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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홍상수는 왜 홍상수인 것인가

왜 그들만의 홍상수인가. 우리에게 이제 홍상수는 어떤 존재인가. 그의 영화를 한국 관객들은 보기나 하고 있을까. 홍상수가 올해도 여지없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그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가 가게 됐다. 이번 영화는 그의 31번 째 장편 영화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해 28년간 찍은 편수다. 1년에 한 편씩은 꼭 찍었다는 얘기처럼 보이지만 어떤 해는 쉬어 간 적이 있음을 고려하면 사실 한 해에 두 세 편 씩 찍은 때도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2010년 이후를 보면 한 해에 두 편 씩 내놓았을 때가 많다. 기인이다. 어떤 작품은 관객이 거의 오지 않는다. 전작인 ‘우리의 하루’는 5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줄기차게 영화를 만들고 있다. 영화를 통해 예술가인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서는 자신의 파트너이자 주연 배우인 김민희를 위해 화를 내기도 한다.(2022년작 ‘소설가의 영화’에서 이혜영의 대사, “아깝다고? 뭐가 아깝다는 거지? 아깝다는 말은 이 친구가 무엇인가 잘못하고 있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얘기 잖아? 뭐가 아깝다는 거야?”) 그리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소설가의 영화’ 마지막 장면은 김민희가 꽃으로 면사포를 쓰는 장면이다)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관념을 영화 속에 풀어 놓는데 신기한 것은 유럽의 영화제들이 이런 그의 작품에 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영화제는 5년 연속 홍상수의 작품을 초청했다. 다른 작가의 영화에 베를린 영화제가 이런 로열티를 보여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왜 그럴까. 왜 홍상수에 그렇게도 배려와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 그가 개인적 사생활을 둘러싸고 이어져 온 논란으로 예술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안타까움의 발로 일까. 설마 그렇게까지 베를린영화제가 구체적으로 홍상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철학적 사고가 일상화돼 있는 베를린 같은 공간에서 홍상수의 무념무상주의, 탈(脫) 정치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역설의 초(超)정치주의가 기묘한 판타지를 갖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상수의 영화는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 그런데 완전한 무색의 정치성, 곧 전혀 정치적이지 않음은 오히려 더욱 더 정치적임을 드러낸다. 정치를 깡그리 무시함으로써 오히려 현 정치의 무용함을 비판하는 방식인 셈이다. 홍상수의 탈 정치주의는 전쟁과 경제적 양극화의 시대에는 이처럼 자신의 안으로, 자기 스스로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마치 참선을 하듯 세상을 살아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유럽 영화제 관객들이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에서 찾아진다.영화제가 초청을 하거나 말거나 늘 한 꺼풀 감긴 듯한 눈매의 표정으로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홍상수의 매력으로 꼽힌다. 아마도 어떻게 보면 상대를 약간 깔보는 듯한 그의 이런 표정은 예술가의 에고(ego)란 어떤 것인지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유럽이 좋아하는 요소다. 홍상수는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존재로 손꼽힌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화에 대해 가타부타 설명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꺼리는 편이다. 그냥 알아서들 보면 됐지 뭘 자꾸 궁금해 하냐는 것이다. 영화란 자기만의 방식으로 혹은 자기 식의 해석으로 보라는 것, 그렇게 인생과 세상을 살아가라는 것, 홍상수의 영화 철학이자 인생 철학으로 보인다.그런데 왜 그다지도 한국 관객들은 홍상수를 외면하고 있는 것 일까. 2020년에서 22년까지 내놨던 ‘도망친 여자’ ‘당신 얼굴 앞에서’ ‘소설가의 영화’ 등 몇 편의 영화 이후에는 관객 수가 격감하는 추세다. ‘탑’ ‘물안에서’ ‘우리의 하루’ 등 일련의 영화들은 대개 5000명 안팎의 관객을 모았다. 제작자 입장에서 볼 때 홍상수 영화는 만들면 안되는 작품이다. 수익성이 없다.하지만 홍상수 영화의 제작자는 홍상수다. 그는 한편의 영화를 찍을 때 1억을 넘기는 적이 없다. 극도의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들이어서 국내 관객 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베를린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것이 오히려 수익을 창출한다. 