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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MZ세대 ‘정신차려’ 떼창 놀라워, 음악 오래 하려면 공부해야죠” [IS인터뷰]
“그동안엔 돈 안 되는 음악만 33년 한거에요. 더 늦기 전에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발표하게 됐습니다.”‘작은 거인’ 김수철이 모처럼 대중음악으로 돌아왔다. 데뷔 후 줄곧 음악과 함께 보내온 인생이지만, 대중음악 앨범은 1991년 발표한 9집 ‘난 어디로’ 이후 처음이니 무려 33년 만이다. 지난 달 31일 10집 ‘너는 어디에’를 발표한 김수철을 최근 서울 순화동 KG타워에서 만났다. 때마침 파리 올림픽 시즌이라 근 40년간 올림픽 등 대규모 행사 음악감독으로 활동해 온 김수철에게 국가대표 선수들을 바라보는 소회가 남다르겠다 묻자 “뜻밖의 곳에서 메달이 나오고 하지 않나. 내일은 모르는 거다”라며 반색했다. 툭 던진 한 마디에서도 ‘내공’이 느껴졌다. 대중음악 앨범은 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품어왔던 김수철의 계획이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미뤄져 오던 작업은 지난해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45주년 기념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서 비로소 동력을 얻어 진행됐다. “사실 10년 전부터 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고, 바빠서 혹은 잊어버려서 놓치고 하다 10년이 지난거죠. 작년 연말 공연이 잘 되어서 이번에 내야지 하고 발표한 겁니다. 저는 평소 느끼는 생각을 소리로 옮기는 스타일인데, 유행 좇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해서 좋았고, 기타 원 없이 치니까 좋았죠.” 앨범에는 타이틀곡 ‘너는 어디에’와 ‘나무’, ‘아자자’를 비롯해 ‘그만해’, ‘휙’ 등 다양한 곡이 수록됐다. 그 외에 ‘나무사랑’과 ‘야야아자자’는 ‘나무’와 ‘아자자’의 롱 버전으로 색다른 편곡이 인상적이며, 국악사에 큰 획으로 남은 ‘기타산조’도 포함됐다.
“원래 타이틀곡은 10분짜리였어요.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할 거야 하며 작업했는데 주위에서 정신 나갔다고, 10분이 뭐냐고 하더군요. 그 10분짜리가 ‘야야아자자’였고, 줄인 버전이 ‘아자자’입니다.” 동일한 멜로디와 가사지만 분위기가 확 다른 ‘나무’와 ‘나무사랑’에 대해 묻자 “‘나무’는 이번 앨범 전체의 메시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떤 계산도 안 하고 아낌없이, 남은 사랑도 주는 건 나무 밖에 없더라고요. 항상 돈, 물질을 앞세우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게 나무의 참사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다른 곡 ‘너는 어디에’에 대해선 “젊은 시절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격려해주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나 하는, 꿈과 친구, 우정에 대한 곡”이라며 “여기서 ‘너’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꿈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신보에 대해선 평단의 호평이 쏟아졌고, 라디오 출연 등으로 본격 홍보 활동에 나서면서 대중에게서도 명불허전이란 반응이 대거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수철은 “노래 반응이 그래도 괜찮더라”면서도 “젊은 친구들도 들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977년 데뷔 후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해온 그는 ‘못 다 핀 꽃 한송이’ ‘젊은 그대’ ‘나도야 간다’ ‘왜 모르시나’ 등이 잇따라 히트하면서 가수왕의 지위에 올랐다. “잘나갈 땐, 너무 바쁘니까 ‘어 그럼 난 공부는 언제 하지’ 싶었어요. 안되겠다, 공부하러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만 가수왕이 된 거에요. 그렇다고 계획을 변경하진 않았죠. 공부를 해야 하는데 너무 소비만 하고 있더라고요.” 뜨거웠던 인기를 뒤로 하고 홀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그렇게 대중가요를 부르는 김수철의 시간엔 긴 쉼표가 찍혔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엔 본격적으로 국악의 현대화에 투신했다. 영화 ‘서편제’의 배경음악을 비롯해 줄곧 국악과 함께 해왔다.
“저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았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걷어찼죠. 일을 많이 하면 돈이 따라오겠지만, 공부할 시간이 없지요. 저는 제 길을 택한 거고, 공부하고 실험하고 녹음하고 실패하고 또 공부하고. 그렇게 반복해왔습니다. 유행가는 한때에요. 입산하면 하산하듯이, 누구도 예외가 없지요. 인기는 유행과도 같아 계속 가지 못해요. 나처럼 음악을 오래 한 사람은, 유행이 지나간 다음엔 내 생각들을 담은 음악을 해야지. 내 음악, 내가 좋아하는, 하고 싶은, 실험적인 음악을 하다 보니 전문적이 되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대중과는 멀어진 거죠.” “망해도 계속 냈다”고 할 정도로 마치 자신의 사명인 듯, 국악에 투신해온 그는 지난해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을 실현해냈다. 뿌듯해할 법도 하지만 그는 “내가 좋아서 한 것”이라며 지나친 의미부여를 완곡히 거절했다. “전 과거 얘기는 안 해요.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 건 33년 만의 대중음악이다 보니 흔적들이 필요해서 하는 거지, 어제의 이야기는 필요 없는 얘기죠. 오늘 열심히 해서 내일을 보는 거죠.”‘젊은 그대’도 ‘별리’도 ‘못다 핀 꽃 한송이’도, 그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는 모두 ‘사랑’보단 ‘사람’이었다. 김수철은 꿈과 희망을 상실한 젊은 세대에게 위로를 건네면서도 “마음 속에서 꿈을 놓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그들과 느낀 뜨거운 교감의 순간을 떠올렸다. “한번은 DMZ 페스티벌에 나갔는데, 애들이 나를 알더라고요. 그 아이들에게 나는 할아버지인데, ‘젊은 그대’나 ‘정신차려’, ‘날아라 슈퍼보드’ 따라 부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죠. 기분 좋죠. MZ와도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무대를 통해 확신하고 용기를 갖게 됐어요.”세대를 초월한 만남이 가능하게 해 준 건 결국 ‘음악’이다. 새 앨범 홍보 활동과 더불어, 김수철은 MZ 세대를 위한 소극장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음악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게 있다”며 “친구들과 많이 대화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격려해주고 용기를 주고, 사랑을 주고 싶다. 여기 친구 있으니까 나와라 하는, 소통하는 공연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분야별로 나 같은 정신 나간 놈도 있어야 돼. 그래야 지켜진다”고 힘 줘 말한 김수철. 지금 그가 꾸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 “긴 호흡. 좋은 음악이요. 나는 음악을 택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한 삶에 대해,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08.0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