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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시스터’ 누가 신데렐라 의붓언니에게 돌을 던지랴 [정시우 SEEN]

백마 탄 왕자, 유리구두, 계모, 밤12시,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신데렐라’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데렐라 이미지의 대부분은 1950년에 세상에 나온 월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왔다. 전세계 많은 어린이가 ‘가난한 여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 팔자 피는 이야기’를 해피엔딩이라 믿으며 자랐다. 신데렐라에 빙의했고, 결혼을 신분 상승의 수단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그랬던 신데렐라 신화가 구겨지기 시작한 건, 미국 심리학자 코레츠 다울링이 1982년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다. 스스로 자립할 자신이 없는 여성이 자신의 인생을 확 변화시켜 줄 남성이 나타나기를 고대하는 의존 심리를 뜻하는 이 용어의 등장 이후 신데렐라는 페미니즘의 적이 되기도 했다. 영국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것을 우려해 아이에게 디즈니 ‘신데렐라’ 시청을 금지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디즈니 ‘신데렐라’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1697년 발표한 동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세상엔 수많은 신데렐라 판본이 존재하는데, 이 중 하나가 그림 형제가 쓴 ‘아셴푸텔(Aschenputtel)’이다. ‘아셴푸텔’에서 신데렐라의 의붓언니 둘은 구두에 발을 맞추기 위해 엄지발가락과 뒤꿈치를 잘라낸다. ‘어글리 시스터’는 바로 이 잔혹 동화 ‘아셴푸텔’에서 출발한다. 그림 형제의 원작을 접한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은 “처음으로 의붓 언니들의 절박함을 이해”하게 됐고, 사회의 기준에 맞추려 노력해 온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깨달았다고 한다. “아, 나 역시 계모의 딸”이었음을. 그러니 ‘어글리 시스터’의 주인공이 신데렐라가 아닌, 계모의 딸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영화는 아그네스(‘신데렐라’에 해당하는 인물)의 어글리한 의붓 언니 엘비라(레아 미렌)가 왕자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성형수술이 지금 같지 않은 시대이다 보니, 수술이 아니라 극기 체험에 가깝다. 엘비라는 둔중한 수술 기구가 자신의 콧대를 찍어내리는 고통과 바늘이 눈 밑을 꿰매는 고통을 마취 없이 견뎌낸다. 그리고 촌충알을 삼킨다. 배에서 자란 기생충이 자신이 먹은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여 자연 다이어트가 되리라 믿으면서. 보디 호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이 모든 장면이 가감 없이 스크린 위에서 재생된다. 엘비라 안에서 기생하던 기생충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눈을 질끈 감을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이 영화에서 기이하게 비틀어진 건 엘비라 뿐이 아니다. 돈을 위해 딸을 수술대 위로 거침없이 내모는 계모도, 여자의 외모에 죽고 못 사는 노상방뇨하는 왕자도, 심지어 마구간에서 마부와 정사를 벌이고도 신분 상승을 위해 사랑이 아닌 결혼을 택하는 아그네스마저도 ‘욕망’이라는 이름 앞에서 고꾸라진다. 물론 여기엔 신분제와 가부장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가 작동하고 있다. 결혼이 생존이고, 외모가 자산인 사회에서 여성들이 느꼈을 압박감.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은 그 압박감을 바디 호러라는 독에 풀어 풍자하고 동화적 환상을 해체한다. 그래서다. 최종 간택 받은 아그네스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건. 아그네스는 아마도 육아 독박을 쓰거나, 바람둥이 왕자로 인해 외로움에 뼈가 사무치거나, 남들 눈치를 보며 살아가지 않을까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영화가 제시하는 문제의식은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한다. 신데렐라 서사가 득세하던 시절을 지나, 스스로의 능력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대중 문화에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의 외모는 신분 상승으로 가는 동아줄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유리 구두는 없지만, 세상이 정한 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이들로 인해 성형외과는 365일 문전성시다. 인구 대비 성형수술 건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2024년 기준) 성형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연약한가. 외모가 여전히 계급으로 작동하는 21세기 사회에 사는 이들 중 엘비라에게 거침없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이 ‘어글리 시스터’를 가리켜 “외모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젊은 여성들을 위한 영화”라고 말한 이유다. 정시우 칼럼니스트 2025.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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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박찬욱 ‘어쩔수가없다’, 아쉬운 베니스 무관…다음은 오스카