해외 마켓에서 ‘제값’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홍상수는 아예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 인물이다. 본능적으로 영화를 찍고 또 찍고 하고 있을 뿐이다.그리고 바로 그 점이 홍상수 영화를 극한의 마니아가 아니면 이제 보지 않게 하는 요소가 됐다. 일종의 ‘홍상수 매너리즘’이다. 그는 누가 뭐라 하든 말든, 좋아하든 말든, 영화를 계속 내놓고 있다. 관객의 취향과 태도, 반응 등에 대해 아랑곳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태도가 역설적으로 관객을 지치게 만들었다. 너무 많은 작품을 너무 빠르게 내놓고 있는 것도 그가 너무 쉽게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영화제가 매번 그를 데려가는 것도 가치의 희소성을 묽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닌 셈이다. 실로 영화를 하면서는 이런 저런 여러가지 생각을 다 해야 하며 여러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삶이란 것도 대체로 그런 것이다. 영화는 더욱 그런 것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2.15 05:55
영화

홍상수 감독, ♥김민희와 ‘우리의 하루’로 韓 관객 만난다… 10월 19일 개봉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의 하루’가 10월 19일 국내 개봉한다.제76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월드 프리미어 상영됐던 ‘우리의 하루’가 국내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다. ‘우리의 하루’는 홍상수 감독의 서른 번째 장편 영화다.반려 고양이, 라면에 고추장을 넣어먹는 습관 등의 공통점을 가진 40대 초반 여자와 혼자 사는 70대 남자에게 각각 방문객이 찾아오면서 나누는 이야기를 교차해서 담은 작품이다. 영화에는 홍 감독의 오랜 연인인 배우 김민희를 비롯해 기주봉, 송선미, 박미소, 하성국, 김승윤이 출연한다.김민희는 출연 배우와 동시에 제작 실장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의 하루’의 칸 월드프리미어 상영 이후 외신 매체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홍상수는 아마도 지금까지의 가장 홍상수적 영화를 만들어냈다. ‘우리의 하루’는 아름다운 설득력을 지닌 삶과 지혜에 대한 대화다”(무비 메이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상수는 오직 그만이 제안할 수 있는 길을 따라, 대사의 예술을, 귀에는 안들리는, 심사숙고의 상징물이 되는 추상적 시어로 변모시키며, 현실을 승화시켜낸다”(프리미어) 등이다.한편 홍상수 감독은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통해 김민희와 연인으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불륜 관계를 인정했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9.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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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씨네마인드’ 변영주 감독 “김민희에 범죄자처럼 행동하라고”

4일 방송되는 SBS ‘지선씨네마인드’에서는 변영주 영화감독과 함께 영화 ‘화차’를 감상할 예정이다. ‘화차’는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 강선영(김민희 분)을 찾기 위해 장문호(이선균 분)가 전직 형사인 사촌 형 김종근(조성하 분)과 함께 강선영을 찾아 헤매며 시작한다. 그런데, 문호가 알고 있던 약혼녀 강선영의 모든 것은 전부 거짓이었다. 차경선이란 여자가 강선영의 신분을 사칭해 살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경선의 비밀이 충격적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화차’는 ‘지선씨네마인드’가 유튜브 콘텐츠로 진행했을 때부터 댓글에서 가장 많은 분석 요청이 들어온 영화였다. 박지선 교수는 “왜 하필 화차일까 생각하며 영화를 다시 보던 중 굉장히 소름 돋는 포인트 몇 개를 발견했다”며 “2022년에 우리가 화차를 왜 다시 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이번 ‘화차’ 편의 관전 포인트임을 예고했다. 박지선 교수는 이선균의 표정을 프로파일링하기도 했다. “그 여자에 대해서 아는 게 뭐 있냐”는 종근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 하는 문호의 표정에서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사실은 다른 사람일 때 느끼는 근원적인 공포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불신을 읽어냈고 “이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포가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믿을 수 있냐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해당 장면은 사람들이 왜 개봉한 지 10년 된 ‘화차’를 재소환하는지에 대한 첫 번째 답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선씨네마인드’ 최초, 영화감독의 ‘본인 등판’이 이뤄졌다. ‘화차’의 연출을 맡은 변영주 영화감독이 게스트로 출연해 ‘화차’ 의 비하인드를 아낌없이 풀었다. 