과 동일하다.▲2025 KBO 리그 피치클록 정식 도입 세부 규정KBO는 2025 시즌 KBO리그에서 정식 도입되는 피치클록의 세부 규정도 확정했다.KBO는 세부 규정은 제재의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신 팬들에게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기 위한 불필요한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또 국제대회에서 피치클록 확대 적용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적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KBO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 및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범위 내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를 위해 투수판 이탈 제한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KBO는 투수판 이탈을 제한하지 않는 게 경기 중 다양한 전략 활용을 유도하고, 자연스러운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메이저리그(2회), CPBL(3회)과 달리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타석 간 간격은 33초, 투수의 투구 간격은 주자 없을 시 20초, 주자 있을 시에는 25초로 확정했다. 타석당 타자의 타임 아웃 횟수는 2회까지 허용하기로 했다.이 외에도 ‘투구 간격-주자 있을 시’ 항목도 메이저리그(18초), CPBL(25초), 2024 KBO 리그 시범운영(23초)과 비교해 완화된 25초로 설정했다.이닝 교대 시간과 투수 교체 시간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조정했다. 이닝 교대 시간은 현행 2분에서 2분 10초로 늘고, 이닝 중 투수 교체 시간은 2분 20초에서 2분 10초로 10초 당겨졌다.KBO는 이 밖의 항목도 MLB, CPBL 등 해외 리그 사례를 참고했다. 이후 TF 회의를 거쳐 취합된 현장 및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KBO리그에서의 가장 적합한 적용 시간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체크 스윙 비디오판독 퓨처스리그 시범 도입KBO는 현장에서 도입 의견이 제기된 체크 스윙의 비디오판독 대상 플레이도 추가한다. 2025 시즌 KBO 퓨처스리그 일부 구장에서 시범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체크 스윙 판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타자가 투수의 투구한 공을 타격하려는 의도로 배트를 휘두르는 동작을 할 때, 그 여세로 인해 배트의 각도가 홈플레이트 앞면과 평행을 이루는 지점 보다 투수 방향으로 넘어갔을 때 심판은 스윙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타자석 옆면 기준으로 KBO 90도, 애리조나 교육리그 135도)KBO는 관련 규정 마련을 위해 현장 의견 수렴 및 현장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8월부터 일부 구장에서 체크 스윙 판독 카메라를 설치 시범 운영했고 확보한 영상으로 활용 적절성을 검토해왔다. 또한, 시즌 중 미국, 일본 등 해외 리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11월에는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시범 운영중인 ‘체크스윙 챌린지’의 조사를 위해 심판위원과 담당 직원이 현지에 파견돼 조사 및 분석에 임했다.조사 결과 미국에서도 판정의 정확도 및 완성도 측면에서 시간을 두고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도입에 매우 신중한 입장임을 확인했다.이를 토대로 KBO 운영TF에서 내, 외부 전문가와 선수 대표 의견을 수렴해 곧바로 KBO 리그에서의 도입은 유보하고 KBO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도입이 최종 확정됐다.단, 각 구장별 카메라 설치의 환경적 차이로 인해 장비 설치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퓨처스 구장을 선정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타자 주자의 1루 3피트라인 규칙 주자의 주로 범위 확대기존 홈에서 1루 베이스 후반부 그라운드에 그어진 3피트 레인 안쪽으로 뛰어야 했던 규칙을 1루 페어지역 안쪽의 흙 부분까지 달릴 수 있게 확대 적용키로 했다.해당 규칙은 메이저리그에서 올시즌부터 개정한 내용으로, 주자의 주로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우타자가 겪던 불편함과 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단, 잔디를 밟고 뛰었다고 해서 반드시 주자 아웃은 아니며, 내야 잔디 부분을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규칙 위반 아웃 처리하기로 했다.이를 위해 현재 구장별로 상이한 1루 파울라인 안쪽의 너비를 내년 시범 경기 전까지 모든 구장이 동일하게 맞춰지도록 조정하기로 했다.규칙 개정은 KBO 규칙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차승윤 기자 2024.12.04 17:30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KPGA투어 역사상 최초의 지연 플레이 벌타 사건

