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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김연아가 뿌린 씨앗, 피겨 강국 결실로 [IS 포커스]

한국 피겨에 봄이 찾아왔다.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 이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포디움(시상대)에 서지 못했던 한국 피겨는 2023 ISU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싱글과 여자 싱글에서 모두 은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선수권에서 남녀 동반 메달을 획득한 건 이번이 최초다. ‘포스트 김연아’ 시대, 한국이 세계 피겨 강국으로 우뚝 섰다.남자 싱글 차준환(22·고려대)은 지난 25일 오후 일본 도쿄도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슈퍼아레나에서 끝난 2023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TES) 105.65점 예술 점수(PCS) 90.74점, 합계 196.39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99.64점) 점수를 합친 총점 296.03점으로 우노 쇼마(일본·301.14점)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여자 싱글 이해인(18·세화여고)도 24일 같은 장소에서 끝난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TES 75.53점, PCS 71.79점을 기록, 합계 147.32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쇼트 프로그램(73.62점)에서 2위를 기록한 그는 총점 220.94로 금메달을 획득한 사카모토 가오리(일본·224.61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차준환과 이해인 모두 개인 최고점을 기록해 ‘남녀 동반 입상’을 이뤄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선수권 ‘10년 노메달’에서 벗어났다. 한국 피겨 역사상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했다. 그가 2013 캐나다 런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한국 선수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2022 세계선수권에서 유영(수리고)이 5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차준환은 “결과나 메달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관중들에게 모든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미 내 스케이팅에 만족했기 때문에 점수를 받기 전부터 행복했다. 긴장하지 않고 나 자신을 전적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이해인도 “올 시즌 초반엔 몸이 아파서 힘들었지만,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웠다”며 “김연아 언니 이후 10년 만에 메달을 따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한국 피겨 역사와 성과는 김연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김연아의 등장 이전까지 한국은 피겨 불모지였다. 김연아가 혜성같이 등장한 뒤 모든 게 달라졌다. 김연아를 보면서 스케이트화를 신고 꿈을 키운 김예림, 유영, 임은수 등 ‘연아 키즈’가 등장했다. 국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이 자연스럽게 발전했고, 유능한 피겨 선수들이 탄생했다. 이해인은 김연아가 뿌린 씨앗으로 자란 ‘연아 키즈’의 결정체다. 그는 김연아가 출연한 아이스쇼를 본 9살 때 피겨를 하고 싶다며 엄마를 졸랐다. 시간이 흘러 둘은 같은 소속사가 됐고, 이해인은 평소 김연아로부터 조언을 얻는다고 한다. 이해인은 대회를 끝낸 뒤 “연아 언니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 경기 외적인 부분에 많은 조언을 해준다. 영원한 내 롤모델”이라고 했다.이해인은 걸어가는 길도 ‘연아 판박이’다. 그는 주니어 시절 그랑프리 2개 대회 연속 우승, ISU 공인 200점 돌파 등 김연아가 시작한 한국 여자 싱글 스토리를 똑같이 써 내려갔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선배의 뒤를 따랐다. 지난달 미국에서 끝난 4대륙선수권에서는 김연아 이후 14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기세로 세계선수권에서도 은메달까지 획득했다. 아역 배우 출신 ‘피겨 왕자’ 차준환은 한국 피겨 남자 싱글 개척자다. 초등학교 때 이미 트리플(3회전) 점프 5종(살코·토루프·루프·플립·러츠)을 모두 성공할 만큼 재능이 있었던 그는 14세 때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성장을 거듭한 차준환은 시니어 무대에서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 4대륙선수권 우승, 베이징 동계올림픽 5위에 이어 세계선수권 2위까지 차지했다.차준환은 김연아와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하지만 그의 훈련 과정을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다. 차준환은 김연아와 하뉴 유즈루(일본)를 지도해 한국 피겨 팬에게도 익숙한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를 만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그는 훈련 시설이 부족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는 국내 대신 훈련 환경이 좋은 캐나다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했다.한국 피겨는 내년 세계선수권 6장을 확보했다. ISU는 한 국가에서 선수 한 명이 출전해 2위 안에 들면 다음 시즌 출전권 3장을 준다. 차준환의 선전으로 남자 싱글은 3장을 얻었다. 여자 싱글은 이해인(2위)과 김채연(6위·수리고)의 활약으로 다음 대회에도 3명이 나선다. 한 국가에서 2명 이상이 출전할 경우 두 선수 합산 순위가 13 이하이면 다음 대회 출전권 3장을 준다. 한국 피겨의 성과는 더 있다. 한국은 지난달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끝난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신지아(영동중)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아이스 댄스에선 임해나-예콴 조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외에도 4대륙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김예림(단국대)는 올 시즌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왕중왕전인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했다.한국 피겨는 지금의 상승세라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도 입상을 노려볼 수 있다. 실제 차준환이 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합계 점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3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이해인은 5위권 점수다. 