배우들의 명연기가 빛났던 영화인만큼 MC들은 연기 디렉팅을 어떻게 했는지 변 감독에게 질문했다. 변 감독은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 전달한 캐릭터 해석을 공개했는데, 이선균에겐 “문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며 “아직 힘든 삶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거였으면 좋겠다”고, 김민희에겐 경선은 “범죄자처럼 행동하고 어떤 양심이 있는 것처럼 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며 배우들의 일품 연기가 탄생한 배경을 밝혔다. 법무법인 사무장 역을 연기한 진선규의 캐스팅 비화를 풀기도 했다. 변 감독은 “진선규 배우를 너무 캐스팅하고 싶었는데 그 또래가 들어갈 배역이 없었다”며 “원래 50대 배우로 생각했던 사무장 역할을 당시 30대였던 진선규 배우에게 부탁해 캐스팅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변영주 영화감독과 함께 감상한 ‘지선씨네마인드’ 여섯 번째 영화 ‘화차’는 4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된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2.11.04 11:15
연예일반

[더보기] 금자 태주 숙희 서래… 기묘하고 겁없는 박찬욱의 여자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잘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29일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서래(탕웨이 분)까지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리고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은 누구보다 강인하고 겁이 없는 여자들이 등장한다는 것. 섬뜩한 반존대 어투로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던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이영애 분)부터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질 각오를 하는 서래에 이르기까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에서 유독 반짝반짝 빛나던 여성 캐릭터들을 톺아봤다. #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 보이’를 잇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완결편이자 여성 캐릭터를 원톱으로 내세운 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있다는 것 빼고도 영화는 구석구석 뜯어볼 점이 많다. 금자는 언뜻 보기에 전형적인 성녀와 악녀를 오간다. 어린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교도소 생활을 시작한 금자는 13년 동안의 교도소 생활 동안 ‘천사’라 불린다. 완전히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선량한 시민으로 사회에서 살 준비를 마친 것 같다. 하지만 금자가 출소 후 자신에게 두부를 건네는 전도사에게 하는 말은 “너나 잘하세요”다. 그때부터 금자는 붉은색 아이라인을 바르고 냉혹한 살인마로 둔갑한다. “예쁜 게 좋다”며 살해 도구인 총을 만들 때도 아름다움(여성성)에 집착하는 금자. 그는 전형적인 성녀와 악녀의 이미지를 통해 남성의 시선에 의해 객체화된 여성을 표현하고, 이를 전복시키는 반전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로 늘 ‘욕망의 대상’으로 자리했던 금자가 그러한 시선을 이용해 위치를 전복할 때의 쾌감은 무척 강렬하다. 이 캐릭터는 앞으로 ‘박찬욱 월드’에서 그려질 다양한 여성상들의 원형격으로도 볼 수 있다. #‘박쥐’의 태주 박찬욱 감독에게 ‘제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안긴 영화 ‘박쥐’에도 인상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송강호 분)의 영향으로 자신 역시 뱀파이어가 된 태주(김옥빈 분)다. 영화는 언뜻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그가 백신 개발 실험에 참여했다 뱀파이어가 되고, 그러면서 피에 대한 욕구와 성욕을 느끼는 존재로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스토리를 움직이는 건 태주다. 상현은 뱀파이어가 된 후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피로만 연명해서 살아왔다. 나름의 정도를 지키려고 한 것. 그런 상현을 꼬여내 살인을 하게 하고 성욕을 채우게끔 한 것은 다름 아닌 태주다. 태주는 히스테리컬한 시어머니(김해숙 분)와 무능력한 남편(신하균 분)에게 억눌렸던 욕망을 상현을 통해 깨닫고 틀 안에서 나오고자 한다. 태주는 상현에게 “나는요 평생 그 사람들 강아지로 살았어요”라고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난 거의 처녀나 다름없어요”라고 유혹한다. 이는 순종해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욕망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여성성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대사다. 