“위원님, 저 그날 뛰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3년 전 어느 날이다. 한국프로골프투어(KPGA투어) 대회에서 만난 최호성 프로가 뱁새 김용준 프로에게 말했다. 이른바 ‘낚시꾼 스윙’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스윙을 가진 그 최호성 프로 말이다. “미안합니다. 그날 많이 힘들었지요?” 뱁새도 최 프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뱁새 김 프로는 그 때 KPGA투어 경기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둘은 그 전 주에 연 대회 이야기를 한 것이다. “저도 내일 모레 쉰 살입니다” 낚시꾼이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모범을 보여주셔서요”라고 뱁새가 답했다.그 전 주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대회 마지막 날 후반에 최호성 프로가 속한 조는 앞 조와 간격이 벌어졌다. 최 프로가 속한 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경기 진행이 더뎠다. 그 다음 조 역시 앞 조와 두 홀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 시간에 대회를 마치기 어려웠다. 제 시간이란 골프 채널이 배정한 중계시간을 말한다. 독촉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늑장을 부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페널티를 부과하는 수밖에. 2018년 12월31일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지연 플레이를 해도 말이다.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으면 실격을 시킬 수는 있었다. 그러나 벌타를 부과할 수는 없었다. 골프 규칙에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년 새 골프 규칙이 발효하면서 바뀌었다. 지연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 페널티를 부과할 근거가 생긴 것이다. 플레이어의 행동 수칙이라는 조항에 근거를 둔 것이다. KPGA도 이 조항에 근거를 두고 늑장 플레이를 하면 벌타를 부과할 수 있게 투어 규칙을 개정했다. 그래도 차마 단번에 벌타를 부과하지는 못했다. 일단 경고를 주고 두 번째 지연 플레이를 하면 그제서야 1벌타를 부과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더 엄격하게 바꾸었다. 경고 없이 바로 벌타를 줄 수 있게 말이다. 이 조항은 현대 골프의 숙제인 경기 속도를 높이는데 큰 효과가 있었다. 독촉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선수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골프 정신을 지키는 선수라면 벌타를 주네 마네 하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뱁새는 최호성 프로 조를 독촉했다. 물론 그 조 선수 모두가 한 홀 티샷을 마친 다음에 말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최호성 프로가 뛰었다. 그 조에는 우승을 몇 차례 한 문도엽 프로도 있었다. 뱁새는 잠깐 주저하는 문 프로를 다그쳤다. “최호성 프로도 뛰는데 문 프로는 안 뛸 거야?”라고. 그랬다. 그 해 K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나이가 두 번째로 많은 최호성 프로가 뛰는 것은 좋은 본보기였다. 문도엽도 날쌔게 뛰면서 플레이를 했다. 문제는 그 다음 조였다. 이미 그 전날 지연 플레이로 경고를 한 차례 받은 선수가 그 조에 속해 있었다. 그는 김주형 프로였다. 전날 경고도 불가피했다. 같은 조에서 플레이 하는 선수가 뱁새를 보자 자신의 손목 시계를 가리키며 속이 터진다는 시늉을 했다. 그 조는 앞 조와도 간격이 많이 벌어져 있었다. 뱁새가 재 보니 아니나 다를까 플레이 시간이 길었다. 주의를 줘도 김주형 선수 플레이는 빨라지지 않았다. 결국 선수마다 플레이 시간을 재서 기록하고 경기위원장과 상의하고 경고를 주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튿날 또 김 프로가 속한 조가 앞 조와 간격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주의를 다시 줄 의무는 경기위원에게 없었다. 그래도 우선 독촉을 했다. 그러나 두 홀이 지나도 앞 조와 간격은 오히려 벌어졌다. 이제 그 조 선수마다 각각 플레이 시간을 재는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선수는 골프 규칙이 정한 시간 안에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김주형 선수는 그 시간을 한참 넘겼다. 어쩔 수 없는 악역을 뱁새가 맡게 되었다.김주형 프로에게 ‘지연 플레이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한국 남자 프로 골프 투어 사상 첫 지연 플레이로 인한 벌타 사건이었다. 한 번 벌타를 받은 선수가 다시 지연 플레이를 하면 2벌타를 부과했다. 그 해 규칙을 그랬다. 한 시즌 내내 누적해서 말이다. 뱁새는 그 일을 계기로 김주형 프로가 마음을 고쳐 먹기를 바랐다. 그러나 뱁새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다. 대회가 끝나고 천철호 경기위원장에게 들은 이야기는 참담했다. “뱁새야, 나 오늘 김주형에게 혼났다” 경기위원장이 뱁새에게 말했다. “해외 투어를 많이 뛰어 보았지만 이런 일은 없다”라는 말을 하면서 경기위원장에게 벌타에 대해 항의했다는 것이다. ‘해외 투어를 많이 뛰어 보았지만’ 이라니. 