지나간 수상 불발은 어쩔 수가 없다.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무관의 아쉬움을 품고 다음 여정을 향한다.7일 오전 2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진행됐다. 이날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미국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Father Mother Sister Brother)에게 돌아갔다.‘어쩔수가없다’는 트로피를 품는 데 실패했다. 박찬욱 감독은 폐막식 직후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박 감독의 12번째 장편인 이 작품은 회사원 민수(이병헌)가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가 원작으로, 박찬욱 감독이 각색에 17여 년을 들인 작품이다.‘어쩔수가없다’는 올해 경합을 펼친 경쟁부문 초청작 21편 중 일찍이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다. 미국 인디와이어는 “비평가와 관객들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았다”며 황금사자상과 감독상, 이병헌의 남우주연상 수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영화제 공식 별점도 기대를 더했다. 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 시아크 인 모스트라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별점 3.7점(3일자 기준)을 받았다. 이는 가자 지구의 참상을 다룬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4.1점 다음으로 높은 2위에 해당한다. 또 다른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3.5점)도 있으나, 이들 중 수상에 성공한 건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뿐이다.박 감독은 앞서 베니스영화제에서 ‘친절한 금자씨’로 젊은 사자상, 미래영화상, 가장 혁신적인 영화상 등 비공식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수상에 성공했다면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에 이어 13년 만의 한국 영화 수상 낭보를 안길 터였다. 아쉽게도 수상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의 가장 유머러스한 영화일 뿐만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작품”(영국 BBC)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주요 외신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비견하는 새로운 글로벌 흥행을 예감하기도 했는데, 이는 박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완성도뿐 아니라, 메시지 적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공감받을 동시대성을 성취했다는 분석이다.박 감독은 초기작 ‘올드보이’(2003)와 ‘친절한 금자씨’(2005), 최근작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을 통해 특유의 미학이 담긴 연출에 날카로운 시선과 유머를 담아 동시대에 생각거리를 던져왔다. 특히 칸 국제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또한 이날 배급사 CJ ENM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북미,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남미 등을 포함한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CJ ENM 측은 “이는 순제작비 이상의 해외 선판매 세일즈 성과이자, 박찬욱 감독 연출작 중 최고 기록인 ‘헤어질 결심’의 192개국 선판매를 뛰어넘는 수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그런 ‘어쩔수가없다’가 바라볼 다음 목표는 내년 오스카다. 지난 2일 영화진흥위원회는 ‘어쩔수가없다’가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부문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어쩔수가없다’는 수상을 떠나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세계에 다시금 새긴 작품이 됐다. 한국 영화 산업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실험적이고 작가주의적인 작품에 투자가 이뤄졌고 세계 영화산업에서 특별하게 평가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물론 ‘박찬욱’이라는 네임밸류가 가능케 했겠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거장이 아니듯 이번 글로벌 존재감은 한국 영화계가 재기발랄한 작품에 과감하게 투자·제작하는 계기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한편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17일 열리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 뒤 24일 국내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9.07 09:51
영화

박찬욱 ‘어쩔수가없다’, 베니스 수상 불발 “큰 상 받은 기분”…황금사자상 ‘파더 마더…’ (종합)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은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게 돌아갔다.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의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진행됐다.이날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미국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수상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미국 북동부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성인이 된 자녀와 멀리 사는 부모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은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를 연출한 튀니지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화제 사상 최장 시간인 23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가자 지구에서 숨을 거둔 6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가자 지구 전쟁의 참상을 다뤘다.은사자상 감독상은 미국 작품 ‘더 스매싱 머신’을 연출한 베니 사프디 감독이 받았다. ‘더 스매싱 머신’은 드웨인 존슨 주연작으로, UFC 선수 마크 커의 생애를 다룬 전기 영화다. 이외 이탈리아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영화 ‘어 파이도 디 우브러’ 발레리 돈젤리 감독이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볼피컵 남녀주연상은 개막작이었던 이탈리아 영화 ‘라 그라찌아’의 토니 세르빌로와 중국 영화 ‘우리 머리 위의 햇살’의 배우 신즈레이가 각각 받았다. 유일한 한국영화 초청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수상작(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앞서 ‘어쩔수가없다’는 지난달 29일 현지에서 프리미어 상영 이후 “‘기생충’만큼 뛰어나다”(영국 BBC), “베니스 경쟁 부문을 빛낸 이 영화는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우아한 영화감독이란 증거로 가득하다”(미국 버라이어티) 등의 찬사를 받으며 유력 수상작으로 점쳐졌지만, 낭보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박 감독은 폐막식 직후 현지 취재진에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전했다.‘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 30회 부산국제영화제(개막작)을 거쳐 오는 24일 정식 개봉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0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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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개막…윤가은→박찬욱·연상호 초청