물론,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피겨 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아 다른 팀에 유리한 면이 있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2023.03.27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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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나온 김연아 "스포츠정신 모두 다 안다"…편파판정 일침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김연아는 지난 23일 방송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2024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 홍보대사 자격으로 출연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본 소감을 묻자 김연아는 “시청자 입장에서 집에서 봤다. 좋은 결과를 얻은 선수들도, 아쉬운 결과를 얻은 선수들도 있지만, 한마음으로 응원했다”며 “특히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4명이나 출전해서 감회가 새로웠다. 어릴 때부터 봐 온 친구들이 올림픽에 나와 경기하는 것을 보며 뿌듯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판정 시비 논란 속 의연하게 대처했다’는 사회자의 말에 김연아는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고 믿고 있는 스포츠 정신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를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유영, 김예림 등 이른바 ‘연아 키즈’로 불리는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선 “강대국 선수들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기 좀 어려운 조건이지 않나라는 생각에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 것을 뛰어넘을 만큼 좋은 기량을 유지해줬다”고 대견해 했다. 끝으로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을 하며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 출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너무 어릴 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해서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고 즐거워하며 탔다. 나이가 들면서 성장기에 심리적, 육체적으로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컨디션도 오락가락하고 부상도 많았고, 매일 울면서 훈련했었다”며 “이번 청소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그 시기일 거다. 나도 청소년 올림픽이 있으면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경험이 있어서 잘 이겨내고 극복하고 버텨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2022.02.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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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 쓴 차준환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주고파"

"연습부터 하고 싶어요." 귀국 후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차준환(21)이 전한 답변이다.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쿼드러플 토루프)에 성공하지 못한 장면을 돌아보며 "후회 없는 올림픽을 치렀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4회전 점프를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 잘 될 때까지 해야 마음이 편하다"라며 웃었다. 차준환의 머릿속에는 온통 피겨스케이팅 생각뿐이다. 차준환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개인 최고점(282.38점)을 기록, 출전 선수 24명 중 5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최고 순위다. 올림픽 3연패를 노렸던 일본 피겨 영웅 하뉴 유즈루(283.21점·4위)와 차이는 0.83점에 불과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차준환이 챔피언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제 만 스무 살이다. 4년 뒤가 더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도 기대할 만하다. 새 역사를 쓴 차준환은 12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그의 밝은 표정과 유쾌한 답변에서 홀가분한 마음이 전해졌다. 아역 배우로 활동하던 어린 시절을 돌아봤고, 8년째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식단 관리 노하우도 전하를 "치팅 데이(다이어트 기간 원하는 음식을 먹는 날)에는 매콤한 라면을 먹기도 한다. 치킨도 좋아한다"는 속내를 전해 웃음을 남기기도 했다. 차준환은 베이징 대회를 통해 전국구 스포츠 스타로 올라섰다. 뛰어난 실력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췄다.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그는 "너무 감사하다. 실력을 더 키워서 더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선수 본분을 지키는 게 응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올림픽을 치르며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고난도 점프를 더 많이 추가해,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 차준환은 "4년 전 평창 올림픽을 경험하며 피겨를 더 좋아하게 됐다. 베이징 대회에서도 다시 한번 그 느낌을 받았다. 다가올 대회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프로그램 구성이나 스텝 그리고 스핀과 스케이팅 기술 등 전반적으로 기량이 좋아져야 한다. 4년 후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올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차준환은 오는 25일 개막하는 전국동계체전, 내달 21일부터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올림픽 일정이 끝난 지난 11·12일에도 두 차례 추가훈련을 소화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앞서 차준환은 "메달이나 순위보다 내 개인 기록을 넘어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세계선수권 목표도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남자 김연아'로 불렸던 차준환은 이제 오롯이 '제1의 차준환'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무대의 시선도 달라졌다. 남자 피겨 꿈나무들에겐 희망을 줬다. 