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동빈, 순환출자 고리 끊었지만…롯데, 일본 기업 꼬리표 여전
오는 4월 75만 개에 달하던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0개로 완전 해소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일본 롯데홀딩스가 여전히 버티고 있어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딱지는 떼지 못했다. 4월 롯데 순환출자 고리 75만 개→0개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 및 6개 비상장 계열사는 오는 2월 27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롯데지주와 롯데지알에스ㆍ한국후지필름ㆍ롯데로지스틱스ㆍ롯데상사ㆍ대홍기획ㆍ롯데아이티테크는 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6개 비상장사 투자사업 부문을 롯데지주에 통합하기로 하는 분할합병을 결의했다.이번 결정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6월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공표한 데 따른 것이다.롯데는 지금까지 75만 개에 달하는 복잡한 순환ㆍ상호출자 고리를 갖고 있었다. 이 사실은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5년 7월 신 회장과 그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에서 터진 경영권 분쟁인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만천하에 알려졌다. 경영권을 두고 형제끼리 싸우다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룹 최대의 치부가 드러난 것이다.이에 신 회장은 2015년 8월 순환출자 해소를 처음 언급했다. 당시 신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순환출자도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신 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롯데쇼핑ㆍ롯데칠성음료ㆍ롯데푸드 등 4개 상장사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분리하고 투자 부문을 합병해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지금까지 롯데는 2014년 416개였던 순환출자 고리를 13개로 줄였고, 작년 11월 롯데칠성ㆍ롯데푸드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지주 지분을 추가 처분해 순환출자 고리를 11개로 대폭 줄였다.롯데는 내달 주총에서 이번 분할합병 결의안이 통과되면 분할합병 기일인 4월 1일부터 순환출자 고리가 0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분할합병이 완료되면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계열사는 자회사 24개와 손자회사 27개로 총 51개가 된다. 일본 롯데 지배에선 못 벗어나그러나 여전히 롯데그룹은 ‘일본 기업’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관통하는 일본 롯데와 복잡한 연결 고리는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함께 광윤사ㆍL투자회사 등 일본 소재 계열사들이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딱지는 그대로다. 신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도 1.4%로 적다.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광윤사(28.1%)와 종업원지주회(27.8%)·일본 관계사(13.9%)·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10.7%) 등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이들이 신 회장에게 등을 돌리면 롯데 지배구조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신 회장에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롯데그룹이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바꾸려고 호텔롯데 상장 등을 내놨지만 이를 완성하지 못했다”며 “향후 경영권 분쟁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가 일본 측 지분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신 회장은 “2019년쯤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롯데지주 관계자는 “일본 롯데와 지배구조 해소를 위해 호텔롯데를 상장할 계획이었고 지난해 착수도 했지만 검찰 조사 때문에 하지 못했다”며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 회장이 일본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 왔고 일본 주주들도 이를 받아들인 상황”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단계적으로 국내에서도 투자를 공모할 수 있어 일본 측 지분을 줄여 나가 소유 구조가 바뀌게 된다”며 “현재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호텔 매출의 대부분인 롯데면세점의 운영이 좋지 않아 이 부분이 먼저 정상화돼야 한다”고 했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2018.01.0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