토론토국제영화제가 50번째 축제를 시작한다. 4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개막식이 열린다.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미국 콜린 행크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존 캔디: 아이 라이크 미’가 선정됐다. 감독의 비전과 예술성을 두고 겨루는 경쟁(플랫폼) 부문에는 ‘비트윈 드림스 앤 호프’(이란), ‘퍼펙트 B’(이탈리아·모로코·미국), ‘헨’(독일·그리스·헝가리), ‘니노’(프랑스), ‘엣 더 플레이스 오브 고스트스’(캐나다·벨기에), ‘스티브’(아일랜드·영국), ‘더 커런츠’(스위스·아르헨티나), ‘투 더 빅토리’(우크라이나·리투아니아), ‘윈터 오브 더 크로우’(폴란드·룩셈부르크·영국) 등 10편이 초청됐으며, 한국영화로는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영화가 토론토 경쟁 부문에 선정된 건 ‘세계의 주인’이 처음이다. ‘세계의 주인’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18세 여고생 주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장편 상영작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관객상 후보에도 올랐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돼 호평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다.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은 주목할 만한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그간 ‘헌트’, ‘콘크리트 유토피아’, ‘밀수’, ‘하얼빈’ 등이 초청받았다. 주연배우인 이병헌은 한국 배우 최초로 영화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에게 수여되는 특별 공로상(Special Tribute Award)을 수상할 예정이다. 이병헌 외에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히카리 감독, 배우 조디 포스터가 함께 명단에 올랐다.연상호 감독의 ‘얼굴’과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 Y’도 토론토에서 영화 팬들을 만난다. 두 작품은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의 신작을 소개하는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밀정’ 등이 소개된 부문이다.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장인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의 이야기로, 박정민, 신현빈 등이 출연한다. 한소희, 전종서가 호흡을 맞춘 ‘프로젝트 Y’는 가진 것이라곤 서로 밖에 없던 미선과 도경이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과 금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한편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14일까지 진행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04 06:00
영화

층간소음 시달린 강하늘, 기쁜 소식…‘84제곱미터’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3위

