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조롱 받은 스킵 동작 재연...황성빈, 올스타전 빛낸 쇼맨십 [IS 피플]
자신의 흑역사마저 웃음 도구로 승화하며 넉살을 보여줬다. 전반기 KBO리그 '히트상품' 황성빈(27·롯데 자이언츠)이 올스타전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했다.
황성빈은 지난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했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베스트12 선정 결과에선 드림 올스타 외야수 부문 총점 4위에 올라 뽑히지 못했지만,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가 부상을 당한 덕분에 차점자 자격으로 나서게 됐다. 화끈한 퍼포먼스를 예고한 황성빈은 6일 본경기에 앞서 진행된 '썸머레이스'부터 참가했다. 사전 공모로 선정된 팬들과 한 조를 이뤄 릴레이로 장애물을 통과하는 이 이벤트에서 결승까지 올라 롯데팬에 추억을 선사했다.
본경기에선 드림 올스타 9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뒤 3회 말 첫 타석부터 장내를 달궜다. 유명 배달앱 라이더를 연상케 하는 복장에 시그니처 색(민트)으로 도색한 스쿠터를 타고 등장한 것. 헬멧에는 '배달의 마황'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그는 올 시즌 빠른 발과 허슬 플레이로 누상을 휘저으며 '마황(마성의 황성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투수 김영규(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내야 안타를 치고 출루한 황성빈은 누상에서 두 다리는 지면에 붙인 채 상반신만 까딱까딱 움직이는 스킵 동작을 보여줬다. 이는 3월 26일 광주 KIA 타이거전에서 1루 주자로 나선 그가 좌투수 양현종을 흔들기 위해 시도했다가, '비(非) 매너' 논란을 자초했던 모습이다. 당시 이 동작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번졌고, 다른 팀 선수들이 따라 하며 희화화된 바 있다. 이걸 당사자가 더 요란스럽게 재연한 것. 마운드 위 김영규, 포수 박동원(LG 트윈스)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야구팬도 마찬가지였다.
황성빈은 4회 초 수비에 돌입할 때도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좌측 외야 파울 지역에 마치 주문을 기다리는 배달원처럼 대기하다가, 팀 선배 투수 박세웅이 등판하자 '신속 배달'이라는 문구가 적힌 철가방을 들고 마운드로 향했다. 두 선수가 거스름돈을 두고 실랑이 하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다.
황성빈은 실시간으로 진행된 베스트 퍼포먼스상 팬 투표에서 9만7447표, 과반이 넘는 득표율(51%)로 수상자가 됐다. 그는 "웃기고 싶은 욕심이 컸다. 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신 것 같아서 부족한 시간을 내서 열심히 준비했다"라며 설명했다. 이어 '뛸까 말까' 동작을 재연한 것에 대해서는 "앞에 주자가 없어야 했고, 상대 투수는 좌투수여야 할 수 있었다. 하늘이 도운 것 같다"라고 웃었다. 화끈한 쇼맨십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황성빈은 행사 내내 동료애를 드러내 박수받기도 했다.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에레디아의 유니폼을 사전 이벤트뿐 아니라 선수단 입장을 할 때도 들고 나선 것. 이름이 보이게 펼쳐 보이기도 했다. 에레디아도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즌 초반 백업이었던 황성빈은 롯데가 8연패를 끊은 4월 1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활약하며 출전 기회를 늘려갔고, 주전으로 도약했다. 전반기 출전한 65경기에서 타율 0.349·57득점·34도루를 기록했다. 도루 2위, 득점 7위에 올라 있다. 황성빈은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개인 성적은 전혀 욕심이 없고, 프로 데뷔 뒤 한 번도 밟지 못한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후반기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7.08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