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OK vs SBI 저축은행 치열해진 1위 다툼
저축은행 업계 내 두 선두 업체의 각축전이 뜨겁다. 외국계 SBI저축은행과 대부계열 OK저축은행이 빠르게 자산을 늘리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자산이 급증했지만, 2위인 OK저축은행의 증가율이 SBI저축은행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위 굳히려는 SBI, 따라 붙는 OK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자산이 8조1837억원을 기록하며 8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6조6772억원)보다 22.6% 증가한 규모다. SBI저축은행은 2013년 일본 SBI그룹에 인수된 이후, 2014년 말 계열 저축은행 합병 절차를 마무리해 총 자산 3조8000억원으로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이후 줄곧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5년 만에 자산을 2배 이상 늘렸다. 현재 SBI저축은행은 2030 세대를 공략한 새로운 개념의 핀테크 상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1위 사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6월 모든 금융서비스를 간편인증 하나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사이다뱅크’를 선보인데 이어 이달 7일에는 공유형 적금상품 ‘인맥적금’을 출시했다.인맥적금은 휴대전화 연락처에 있는 지인이 상품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기존 가입고객은 물론 지인에게도 함께 자동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다른 적금 상품과 달리 별도의 추천행위를 하지 않아도 우대금리가 제공되고, 중도해지해도 기본금리를 100% 제공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업계 2위를 줄곧 지켜온 OK저축은행도 빠르게 성장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OK저축은행 총 자산은 6조1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4057억원에서 1년 만에 자산을 36.5% 넘게 불렸다.업계는 OK저축은행의 빠른 성장 배경에 모그룹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운영하는 ‘대부업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아프로서비스의 대부업으로 성장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2024년까지 기존 대부업을 모두 정리하기로 금융당국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아프로파이낸셜(러시앤캐시), 미즈사랑, 원캐싱 등 3개 대부업체 가운데 미즈사랑과 원캐싱이 지난 6월 폐업 절차를 밟았다. 이 수순에 따르면 2024년이 됐을 때에는 OK저축은행이 러시앤캐시의 남은 자산을 끌어안게 된다. 현재 러시앤캐시 자산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해도 OK저축은행 자산이 7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 SBI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를 바짝 뒤따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저금리 지속으로 호황기가 끝나가자 매각에 대비해 몸집을 최대로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부실이 생겼을 때 금융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기 때문에 당국이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계열 OK의 ‘이자장사’… 국감 지적도 대부계열인 OK저축은행의 급성장은 아프로서비스그룹의 근간인 대부업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비판도 나온다. 대부업은 신용도가 1·2금융권에 비해 낮은 이들이 이용하는 탓에 아무래도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계열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계열 저축은행 가계 대출 금리는 20.4%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계열사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9.2%인 것과 비교하면 11%포인트 이상 높다. 일반기업이 보유한 저축은행(11.3%)이나 개인 소유의 저축은행(15.9%)과 비교해도 높다.대부계열 저축은행은 가계신용대출 금리에서도 22.6%로 전체 저축은행 평균 20.2%를 웃돈다. 이태규 의원은 “대부계열 저축은행이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본연 목적에서 벗어나 사실상 대부업 영업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도 OK저축은행의 규모는 커질 전망”이라며 “SBI저축은행과의 업계 수위 다툼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저축은행에 예대율 규제를 할 예정이어서 대부업과 동일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해 ‘고금리 장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저축은행의 대출 이자장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19.10.17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