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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박경림, 아내·엄마·딸이 아닌 '여자'를 위한 콘서트 개최
방송인 박경림이 여성 MC 기근현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최근 몇 년간 박경림은 여성 MC 기근 현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남성 중심의 리얼리티에 치이고, 일반인과 외국인들의 예능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여성 MC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박경림도 이 고민을 계속 해왔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이어진 육아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예전만큼 방송이나 무대에 설 기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때가 올 때까지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리는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1년 간 소속사이자 외주제작사인 코엔스타즈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기획 회의에 참석해 예능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영화 제작보고회나 시사회 MC를 맡으며 진행감을 잃지 않았다.지난 3개월 간은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콘서트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넓히는 데 힘을 쏟았다. 이번 콘서트가 여성 MC 기근현상에서 살아남을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듣기만 해도 꽤 흥미롭고 솔깃하다. 공연 타이틀은 '박경림 토크 콘서트-여자의 사생활, 新바람난 여자들'이다. 관객들이 누군가의 아내·엄마·딸·며느리가 아닌 여자이자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을 솔직하게 얘기하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연의 키워드가 '선물'인 이유도 박경림과 관객들이 이날 만큼은 모든 걸 다 잊고 '여자로서' 선물같은 하루를 보내보자는 의미에서다. 16일 만난 박경림은 "살다보면 내 고민과 아픔을 친정엄마나 친구, 남편에게도 말 못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런 답답함을 풀고 싶은 분들이 이 공연을 꼭 보러와주셨으면 좋겠다. 3개월을 쉬는 날 없이 준비했다. 직접 발로 뛰며 협찬을 받고, 기획을 했다. 땀과 열정이 묻어있는 공연"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콘서트는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열린다.-토크 콘서트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에 처음 토크 콘서트를 했다."그 당시에는 토크 콘서트라는 개념도 없어고, 대중들도 어떤 종류의 공연인지 잘 모를 때였다. 날 찾아주고 좋아해주는 분들을 위해 뭔가 준비하고 싶고 그 분들을 만나고 싶은데 뭘 할까 고민하다가 토크 콘서트를 기획했다. 가수 이소라·모델 이소라, 두 분을 같이 불러 무대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태진아·송대관 선배님을 같이 부르기도 했다. 일주일간 했는데 그 때도 재밌었다."-이번 공연은 확실한 컨셉트가 있다. 아이디가 좋은 것 같다."토크콘서트를 해보자는 제안은 계속 있었다. 어렸을 때는 실수를 해도 다 웃고 넘어가주실 수 있지만, 나이와 경력이 있으니 다시 하면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고사하다가 '2시의 데이트' 라디오를 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라디오 DJ를 하기 전엔 사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있는 상태였다. 라디오를 하면서 청취자들과 웃고 떠들면서 토크에 자신감도 붙었고, 뭔가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명량'에 보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면 된다는 말도 있지 않나. 나도 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꿨다. 그리고 정말 여러번의 기획 회의를 거쳐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공연 팜플렛부터 특이하다. '시어머니·시누이 동반 입장 불가'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여자들만의 사생활을 갖자는 취지다. 시어머니, 시누이랑 같이 오면 자기 얘기도 마음껏 못 하지 않겠나. 남편과 함께 와도 되지만, 이 공연을 보고 부부싸움을 하는 건 책임 못 진다.(웃음) 우리 남편도 '공연에 내가 안 가주는 게 편하겠지?'라며 '마지막날 잠깐 갈게'라고 하더라. 아내·딸·며느리가 아닌 여자들을 위한 공연이다."-콘서트에 특이한 코너가 많다. 대신 욕을 해주는 코너도 있다고."사실 난 살면서 욕을 한 적이 없다. 동물이 들어간 욕도 숫자가 들어간 욕도 하지 않았다. 어릴 때 동네에서 놀다가 욕을 들었는데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더라. 내가 욕을 해서 다른 사람의 하루를 망치는 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계기로 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36년간 묵혀왔던 게 있기 때문에 따로 트레이닝을 받지 않아도 시원하게 해드릴 수 있다. 욕해주는 여자 코너 말고도 울어주는 여자, 놀아주는 여자, 밥해주는 여자 등 다양한 코너가 있다."-이번 콘서트의 키워드가 선물이라고 들었다. 선물도 많다고 들었다."그렇다. 게스트 뿐만 아니라 진짜 선물도 많이 준비했다. 고맙게도 이번 콘서트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오신 모든 분에게 버건디레드 컬러의 립스틱을 선물해드릴거다. 아직은 공개할 수 없지만, 많은 선물이 준비 돼 있다."-공연 시간이 특이하다. 수·목요일은 오전 11시, 금요일부터 일요일은 오후 5시에 시작한다."엄마들을 위해서다. 평일 오전엔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를 보내느라 바쁘지 않나. 저녁엔 또 유치원과 학교,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픽업해주고 저녁 준비하느라 바쁘지 않나. 그래서 수요일과 목요일은 엄마들이 가장 부담이 없을 오전 11시로 공연 시간을 정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이 오후 5시인 이유도 있다. 공연 장소가 이화여대이지 않나. 주말에 오랜만에 친구와 공연을 보고 끝나고 이대 앞에서 쇼핑도 하고 저녁도 먹은 뒤 귀가할 수 있도록 5시로 정했다. 오후 7시에 시작하면 끝나고 바로 집에 가야되지 않겠나. 그래서 그런 점을 다 생각해서 오후 5시로 했다."-여성 관객 예매율이 높을 것 같다."예매한 대부분의 분들이 여성 관객이다. 그 중 30대 여성이 50%를 차지한다. 남성 관객 예매율은 10% 정도 된다. 그 분들이 직접 오려고 티켓을 산 것 같진 않고 산후우울증이 있는 아내나 스트레스가 심한 아내에게 선물을 주려고 티켓을 산 분들인 것 같다."-연예계 대표 마당발이지 않나. 엄청난 게스트들이 등장할 것 같은데."게스트로 누가 나왔으면 좋겠나를 두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남자 배우들이 대부분이더라.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일단 게스트 섭외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게스트가 중심이 아니라 관객이 주인공이고 중심이 공연을 만들고 싶다. 관객들이 콘서트에 집중할 수 있고 그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게스트가 등장할 것이다. 게스트로 누가 나올지 미리 오픈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게스트가 공연에선 관객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지 않나. 게스트가 서프라이즈로 등장하는 것도 관객들에겐 큰 기쁨이 될 것 같다." 김연지 기자 yjkim@joongang.co.kr 사진=코엔스타즈[인터뷰②] 박경림, 여성 MC 기근현상에서 생존하는 법 바로가기
2014.09.17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