그 때 김주형 선수 나이는 만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 언론사 골프 담당 기자가 뱁새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아시안 투어에 같이 뛴 선수에게 물어보았는데 김주형 선수가 플레이가 느리지 않다고 하는데요”라고 하면서 뱁새를 추궁하는 듯한 전화였다. KPGA투어 경기위원이던 뱁새가 ‘어떤 선수가 아시안투어에서 느린지 안 느린지’ 어떻게 알 것인가? 골프 규칙대로 판정을 했을 뿐이지. 그리고 이듬해 김주형이 아시안 투어에서도 지연 플레이로 벌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뱁새는 이 사건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김주형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놓치고 분풀이로 골프장 라커를 파손해서 KPGA가 상벌위원회를 열어 경고를 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다시 떠올렸다. 이번엔 그가 KPGA 상벌위의 경고 징계를 겸허히 받아들었을 거라 믿는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4.12.0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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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로컬룰 돋보기] <6-완> 따라갈 건 따라가고, 앞서갈 건 앞서가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야구 경쟁력 강화에 몰두 중이다. 끝없이 고민하고 룰을 개정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규칙과 달리 KBO의 야구 규칙과 운영은 과거에 머무르곤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규칙과 운영 측면에서 한국 야구, MLB,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의 야구가 어떻게 다른지 독자들에게 소개한다.야구 규칙은 정적인 존재가 아니다. 정치학의 ‘사회계약론’이 말하듯 규칙 혹은 제도는 사람이 합의해 만들어 낸 소중하고 합리적인 결과물이다. 1845년 최초의 성문화된 야구 규칙이 탄생한 이래 한 세기 반이 넘는 기간 동안 경기의 변화에 따라, 공정함에 대한 야구인의 인식에 따라, 그리고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에 따라 규칙이 바뀌면서 현재에 이르렀다.그런데 특이하게도 야구엔 다른 종목과 달리 세계 모두를 통괄하는 규칙이 없다. 세계 야구를 주관하는 WBSC는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농구의 국제농구연맹(FIBA)처럼 구속력 있는 세계 공용의 규칙을 제정하지 않는다. MLB의 규칙인 Official Baseball Rules(OBR)가 세계의 규칙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공식야구규칙의 기본도 OBR이다. WBSC 또한 2023년 이전까지는 OBR에 로컬룰을 몇 개 추가해 운영하다 2023년이 되어서야 자체적인 규칙책을 발행했다. 다만 각 나라 협회가 자국 대회를 운영할 때 OBR 혹은 WBSC 규칙을 따를 의무는 없다. 실제로 OBR에 있는 규정 중 MLB 운영과 관련된 규정들은 한국의 실정과 맞지 않는다. 반대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입이 늦는 대신 전에 없던 룰을 도입해 보는 거다. 필자는 한국 야구가 다른 어떤 리그보다도 공정한 판정을 갈망해 왔다고 본다. 한국 야구는 이 부분에 있어 누구보다도 빠르고 확실하게 움직였다. 야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세계 그 누구보다도 과감하게 기계에 모든 것을 맡겼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시범 운영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올해 바로 1군 무대에 도입했다. 고교야구에서는 그보다 1년 더 빠른 2023년부터 ABS를 사용했다.비디오 판독 대상이 더 다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O는 비디오 판독을 더 일찍 도입한 MLB와 다르게 내야 타구의 파울 여부와 파울팁까지 비디오 판독 대상이다. 이와 함께 종종 논란을 일으키는 3피트 레인 수비방해 또한 MLB에서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선 판독 대상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올해 화두에 오른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도 MLB보다 먼저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ABS가 도입되면서 체크 스윙 판독의 여지도 열린 상태다. ABS 도입으로 공식야구규칙 8.02(a)가 완전히 무력화됐기 때문이다.공식야구규칙 8.02(a)는 페어/파울, 스트라이크/볼, 아웃/세이프와 같은 심판원의 판단이 들어가는 재정이 최종이라는 구문이다. KBO리그에서는 챌린지 방식이 아닌 전자동 ABS가 도입되면서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심판에게서 기계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스트라이크/볼 판정 중 하나인 체크 스윙 판정 또한 심판 재정이라는 이유로 최종 결정이 되기 어렵다. 문제는 규정상 기준이다. 프로 단계에서 체크 스윙이 무엇인지 한 번도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야구(NCAA)에서만 체크 스윙이 무엇인지를 정의한 바 있다. 