강하늘 주연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가 공개 3일만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비영어) 3위에 등극했다.23일 넷플릭스 투둠 사이트에 따르면 ‘84제곱미터’는 지난 18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64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을 기록,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에 등극했다. 또한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일본, 프랑스, 홍콩 등 총 40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증명했다. 작품은 84제곱미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강하늘)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를 그린다. 예측불가한 상황들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밀도 높은 전개, 쫀쫀한 스릴러 장르적 매력과 서스펜스로 국내외 호평 세례를 받고 있다. 영화를 본 해외 언론들은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처럼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맥락을 공유한다. 계층 상승 욕망이 가진 위험을 경고하는 현대의 우화”(TIME),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감독의 야심과 시각적으로 유려한 스토리텔링은 인정할만 하다”(DECIDER), “극도의 긴장감과 편집증으로 가득 찬 미스터리를 선사하며, 현실과 너무도 맞닿아 있어 섬뜩할 정도다”(Gulf News), “시끄러운 이웃, 경제적 부담, 아파트 생활의 스트레스처럼 일상적인 좌절감을 정신적 붕괴와 사회적 고립에 대한 긴장감 넘치는 서사로 풀어낸다”(Tom’s Guide) 등 전 세계적으로도 공감 가능한 이야기와 촘촘한 스릴러 장르적 재미를 갖춘 작품에 대한 호평을 남겼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7.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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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잿팍 ‘킹 오브 킹스’→칸 초청 ‘안경’, 韓 애니 돈도 명성도 ‘쭉쭉’ [IS포커스]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부활절을 겨냥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는 500억원에 육박하는 수입을 냈고, 또 다른 애니메이션 ‘안경’은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받으며 K무비의 체면을 살렸다.19일(현지시간)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는 개봉 둘째 주 금요일인 18일 662만 8304달러(약 94억원)의 티켓 매출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신작 개봉으로 순위는 첫 주 대비 한 계단 밀렸지만, 상영 극장수가 3200개에서 3535개로 증가하는 등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지금까지 벌어들인 글로벌 수입은 3500만 7883달러(약 499억원)로, 이중 북미 수입이 3469만 3552달러(약 494억원)에 달한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킹 오브 킹스’가 이번 주말 사흘간 북미에서만 1700만달러(약 242억원)의 티켓 수입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했다.현지 관객 평가도 압도적이다. ‘킹 오브 킹스’는 시장조사 업체 시네마스코어의 관객 설문에서 최고 등급 A+를 받은 데 이어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관객 평점) 98%를 기록 중이다. 현지에서는 미국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북미 티켓 수입(5384만달러)을 가뿐히 넘어설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킹 오브 킹스’는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한 ‘메이드 인 코리아’ 작품으로, 현지 배급(에인절 스튜디오)과 더빙 외 기획, 투자, 제작 등이 모두 한국에서 이뤄졌다. 한국 VFX(시각특수효과) 및 제작사 모팩스튜디오 장성호 대표가 10년간 공들인 3D 애니메이션으로, 장 대표가 직접 연출과 제작을 맡았다.한국을 비롯한 비할리우드 제작사가 만든 종교 기반 애니메이션이 북미 시장 극장가를 이끄는 건 이례적인 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놀라운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 역시 ‘킹 오브 킹스’를 놓고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Glasses)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영향력을 증명한 사례로 꼽을 만하다. 제작사 매치컷은 앞선 17일 ‘안경’이 제78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고 밝혔다.‘안경’은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와 마주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연필로 그린 작품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 초대장을 받았다. 해당 섹션은 프랑스 비평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칸영화제의 비공식 부문으로, 새로운 영화 언어를 보여주는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무엇보다 ‘안경’이 칸의 부름을 받게 되면서 한국영화는 칸영화제 ‘0편’ 초청이란 타이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국영화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등 모든 부문에 초청받지 못하며 12년 만에 초청작 ‘제로’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안경’이 선전하면서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양경미 영화평론가는 연이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약진에 대해 “예전부터 한국은 작화 실력이 뛰어난 창작자들이 많았다. 다만 그때는 비주얼적인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기획력, 스토리텔링 부문이 약했다. 반면 최근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이런 부분이 보강됐다. 과거보다 기획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업계에서는 실사 영화, 드라마에 한정돼 있던 K콘텐츠의 영향력을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숫자 이상의 성과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계기로 더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하다.한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가장 경쟁력 있는 무대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특히 대형 스타, 배급사 등에 의존하지 않고 오롯이 참신한 기획력과 힘 있는 드라마, 양질의 기술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를 발판으로 잠재력 있는 훌륭한 크리에이터와 스토리텔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다만 일각에서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영화 시장의 불균형을 돌아봐야 할 때란 지적도 나온다. 양경미 평론가는 “거대 자본, 대기업 중심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다 보니 안정적인 투자만 이뤄지고 있다.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그들이 하나의 대안으로 애니메이션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보강한다면 영화산업의 더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4.21 05:55
영화

박찬욱은 베니스·나홍진은 내년 ‘유력’…韓영화, 올해 칸영화제 경쟁도 빠지나 [줌인]