상현은 태주에게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말하며 그를 뱀파이어로 만들지만 정작 그 힘을 가진 태주는 상현의 구원을 거부한다. 태주는 상현에게 “자꾸 인간적으로 생각하지 마 인간도 아니면서. 여우가 닭 잡아먹는 게 죄냐”고 물으며 스스로를 포식자의 위치에 가져다 둔다. ‘박쥐’의 태주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 어쩌면 가장 강한 여성일지도 모른다. #‘아가씨’의 숙희 ‘아가씨’에는 매혹적인 여성 둘이 나온다. 히데코(김민희 분)과 숙희(김태리 분)다. 여기서 히데코가 앞선 영화들의 금자나 태주와 비슷한 억압과 욕망의 대상으로 기능했던 여성이라면, 숙희는 그런 히데코가 틀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인물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나 ‘박쥐’의 태주는 어떻게 보면 외로웠다. 그들은 홀로 억압을 견뎠고 홀로 복수를 계획했다. 하지만 ‘아가씨’는 여성 둘의 연대가 강조됐다는 점에서 앞선 영화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할 수 있다. 특히 숙희는 일제강점기라는 현대보다 훨씬 보수적이었을 시대를 배경으로 같은 여성인 히데코와 거침없이 사랑을 나누고, 같은 여성으로서 히데코가 가진 상처와 억압을 바로 눈치채고 탈출을 계획한다는 점에서 ‘박찬욱 월드’에 등장한 새로운 여성상이라 할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의 서래 ‘헤어질 결심’은 로맨스 영화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을 그 어떤 다른 로맨스보다 절절하게 만드는 건 서래의 진심과 사랑이다. 중국에서 온 서래는 한국말에 서툴다. 하지만 한마디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자신을 취조하는 형사 해준(박해일 분)보다도 더 정확한 단어를 적재적소에 구사한다. 그리고 그렇게 쌓아 올린 말과 감정선이 영화 말미에 한 번에 터질 때 관객들은 파도에 휩쓸린 것처럼 아찔한 여운을 느껴야 한다. 의문사한 남성의 아내인 서래를 취조해야 할 해준은 그를 욕망한다. ‘박쥐’처럼 노골적이진 않지만, 유부남으로서 다른 여성, 그것도 용의선상에 올려놔 마땅할 여성을 욕망한다는 점에선 결이 같다. 서래는 해준의 시선 속에서 남편에게 학대받던 불쌍한 여인으로 동정받기도 하고 한국으로 시집와 남자 등이나 처먹다 배신하는 마녀로 보이기도 한다. 앞선 다른 영화들처럼 특별한 액션신이나 강인함을 보여줄 만한 특별한 장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서래는 늘 해준의 시선 속에서도 자신의 템포와 감정에 진실했고, 로맨스의 판을 쥐고 흔들었다. 서래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야 말로 진짜 강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용기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06.3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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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소설가의 영화’ 집중해 보게 되는 스틸 공개

홍상수 감독의 27번째 장편 ‘소설가의 영화’가 오는 2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현장 스틸 컷을 공개했다. ‘소설가의 영화’는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지난해 3월 2주 동안 촬영한 흑백 영화다. 이번에 공개된 촬영 스틸에는 대사를 맞춰보는 이혜영과 김민희, 어느 책방 안에서 엽서를 바라보는 이혜영, 홍상수 감독의 시선 너머로 옅은 미소를 짓는 이혜영과 서영화, 대사를 맞춰보며 웃는 배우들의 화기애애함, 촬영 직전의 이혜영, 서영화, 박미소, 이혜영, 김민희, 하성국, 서지훈 동시녹음 기사가 홍상수 감독이 땅에 그리고 있는 무언가를 함께 집중하며 쳐다 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개봉 전에 시사를 한 배우들은 완성된 작품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이혜영은 “당시 촬영현장은 춥고 건조했다. 작가의 철학을 표현하느라 머리에서 쥐가 난 기억도 있다. 아무튼 홍상수 감독은 마법이다. 관객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07년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춘 기주봉은 “영화이지만 그 공간 안에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줬다. 컬러로 변화할 때에 아름다움도 발견했고 참 신선했다. 이혜영 배우와의 오랜만의 만남도 좋았다. 감독의 작품이 계속해서 진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해효는 “우리는 정말 대화하고 있는 걸까? 마스크에 가려진 표정이 궁금하다”고 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조윤희는 “감독님과의 작업은 소풍이다. 촬영장을 가는 길은 설레고 두려움 없이 신나게 놀면 즐거울 거란 걸 안다. ‘소설가의 영화’ 역시 소풍 가듯 촬영 장소에 가서 재미있게 연기하고 왔는데 조금 웃기고 조금은 서늘하고 가슴 먹먹한 추억이 된 듯 하다”고 추억을 회상했다. ‘소설가의 영화’는 오는 21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현아 기자 lee.hyunah1@joongang.co.kr 2022.04.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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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오스카 수상' 윤여정, 아카데미가 뒤늦게 알아본 것"[종합]