타자의 손목이 틀어졌는지, 배트와 공이 교차했는지, 파울선의 연장선을 배트가 넘었는지 여부가 거론되지만 모두 하나의 이론에 불과하다. 정확한 기준이 없다면 판독을 진행할 수 없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이제 규칙을 잘 만들고 적용해 지금까지와 반대로 규칙을 '수출'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동안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갈망해 온 한국 야구계의 생각이 하나로 모일 때다. 물론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체크 스윙 정의가 무엇인지 이전에 프로와 아마추어가 같은 규칙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 규정이 저마다 다른 미국과 달리 한국은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공동으로 공식야구규칙을 발행한다. 만약 중계 카메라 등 프로야구에만 있는 인프라만 고려해 규정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아마추어 야구에서 체크 스윙 규정은 책에만 있고, 실행은 불가능한 죽은 규칙에 그치게 될 것이다.실례로 NCAA는 체크 스윙 규정 도입 당시 현장 심판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준 하나를 탈락시켰다. 2010년까지 NCAA의 체크 스윙 기준은 ① 배트의 배럴 끝이 타자의 골반 앞을 통과한다, ② 배트의 배럴 끝이 홈플레이트의 앞쪽 변을 통과한다 두 가지였다. 문제는 ②의 경우다. 타자를 측면에서 촬영했다면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파울선 위에 선 1루와 3루심이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결국 2011년부터 이 기준은 사라졌다.KBO리그에서 활동하는 심판은 상당한 시간 전문교육을 받은 고급 인력이다. 설사 이들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판정하지 못했더라도, 프로 리그인 만큼 판정을 보조하기 위해 카메라로 다시 판정할 기회가 있다. 반면 아마추어에선 프로와 동일한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프로와 아마추어가 각기 다른 규칙에 근거해 경기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단기간에 아마추어를 위한 규칙을 신설하는 것은 쉽지 않을 거로 보인다.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국 야구가 먼저 체크 스윙을 규정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한다면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분명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도 여러 차례 봉착하겠지만, 이를 잘 견디고 이겨낸다면 한국야구 로컬룰이 세계 규칙이 되는 날이 올 거로 기대한다. <끝>이금강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광역 세인트루이스 심판협회 심판 2024.11.05 09:46
프로야구

[한국야구 로컬룰 돋보기] <5> 우리나라에서도 오타니를 허하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야구 경쟁력 강화에 몰두 중이다. 끝없이 고민하고 룰을 개정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규칙과 달리 KBO의 야구 규칙과 운영은 과거에 머무르곤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규칙과 운영 측면에서 한국 야구, MLB,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의 야구가 어떻게 다른지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현재 지구상 최고의 야구선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라 답할 것이다. 오타니는 2023년 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주역이다. MLB에서 만장일치 MVP를 두 번(2021·2023) 받은 선수는 유구한 역사에서 오타니가 유일하다. 2024년에는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타격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타니는 베이브 루스(1895~1948)를 제치고 소위 '이도류', 투구와 타격에서 모두 걸출한 선수를 말하는 대명사가 됐다. 오타니는 데뷔 때부터 MLB에 광풍을 일으켰다. 그가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매우 뛰어난 활약을 펼친 덕분에 당시 MLB 사무국은 두 가지 측면에서 야구 규칙을 손봤다. 하나는 2020년 추가된 투타겸업 선수를 별도로 분류하는 규칙이다. 다른 하나는 1973년 만들었던 지명타자 제도의 대폭 수정이다. 무려 49년 만의 일이다. 2020년 MLB는 정규 로스터에 등록할 수 있는 투수 숫자를 최대 13명으로 설정하면서 동시에 이들만 정식 경기에서 던질 수 있도록 규칙을 신설했다.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올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로 제한했다. 연장전에 돌입했을 때, 6점 이상으로 벌어졌을 때, 투타겸업으로 등록된 선수일 때다. 투타겸업 선수 조건도 정했다. 