칸국제영화제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작품 초청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초청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올해도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 노미네이트는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미국 데드라인 등 외신에 따르면, 칸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내달 13일 개막을 앞두고 10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78회 초청작을 발표한다.◇연상호 연출 ‘얼굴’→‘기생충’ 이정은 신작 등 출품한국 작품 중 유력 초청작으로 거론되는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얼굴’이다. 연 감독은 칸영화제 단골 손님으로, 앞서 ‘돼지의 왕’(2012·감독주간), ‘부산행’(2016·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반도’(2020·공식초청) 등 세 작품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얼굴’은 연 감독이 ‘반도’ 이후 처음 선보이는 극장 영화로,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의 아들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을 발견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 감독이 직접 쓰고 그린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김병우 감독의 ‘전지적 독자 시점’과 김미조 감독의 ‘경주기행’ 두 편도 출품됐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오는 7월 개봉을 앞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텐트폴 영화로 총 3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판타지물로, 안효섭, 이민호, 블랙핑크 지수 등 K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경주기행’은 막내딸 경주를 살해한 범인의 출소 날, 복수를 위해 경주로 떠난 네 모녀의 가족 여행기를 그린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으로 전세계 주목을 받은 이정은 주연작이다. 이정은은 엄마 역으로 공효진, 박소담, 이연과 모녀 호흡을 맞췄다.‘얼굴’을 비롯해 ‘전지적 독자 시점’, ‘경주기행’이 올해 칸영화제 부름을 받는다면 지난해에 ‘베테랑2’ 등에 이어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주목할 만한 시선 등 비경쟁 부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 초청 가능성 ↓…박찬욱은 베니스·나홍진은 내년 노린다반면 경쟁 부문에서는 특별한 성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영화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2022년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초청받지 못했다. 당초 박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일정 문제로 출품이 불발됐다. 소설 ‘THE AX’를 원작으로 한 ‘어쩔수가없다’는 갑작스럽게 해고된 회사원 유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어쩔수가없다’는 지난 1월 크랭크업, 후반 작업에 한창이다. 하반기 개봉이 목표로, 현재로서는 추가 초청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확률이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신 8월 개최되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 가능성을 열어뒀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다 베니스와 인연도 깊다. 박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2006년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영화계 일각에서는 올해와 달리 내년 칸영화제에는 경쟁 부문 초청작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력 후보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다. 국내 단일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호프’는 지난해 촬영 일정을 마무리하고 후반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연말 개봉설도 돌았지만,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의 2025 라인업에서 이름이 빠지며 사실상 내년 개봉을 확정 지었다. 칸영화제 시즌인 내년 2분기 또는 성수기인 3분기 공개에 무게가 실린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4.09 10:05
영화

제 97회 아카데미 남주상, ‘컴플리트 언노운’ 티모시 살라메에 건다 [오동진 영화만사]

이번 글은 다소 위험하고 섣부른 것이 될 수 있겠다. 아카데미 수상 예측을 써 볼 생각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로 97회째이며 오는 3월3일 오전(한국 시간 기준)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MC는 유명 토크 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이 맡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LA 대형 산불 재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 열리는 것이어서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하게 치른다는 것이 원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불 여파로 데이빗 린치 감독이 사망하는 등 할리우드에도 여파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아무리 아카데미 시상식이라도 무슨 수상 예측까지 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수상 결과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의 극장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아카데미 결정은 늘 시대정신과 미국 사회의 가치관을 그때 그때 반영하는 것이어서 유심히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트럼프 1기 때 지나치게 폐쇄적인 반이민 정책과 자국 우선주의, 지나치게 분열적인 자본주의 정책을 내세우자 아카데미가 선택한 것이 바로 2019년의 ‘기생충’이었다. 이례적으로 아카데미는 한국 영화에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몰아 주며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표명하려 했다. 현재 미국은 트럼프 2기를 맞아 정치사회적 갈등이 다시 술렁이고 있는데 미군 내 트랜스젠더 군인 약 1만4000명을 강제 전역시키는 행정명령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할리우드는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이 가장 전향적인 곳으로 유명하다. 이럴 때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는 ‘에밀리아 페레즈’가 상당 부문에서 수상한다면 트럼프 정책에 대한 자신들의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셈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아카데미가 미국과 세계에 조응하는 방식이다.아카데미 시상식은 시상부문만 총 26개이다. 대중이 관심을 가질 주요 부문으로는 단편 다큐멘터리 상까지 23개이다. 그 중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국제장편영화상 등이 가장 관심을 모은다. 올해 아카데미는 유난히 경합이 치열하다. 할리우드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서 이기도 하지만 지난 10년간 아카데미가 꾸준히 자신의 영토를 확장해 온 덕인지, 혹은 탓인지 이제는 상당수의 유럽영화, 남미영화, 아시아 영화까지 포괄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 영화까지 후보가 되고 있어 다양성이 최고조로 올라 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상 후보는 10편이다. 한국 관객들에게 알려진 ‘아노라’ ‘브루탈리스트’ ‘듄 : 파트2’ ‘서브스턴스’ 등이 포함돼 있다. 예측을 한다면, 그리고 이변이 없다면, 작품상은 ‘브루탈리스트’에게 돌아갈 것이다. 단 돈 1000만 달러(약 144억원, 할리우드 기준으로 적은 저예산)로 3시간 25분짜리 대작을 만들었고 미국의 현대사 일부를 촘촘하게 정리해 냈다는 점이 점수를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극중 주인공이 헝가리 이민자 유대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카데미 회원 내 유대인들의 표 상당수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감독상 역시 ‘브루탈리스트’가 유력해 보이지만 ‘에밀리아 페레즈’의 자크 오디아르 혹은 ‘서브스턴스’의 코랄리 파르쟈 등 프랑스 감독들에게 돌아갈 공산도 크다. 그건 할리우드가 오랜 세월 경쟁 관계였던 프랑스 영화계에 손을 내미는 제스처로 비춰질 것이어서 무시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이번 아카데미는 무난하게 ‘아노라’의 션 베이커를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남우주연상은 ‘브루탈리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가 받을 것으로 유력시 되지만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시 살라메가 다크 호스다. 티모시에게 한표를! 여우주연상은 ‘에밀리아 페레즈’의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유력하지만 최근 인종 차별 논란을 겪은 데다 ‘서브스턴스’에서 온 몸을 던지며 연기를 한 데미 무어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아카데미는 데미 무어를 선택할 것이다.여우조연상 수상 예측은 ‘콘클라베’의 이사벨라 로셀리니이다. 남우조연상은 ‘리얼 페인’의 키에란 컬킨이 받을 공산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어프렌티스’의 제레미 스트롱, ‘아노라’의 유리 보리소프에게 마음이 가지만 아카데미 회원의 선택은 대중적인 견지에서 이루어질 것이다.각본상은 ‘리얼 페인’의 제시 아이젠버그, 각색상은 영화 ‘싱싱’의 그랙 퀘다르, 클린트 벤틀리를 꼽겠다. 음악상 역시 경합이겠지만 예측의 눈높이는 뮤지컬 영화 ‘위키드’에 잡힌다. 촬영상은 ‘듄 : 파트2’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겠으나 ‘노스페라투’를 찍은 자린 블리슈크의 손을 들어 주겠다.각자의 평점으로 각자의 수상 결과 표를 작성해 보시기들 바란다. 일상의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행복, 소확행일 수 있겠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5.02.20 06:05
영화