봉준호 감독이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배우 윤여정과 아카데미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6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에 대해 "한국 영화사라는 거창한 잣대를 대기 보다는, 윤여정 선생님 개인의 승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윤여정이) 오스카를 노리고, 어떤 걸 준비하시고,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어떤 연기 활동을 해온 게 아니다. 지난 세월 연기 활동을 한지 50년, 반세기가 넘었는데 꾸준히 활동을 성실하게 해오셨고 아카데미에서 뒤늦게 알아본 것이다"라고 했다. 또, "(윤여정은) 이미 오스카상을 받을 만한 내공과 역량, 훌륭한 연기력을 오래 전부터 갖고 계셨다. 뒤늦게 오스카가 부지런함을 떨어서 윤선생님을 찾아와서 상을 드린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사실 베니스영화제에서 강수연, 칸영화제에서 전도연, 베를린영화제에서 김민희도 있었다.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이미 (한국 배우들이) 연기상을 다 받았다"면서 "오스카가 국제 영화제가 아니지만 뒤늦게나마 전세계의 훌륭한 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 것이다. 오스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오스카의 장벽이 허물어졌다고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거 같다"고 답했다. 이어 "오스카 전체 투표 회원이 9000여명 정도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여전히 다수는 백인 영화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유색인종이라든가 비영어권의 회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러한 방향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인 거 같다. 다양한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이주 한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나리'가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은 것에 대해서 그는 "굳이 아시아와 한국, 트렌드나 콘셉트로 묶는 것보다 '미나리'라는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 훌륭함이 있었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된 거 같다"면서 "정서적으로 볼 때 한국영화라 할 수 있지만, 한 편의 훌륭한 작품은 국적을 초월한다. 국적을 따지기 전에 한국인 뿐 아니라 전세계 어느 감독이 봐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평했다.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93회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시상자로 등장했다. 봉준호 감독이 시상을 마친 후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2년 연속 한국 영화인들이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무대를 '점령'하는 순간이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1.04.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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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IS] 시류 읽는 '도망친여자' 도망치지 않은 홍상수·김민희

올 초 베를린에서 낭보를 전했던 그 영화가 국내에서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여전히 굳건한 그들만의 세계관 안에서 소소한 변화가 눈에 띈다.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 영화이자 김민희와 7번째 호흡맞춘 영화 '도망친 여자(홍상수 감독)'가 지난 9일 국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3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에 해당하는 감독상을 수상하며 깜짝 주목을 받은 후, 최근 16회 부쿠레슈티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아 또 한번 해외를 통한 역 이슈에 성공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를 따라가는 영화다. 홍상수 감독의 뮤즈이자 불륜 관계를 지속 중인 김민희가 감희로 분했으며, 서영화·송선미·김새벽이 세 명의 지인으로 각각 등장한다. 앞선 23편의 영화로 자전적 성격이 강한 이야기들을 그려냈던 만큼 '도망친 여자' 역시 '어떤 시시콜콜한 내용을 담아냈나' 지켜보는 시선이 상당했던 작품. 