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우리가 바로 전북이다' 태극마크 단 국대 3인방, 그리고 내려놓은 두 사람
한국프로축구연맹"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와는 다를 겁니다."김신욱(30·전북 현대)는 당당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처음으로 월드컵이란 꿈의 무대를 밟았던 김신욱은 자신의 장점을 다 보여주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4년 뒤, 다시 한 번 찾아온 월드컵 도전의 기회를 앞두고 김신욱은 "그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묵직한 각오를 전했다. 김신욱과 함께 두 번째 월드컵에 출전하는 그의 팀 동료 이용(32) 그리고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이재성(26·이상 전북 현대) 모두 같은 심정, 같은 각오였다.'K리그 1강' 전북의 주축인 김신욱과 이용, 그리고 이재성은 지난 14일 발표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꾸준히 신태용(49)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만큼 이들의 승선은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다. 197cm의 장신을 앞세워 체격적으로 우월한 유럽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김신욱, 피지컬과 크로스에서 장점이 있는 이용, 그리고 폭넓은 시야와 활동량, 영리한 플레이를 무기로 중원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한 이재성까지. 모두 최종명단에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을 선수들이다. 물론 이번에 선발된 28명 중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진짜' 최종명단인 23명에 들 수 있지만, 전북의 국가대표 3인방이 탈락할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들은 최종명단 발표 다음날인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국가대표급' 플레이를 선보였다. 김신욱은 득점을 올리진 못했으나 부리람 수비들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팀 동료 로페즈(28)의 선제골을 돕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용 역시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을 선택한 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신 감독이 장점으로 꼽은 날카로운 크로스도 빛을 발했다. 이날 전반 18분 터진 로페즈 선제골의 시작점 역시 이용이 올린 크로스였다.후반 쐐기골을 터뜨리며 경기 MVP로 선정된 이재성의 활약 역시 굳이 말을 보탤 필요 없을 정도로 좋았다. '살인 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강행군 속에서 체력 저하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자유자재로 부리람 선수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고, 그림같은 프리킥 골까지 터뜨리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이재성은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가서 전념할 수 있겠다"며 웃었다.경기 후 만난 세 선수는 모두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신욱은 "신 감독님 체제에서 많은 기회를 얻었다"며 "처음 나섰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하지만 그 때 경험에서 많은 걸 배웠고, 그 뒤로 4년 간 이번 월드컵에 초점을 맞췄다. 브라질 때와는 다른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해야하는 만큼 자신의 책임이 무겁다는 걸 김신욱 본인도 잘 알고 있기에, "유럽팀들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태용호의 약점으로 꼽히는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이용 역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용은 "월드컵에서 한 번이라도 (크로스)기회가 온다면 잘 살려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을 잘 살릴 수 있는 크로스, 패스를 보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스스로 각오를 다졌다. 이재성도 "나는 첫 출전이지만 월드컵 경험이 있는 신욱이 형, 용이 형에게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며 자신의 첫 '꿈의 무대' 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처럼 '로드 투 러시아'의 길을 앞두고 한껏 상기된 세 사람과 달리, 마지막 고비에서 최종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도 있다. 전북 수비의 핵심 최철순(31·전북 현대)이다. 최종예선과 평가전 등 그동안 신태용호에 꾸준히 승선하며 주전 수비수로 자리매김하는 듯 보였던 최철순이기에 이번 28명 명단 제외는 내심 상처가 클 수밖에 없었다. 최강희(59) 감독도 "기대한 부분이 있을텐데… 그래도 월드컵이 축구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좋은 모습을 보이면 얼마든지 다른 기회가 있다고 조언해줬다"며 최철순의 아쉬움을 함께 공유했다. 최철순 본인은 "실력이 부족해서 못 간 것이고 누굴 탓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담담히 받아들였다.최종명단에 들지 못한 건 월드컵 출전을 위해 K리그에 복귀했던 홍정호(29·전북 현대)도 마찬가지다. 복귀 후 지난 3월 유럽 원정 2연전 때 신 감독의 부름을 받으면서 2회 연속 월드컵 출전 가능성에 파란 불이 켜졌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한 달 가량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면서 신 감독의 관심도 홍정호에게서 멀어졌다. 결국 홍정호는 이번 월드컵 28인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최 감독은 "홍정호는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았더라"고 귀띔하며 "부리람전에서 보여줬듯 부상을 털고 좋아지고 있다. 월드컵을 못가더라도 팀에서 좋은 모습 보이면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전주=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8.05.1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