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목줄없는 개 피하다 넘어져 부상…“견주 3700만원 배상” 판결
대구에서 생후 11년 된 미니어처 슈나우저(원산지가 독일인 개의 한 품종) ‘꼬리’를 키우는 견주 A씨는 2018년 4월 11일 오후 꼬리를 차에 태우고 외출했다. 오후 8시 30분쯤 대구 한 길가에 주차하고 A씨가 문을 열어주자 꼬리는 목줄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바깥으로 뛰어나가 주변을 돌아다녔다. A씨는 차량 운전석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62세 여성 B씨는 마치 물 것처럼 위협하는 개에 놀라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굴러 넘어졌다. B씨는 허리를 다치는 등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 일이 2년 넘게 이어진 민·형사 소송의 계기가 됐다. A씨는 먼저 지난해 1월 11일 대구지법에서 과실치상죄로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와 별도로 B씨는 치료비 등 6600여만원을 달라는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A씨는 “개 크기가 작아 어린이도 놀라지 않을 정도인데 B씨가 놀라 넘어지기까지 했다는 건 과잉반응을 하다 스스로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키우는 꼬리는 높이 50㎝, 길이 50㎝ 정도다. A씨는 또 “개가 물거나 어떤 신체적 접촉을 한 것도 아니다. B씨가 넘어진 건 최소한의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합쳐진 것이고 이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며 “B씨의 과실이 최소한 5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A씨에게 100%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62세 여성이 야간에 달려드는 개를 발견하면 방어행위를 못하고 뒷걸음치거나 놀라 주저앉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인 만큼 방어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B씨의 과실이거나 손해 발생 확대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개 주인으로서 개가 타인을 위협하거나 물리적으로 해를 입히지 않도록 목줄 등을 채워 그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사고 당시 개가 B씨에게 달려들어 마구 짖으며 물 것처럼 위협하는 동안 A씨는 차 운전석에 앉아 휴대폰의 문자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재산상 손해를 2700여만원, 위자료 1000여만원을 합쳐 모두 3700여만원을 손해배상 합계액으로 판단했다. B씨가 이 사고 이전에 질병이 있었던 점 등을 반영해 일부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제외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2020.07.16 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