‘미키 17’, 봉리우드 업그레이드…‘설국열차’·‘옥자’와 연결고리는 [무비로그②]

봉준호 감독이 ‘미키 17’로 색다른 할리우드 작품을 선사한다.오는 28일 개봉하는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실험체 익스펜더블로서 죽으면 다시 프린트(복제)돼 소모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 앞에서 18번째 미키가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지난 17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도 베일을 벗었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 및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2019)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첫 대형 할리우드 프로젝트로 전 세계적 기대를 받고 있다. 한국 사회의 현 주소를 특유의 재치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온 봉준호 감독이지만, 앞서 ‘설국열차’(2013)와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7)를 통해 글로벌 프로젝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던 만큼 이번 ‘미키 17’이 어떤 연결고리와 차별점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결론부터 말하자면 ‘미키 17’은 ‘봉’리우드의 업그레이드로 보기 충분하다. ‘설국열차’와 ‘옥자’에서 가져온 봉준호 감독의 문제의식이 묻어나는 몇몇 설정들로 계승 지점을 연관지어 가며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국내외 평이 따르고 있다. 특히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설국열차’와 ‘옥자’의 장점을 합친 작품”이라며 “봉준호 감독의 영어 영화 중 단연코 최고이자 가장 밀도 높다.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극찬했다. ‘미키 17’은 얼음 행성의 풍경이나 한정된 공간이 그려지는 SF라는 점에선 ‘설국열차’가 먼저 연상된다. ‘설국열차’에 동명의 프랑스 만화 원작이 있었듯,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튼 작가의 ‘미키 7’(2022)을 원작으로 한다. 다만 빙하기를 달리는 열차라는 설정만을 차용하고 줄거리는 판이했던 ‘설국열차’와 달리 ‘미키 17’은 원작과의 연결고리가 유효하다.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복제인간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은 원작의 메시지를 이어받았고, 위험한 외주로 내몰린 노동 계급의 이야기를 부각해 현 시대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런가 하면 극중 크리처인 외계행성 원주민 크리퍼와의 관계성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꼬집었던 ‘옥자’를 떠올리게 한다. 비주얼도 다소 마니악하지만 귀엽기도 한데 ‘괴물’과 ‘옥자’의 크리처를 디자인한 장희철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또한 빌런 마셜 부부는 원작에는 없지만, 계급주의를 경계하는 전작처럼 독재자로 설정됐다. 다만 다소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톤으로 ‘설국열차’나 ‘옥자’와는 차별을 뒀다. 이처럼 오롯이 한국적이지만은 않으면서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순한 맛’으로 거듭난 데는 투자배급의 주체가 미국 대형자본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당시 한국과 체코 합작으로 제작비 450억 원을 들여 첫 글로벌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CJ ENM이 국내 투자배급을 맡았고 해외에서 선전하며 8600만 달러(이하 현재 환율 약 1242억 원)의 글로벌 흥행 성적을 거뒀다. 이어 ‘옥자’는 당시에는 국내서 생소했던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본격 한국 진출을 이루려는 분위기 속 5000만 달러(약 722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받아 한국과 미국 제작사 협업으로 만들었다.대형 투자배급사 워너브러더스와 함께하는 이번 ‘미키 17’의 제작비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큰 규모인 약 1억 1800만 달러(약 1703억 원)로 추정된다. 워너브러더스가 몇 번이고 개봉일을 조정할 정도로 고심했던 ‘미키 17’이기에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가 남았다.그렇다고 봉준호 감독의 색채가 줄어들었을지 우려할 필요는 없다. ‘옥자’와 ‘기생충’에서 함께한 정재일 음악감독과 양진모 편집감독이 함께 했으며,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은 광활한 우주 블록버스터에서도 ‘봉준호의 한 끗’을 포착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2.19 05:50
영화