한 시즌 투수로 20이닝을 던지면서 20경기에서 3타석 이상씩 출전해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 자격은 조건을 달성한 당해와 다음해까지 유지된다. 도입 당시 MLB에서 이 자격을 갖춘 선수는 오타니가 유일했다. 2022년엔 오타니를 위한, '오타니 룰' 규칙 변경이 더해졌다. 2021년 4월 5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는 아메리칸리그 팀으로는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지명타자를 사용하지 않은 팀으로 기록됐다. 당시 선발 등판했던 오타니는 2번 타자로도 나섰다. 당시 그는 투수로 4와 3분의 2이닝을 던지고 등판을 마친 그는 타자로도 3번의 타석만 소화한 상태에서 출전을 마무리했다. 등판을 마쳤다는 이유로 4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빠진 거다.그렇게 '오타니 룰'이 도입됐다. 새 규칙이지만, 미국에선 낯선 개념이 아니었다. 미국 대학 리그(NCAA) 규칙에서는 지명타자를 쓰면서도 9명의 선수로 경기를 시작할 수 있는 규칙이 존재해서다. 이는 'P/DH' 혹은 '지명타자 겸업 투수'로 불린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더라도 타석에서는 계속 뛸 수 있는 게 골자다. P/DH 규칙은 미국 고등학교 리그(NFHS) 규칙에서도 2020년부터 도입됐다. NFHS는 NCAA보다 한 술 더 뜬다. 투수가 아닌 다른 야수에 대해서도 지명타자를 선택할 수 있다. P/DH 규칙은 현재 MLB 룰과 비슷하다. 선발투수 오타니가 3번 타순에 P/DH로 라인업에 등재됐다고 가정하자. 오타니가 6이닝 투구 후 다른 투수 A와 교체되더라도 오타니는 3번 지명타자 자리를 유지하면서 경기에 계속 나설 수 있다. 다만 투구를 마친 오타니가 다시 투수로 등판할 수는 없다. 투수에서 곧바로 다른 수비위치로 바뀌지 않는 이상 야수로 출전할 수도 없다. 물론 오타니 같은 선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모래 속의 바늘과 같은 존재다. MLB에서도 수많은 선수가 최상위 단계에서 투타겸업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도입 3년 차인 2024년에도 '오타니 룰'은 여전히 그만을 위한 규칙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오타니 룰'은 우리에게 무의미한 규칙일까? 우리나라는 MLB가 2020년 도입한 투타겸업 선수에 대한 규칙과 2022년 도입한 지명타자 겸업선수 조항을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전자는 MLB의 고유한 로스터 규칙과 연관된 것이기에 우리나라 야구 실정엔 맞지 않는다. 만약 KBO의 어떤 구단이 투타겸업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려고 한다면, 야구규칙이 아니라 KBO 규약 부분을 손봐야 할 필요는 있겠다. 후자는 다르다. 공식야구규칙은 KBO와 KBSA가 주관하는 대회 모두를 위한 규칙이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동일한 규칙책을 사용해 경기를 진행한다. KBO리그에서는 투타겸업 선수의 등장이 현실성이 없겠지만, 아마추어에선 유효할 수 있다. '한국의 오타니'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우리나라 아마추어에선 투수가 그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운동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가 어떤 분야든 좋은 성적을 내기 때문이다. 이승엽, 추신수, 이대호부터 나성범, 강백호, 김건희, 전미르 등은 모두 고교 시절 투타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바 있다.경북고 시절 투타겸업으로 이름을 알린 전미르의 2023년 기록을 살펴보자. 경북고는 2023년 4월 1일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충암고전에서 전미르를 선발투수이자 6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전미르는 5와 3분의 2이닝 4실점한 뒤 1루로 수비 위치를 옮겨 남은 경기를 소화했다. 대신 1루수를 보던 7번 타자 정희찬이 구원 투수 이승헌과 교체됐다. 만약 P/DH 규칙이 있었다면 전미르는 수비 출장 없이 타격만 했을 거다. 구원등판 한 이승헌도 타격하지 않고 투구만 할 수 있었다.P/DH 규칙은 투타에서 뛰어난 선수를 경기 끝까지 활용할 수 있다. 또 선수 기용에서도 다양한 전략이 가능해진다. 경기를 9명으로 시작해 10명으로 마칠 수도 있고, 잦은 포지션 변경 없이 경기를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국제대회에서 P/DH 방식이 도입될 수 있다는 점고 고려할 부분이다. WBSC 주관 대회에서는 P/DH방식이 허용된다. 당장 다가오는 프리미어12 외에도 다른 연령별 대회에서 P/DH를 마주할 수 있다.현실적으로 '한국의 오타니'를 볼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P/DH규칙은 '혹시'라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김성한 이후 프로에서 투타 모두에서 기록을 남길 선수가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 꿈나무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길을 열어서 나쁠 건 없어 보인다.이금강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광역 세인트루이스 심판협회 심판 2024.09.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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