결과적으로 같지만 다르고, 비슷하지만 조금 더 짜임새 있는 뉘앙스를 풍긴다. 특유의 가르치려는 자세도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현재의 관심 분야인 듯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녹여내 의외성을 자아낸다. 상황과 의미심장한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대중에게 제 마음과 생각을 전달하고자 했던 홍상수 감독은 '도망친 여자'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 다만 그 주체는 대부분 여성들이고, 소소한 듯 현실적인 대화 속 섬세함을 엿보이게 한다. 막걸리, 와인 등 술은 여지없이 등장하지만 특유의 주정뱅이 소주냄새는 나지 않는다. 베를린영화제와 외신들도 홍상수 감독이 담아낸 '여성'에 주목했다. 베를린영화제 측은 은곰상 시상과 함께 "'도망친 여자'는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주인공 감희는 서울 변두리에서 친구 셋을 만난다. 홍상수 감독은 이러한 만남들을 미니멀리즘적으로 묘사한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지만, 무한한 수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평을 남겼다. 또한 스크린데일리는 "여성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만들어 낸 섬세함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매력적이다"고 표현했고, 인디와이어는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의 통렬한 스케치를 통해 절제된 톤으로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주인공 김민희를 담아내는 홍상수 감독의 카메라는 한결같다. 그러나 작품 속 김민희의 신상에는 변화가 생겼다. '결혼 5년차 기혼자'로 소개돼 눈길을 끈다.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실혼 관계를 조금 더 명확히 적시한다. 극중 감희의 남편은 번역가이자 강의하는 교수로 설명된다. 미묘하게 투영시킨 설정이다. 일부러 잘 들으라는 듯 내뱉는 주옥같은(?) 대사들도 쏙쏙 귀에 박힌다. 감희는 세 명의 지인을 만날 때마다 "우린 5년 동안 단 한번도, 하루도 떨어져 본 적 없어. 그 사람 생각이 그래. 사랑하는 사람 무조건 붙어 있어야 하는거래"라고 말한다. 세뇌 시키 듯, 혹은 세뇌 당한 듯 '나는 그렇다'고 강조한다. 감희와 남다른 인연이 있는 세 명의 지인은 이혼 후 외곽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영순(서영화), 26살 시인 연하남에게 사랑을 갈구 당하지만 별거를 주장하는 윗집 유부남과의 운명적 만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영(송선미), 과거 감희와 한 남자를 두고 얽혔던, 그리고 그 남자와 결혼한 우진(김새벽)으로 표현된다. 감희는 "이혼 후에도 잘 나간다"며 전 남편의 근황을 전하는 영순에게 "크게 당해봐야 하는데"라는 말을 던지고, 우진은 TV 출연을 비롯해 북 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유명세를 쌓는 남편 정선생을 은근히 질투하며 "난 남편이 인기 많은거 싫어. 진정성도 없어"라고 말한다. 김민희와 김새벽을 만난 남자는 권해효가 연기했다. 이와 함께 홍상수 감독은 뉴스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되고 있는 이슈를 소재로 찾아 썼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언급 시킨다. 대중과 동 떨어진 채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듯 하지만 누구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많고 시류를 읽고자 하는 태도가 눈에 띈다. 어느 정도 사회적 성취를 이룬 후 여유를 찾았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고민은 끌어안고 있는 여성들의 보편적 삶을 다룬 것을 중심으로, 김민희는 고기, 파스타, 사과 등 꾸준한 먹방을 선보이고, 채식주의, 길거리 고양이밥 호불호, 데이트 폭력 등을 한번씩 거론한다. 이 과정에서 한남(한국남자)으로 통칭되는 이들에 대한 극혐 포인트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은 듯 전세, 월세 등을 디테일하게 물어보며 감희의 입으로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감탄을 여러 번 반복하게 만든다. 영화는 영화, 개인사는 개인사라고 선을 긋는 이들도 있지만 그을 수 없게 만든건 역시 영화를 제작한 장본인들. 외신의 평처럼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9.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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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X김민희 '도망친여자' 부쿠레슈티영화제 각본상