[IS한가위] 추석 극장가, 어차피 승자는 ‘베테랑2’

영화 ‘베테랑2’가 추석 극장가 점령에 나선다. 일찍이 사전 예매율 70%를 돌파하며 흥행 청신호를 켠 가운데, 일각에서는 ‘쌍천만’을 노려볼 만하다는 기대감까지 솔솔 나온다.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베테랑2’는 이날 낮 12시 30분 기준 사전 예매량 49만 54명을 기록했다. 예매율 역시 75.2%로 압도적 1위다. 영화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베테랑2’는 지난 2015년 134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8위에 오른 ‘베테랑’의 후속편이다. 9년 만에 돌아온 영화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서도철(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신입 경찰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은 정의와 신념의 충돌을 통해 사법 체계의 한계, 가짜뉴스의 이면과 여론의 가벼움, 경찰의 딜레마 등을 날카롭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짚어낸다.전편 성공에 따른 후광으로 기대치가 큰 편인데 실관람객 평가도 나쁘지 않다. ‘베테랑2’는 13일 정식 개봉에 앞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시사회를 개최했다. 영화를 먼저 접한 이들은 1편과 다르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타격감 좋은 액션과 시리즈의 정체성인 서도철의 성장사,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캐릭터 조태오(유아인)를 이을, 그와는 또 다른 맛의 빌런 등장 등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동료들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망치 같은 영화. 주인공의 통증이 내 뼛속까지 뻐근하게 울려온다. 류승완의 액션 역작”이라고 극찬했다.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또 “액션 영화의 신(神) 류승완 감독이 액션의 끝장을 보여준다. 황정민과 정해인의 불꽃 액션에 경배를 올린다”고 치켜세웠다. 해외 유수 영화제의 초청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앞서 ‘베테랑2’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연이어 초청되며 글로벌 호평을 얻었다.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상영된 후에는 약 10분간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지기도 했다.어느 때보다 대진운도 좋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베테랑2’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상업영화 개봉이 없다. 실제 연휴 시작 한 주 전인 7일부터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까지 개봉하는 한국 상업영화는 ‘베테랑2’ 한 편이다. 그렇다고 현재 극장에 걸린 작품 중 뒷심을 발휘할 만한 영화도 전무하다. 결과적으로 ‘베테랑2’의 ‘독주’가 가능해진 셈이다.일각에서는 흥행 대박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이야기도 적잖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베테랑2’는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무겁지도 어둡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사회적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또 액션, 유머 등도 적재적소에 잘 버무려졌다”고 평했다. 이어 “너무 진지하면 관객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지만, 경쾌하게 끝까지 잘 이끌고 간다.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만한 흥미로운 볼거리로, 추석 영화로 손색이 없다”며 “더욱이 경쟁할 만한 큰 작품도 없는 상황이니 성적 역시 기대해 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는 평가, 경쟁작 부재라는 호조건 속에서 ‘베테랑2’가 또 한 번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성공한 시리즈물로 남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쏠린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400만명이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9.1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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