해외에서는 꾸준히 관심받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다.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이자 김민희와 7번째 호흡맞춘 영화 '도망친 여자(홍상수 감독)'가 제16회 부쿠레슈티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부쿠레슈티국제영화제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로, 올해는 지난 2일(현지시간) 폐막했다. 한국영화는 '도망친 여자'와 '초미의 관심사(남연우 감독)'가 경쟁부문에 진출해 주목 받았다. 영화제 측은 '도망친 여자'의 각본상에 대해 "여성 중심 서사의 우아한 구조 속에 녹아있는 극소량의 미묘함"을 수상 이유로 꼽았다. 시상식에는 김용호 주 루마니아 한국대사가 참석해 대리 수상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감희(김민희)를 따라가는 영화다. 김민희를 비롯해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등이 출연했다. 지난 2월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받아 한 차례 화제를 모았다. 상반기 국내 개봉을 추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등 여파로 일정이 연기되면서 17일 공식 개봉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9.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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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X김민희 7번째 합작품 '도망친 여자', 예고편 공개

오는 9월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도망친 여자'가 홍상수 감독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 '도망친 여자'가 메인 예고편을 19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를 따라간다.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한마디의 대사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그로 인해 영화의 감정선을 더욱 짙게 보여준다. 먼저, 영상은 평화로이 모이를 먹는 닭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어, 밭일을 하는 영순(서영화)의 뒷모습 위로 영화의 타이틀이 떠오른다. 바뀐 화면에는 불이 꺼진 영순의 방 안에서 CCTV를 통해 집 밖을 바라보는 감희(김민희)의 모습이 나타난다. CCTV 속에는 한 소녀의 모습이 담겨있어 이들 사이에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바뀐 화면에서는 고민하며 노트에 뭔가를 적다 창 밖을 바라보는 수영(송선미)의 모습이 이어진다. 또한, 뭔가를 망설이는 듯한 표정의 우진(김새벽)의 손 끝을 따라가면 감희의 손과 다정히 맞닿아 있다. 감희와 그녀가 마주할 세 장소, 세 친구와의 만남에 대한 강렬한 드라마의 호기심을 높인다. '도망친 여자'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직후 "관객들은 서서히 커튼을 들추고 그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적 삶의 세계를 훔쳐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홍상수 영화의 비밀스러운 힘"(The Hollywood Reporter), "홍상수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란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사랑스럽게 작고, 그러면서 작은 즐거움을 안겨주는 '도망친 여자'는 그 미래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Variety) 등 외신의 호평을 얻었다. '도망친 여자'는 홍상수 감독이 배우 김민희와 7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며,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한다. 9월 17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8.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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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김민희, 이번에도 한국에선 외면 해외에선 환영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새 작품 '도망친 여자'를 들고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두 사람의 금지된 관계는 여전했고,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과 해외의 온도 차도 여전했다. 홍 감독과 김민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를 첫 공개 했다. 배우 서영화와 함께 공식 포토콜과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 세계 취재진과 만났다.'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를 따라가며 그려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7번째 영화로, 이번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김민희가 주인공 감희를 연기한다. 세 파트로 나누어진 영화를 중심에서 이끌어나간다. 홍 감독이 말하려는 '도망친 여자'가 바로 김민희인 셈. 홍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도망친 여자는 누구이며, 또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냐'는 질문을 받고 "사실은 그게 무엇인지 결정하지 못했고, 정의하고 싶지 않다. 결정할 수 있었으나 그 전에 멈췄다. 이 영화를 보고 관객이 느끼길 바란다"며 "그럼에도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의 모든 여자가 무언인가로부터 도망친다. 수감되지 않으려고, 또는 불만족으로부터 도망친다"고 답했다. 홍 감독의 이 같은 답변은 여전히 국내에서 대중의 매서운 시선을 받는 두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설명이다. 국내 공식 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간간이 목격담만으로 소식이 들려오던 이들은 이날 변함없이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자회견 도중 김민희가 외신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자 홍상수 감독이 나서서 대신 통역을 해줬고, 포토콜에서는 손을 잡는 듯한 스킨십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두 사람은 커플링을 끼고 나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기자회견에서 같은 반지를 착용하고 마이크를 든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리 각본을 쓰지 않고 촬영 당일 대본을 주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연출하는 홍상수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김민희는 "감독님이 주신 대본을 잘 외워서, 대본대로 잘 전달하면 의미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답한 것. 또 김민희는 "만약 연기가 의도에서 벗어났을 때는 감독님이 잘 잡아준다"고 덧붙였다. '도망친 여자'는 베를린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외신들이 앞다퉈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대사 한 줄을 인용하며 "매혹적인 말솜씨가 있다"고 평했다. 이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웃기다. 자신이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실제로는 얼마나 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명상 같은 영화다. 홍 감독의 최근작 중 가장 여성 중심적이다. 모든 남성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신선한 느낌의 변화를 준다"고 전했다. 버라이어티 "홍상수 감독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만들었으나, 이 영화는 살짝 더 밝으면서 다르다. 그 미래가 바로 지금임을 알려준다"고 했고, 스크린 인터내셔널 "이 영화는 비록 홍상수 스펙트럼의 수수께끼 같은 측면에 서 있지만, 관계의 역동성이나 성 역할 같은 테마를 성공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호평했다. 영화 비평사이트 로튼 토마토에 올라온 5개의 리뷰 모두 '도망친 여자'를 향해 호평의 의미인 '프레시'를 줬다. 수상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 24편의 영화 중 무려 4편이나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 그리고 지난 2017년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인 은곰상을 수상한 김민희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도망친 여자'는 예매가 오픈된 시사회 티켓이 모두 매진된 상태다. 국내에서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불륜 커플의 영화로 비판적인 관심을 더욱 많이 받고 있다. 김민희와 불륜을 인정한 후 홍 감독의 영화는 극장에서 연이어 흥행 참패를 맛봤기에 '도망친 여자'가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관객에게 외면받은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나는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주제를 영화에 담지 않는다. 그것이 내게는 중요한 일이다. 목적을 두고 뭔가를 향해 다가가기보다는 열린 가운데서 내게 오는 걸 기꺼이 받아들인다. 만약 내가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것을 영화로 표현한다면 높은 완성도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2017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며 불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후 4년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아내에게 이혼을 청구한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이혼 청구 소송 기각 선고를 받았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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