차준환은 "난 아직 성장 중인 선수"라며 "나를 보고 꿈을 키우는 어린 친구에게 동기부여가 될 만큼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세계 무대에 우뚝 선 그는 '차준환 키즈'를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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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벽 깬 차준환… 베이징 올림픽 5위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맞춰 연기를 마친 차준환(21·고려대)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더 이상 '남자 김연아'가 아닌 '제1의 차준환'으로 기억될 감동적인 무대였다. 차준환이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남자 싱글 '탑5'에 들었다.차준환은 10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93.59점, 예술점수(PCS) 90.28점, 감점 1점으로 182.87점을 기록했다. 개인 최고 기록(175.06점)과 올 시즌 최고점(174.26점)을 모두 넘었다.지난 8일 쇼트프로그램에서 99.51점(4위)을 받았던 차준환은 합계 282.38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우승한 4대륙선수권에서 세운 개인 최고 기록(273.22점)을 훌쩍 넘었다. 24명 중 5위. 남녀 싱글을 통틀어 김연아(2010 밴쿠버 금, 2014 소치 은) 이후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이다.깔끔한 연기를 펼친 네이선 첸(미국·332.60점)이 우승했고, 은메달과 동메달은 가기야마 유마(310.05점), 우노 쇼마(이상 일본·293.00점)가 차지했다. 3연패에 도전한 하뉴 유즈루(일본·283.21점)는 4위를 기록했다.차준환은 처음으로 나선 2018 평창 올림픽에서 15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10위 이내 진입이 현실적인 목표로 점쳐졌다. 하지만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는 훈련을 치르면서 "탑6도 가능하다"고 했고 이뤄졌다.마지막 4조 세 번째 순서로 나선 차준환은 프리 곡으로 '투란도트'를 선택했다. 피겨에선 곡은 주로 목소리보다는 악기를 사용한 곡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차준환은 투란도트의 주인공 칼라프가 부르는 아리아 '모두가 잠들지 못하리라(Nessun Dorma)'가 포함됐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폴 포츠가 불러 유명해진 그 곡이다.차준환은 첫 번째 점프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를 시도했으나 착지에 실패해 넘어졌다. 다시 일어선 그에게 박수가 쏟아졌고, 다시 힘을 낸 차준환은 힘차게 스케이팅했다. 그리도 두 번째 점프(트리플 살코)는 완벽하게 착지했다. 콤비네이션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도 실수 없이 수행했다. 이후에도 차분하게 구성요소를 하나하나 풀어냈다. 목표였던 '클린'엔 실패했지만 세계적인 스케이터들과 견줄만한 연기였다.칼라프는 망국인 타타르의 왕자로 중국의 공주인 투란도트가 내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내 결혼하게 된다. 그는 진정한 사랑을 원한다며 투란도트에게 거꾸로 '하루 안에 자신의 이름을 맞춰보라'고 문제를 낸다. 공주가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할 때 칼라프가 승리를 예감하며 부른 곡이 '네순 도르마'다. 투란도트의 배경인 베이징에서 멋진 연기를 펼친 차준환은 첫 점프 실수 탓인지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당당하게 링크를 빠져나왔다.한국 피겨는 '피겨 여왕' 김연아 전후로 나뉜다. 김연아가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면서 수많은 '연아 키즈'가 등장했다. 하지만 김연아만큼의 위치에 오른 선수는 없었다. 특히 남자 싱글은 더욱 그랬다. 국내 대회 출전선수도 10여명 남짓에 불 등장하면서 세계 무대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부분 여자 선수들이었고, 남자 선수들은 톱 레벨과 거리가 있었다. 올림픽에 남자 선수 두 명(차준환, 이시형)이 출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8세 때 피겨를 시작한 차준환은 '될성부른 떡잎'으로 불렸다. 일찌감치 3회전 점프를 모두 마스터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 같은 외모의 차준환은 TV광고 모델과 아역 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연기 경험은 물론 어렸을 때 배운 음악, 현대 무용을 통해 표현력을 극대화시켰다.중학교 3학년 때인 2016년엔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그랑프리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최연소 4회전(쿼드러플) 점프에도 성공했다. 2015년부터는 김연아와 함께 했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첫 올림픽인 2018 평창 대회에선 한국 남자 싱글 최고 성적인 15위에 올랐다.하지만 세계 피겨의 흐름은 급격히 바뀌었다. 신채점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선수들은 기본점이 높은 고난도 점프에 집중했다. 2018 평창올림픽부터 4회전(쿼드러플) 점프 횟수가 늘어났다. '점프 머신'으로 불리는 첸은 쇼트에서 2번, 프리에서 5번 4회전 점프를 시도한다. 점프보다 연기에 강점이 있는 차준환에겐 달갑지 않은 변화였다.차준환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강점인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힙합댄스도 배우고 노래를 연습해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하기도 했다. 점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근력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코어 강화를 위해 취미삼아 복싱을 배우기도 했다. 올림픽 직전에 4회전 점프를 3회(쇼트 1회, 프리 2회) 구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두 번째 올림픽 준비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오서 코치가 있는 캐나다로 건너가지 못했다. 2020~21시즌엔 국제대회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국내 스케이트장이 문을 닫는 통에 지방을 돌아야 했다. 차준환은 "혼자서 모든 걸 해야해 어려움이 있었다. 오서 코치님과는 1년에 한 두번 만난 게 전부"라고 했다. 하지만 차준환은 "더욱 피겨를 사랑하게 됐다"고 웃었다. 그리고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서 한국 피겨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차준환의 올림픽은 베이징에서 끝나지 않는다. 피겨는 20대 중반까지 충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 4년 뒤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에선 더 큰 꿈에 도전할 수 있다. 베이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2.10 14:45
연예

'1박 2일' 김종민-라비, 김연아 빙의 얼음 판 위 '춤신춤왕'

'1박 2일' 멤버들이 빙판 위 '춤신춤왕'으로 변신한다. 오늘(23일) 오후 6시 30분에 방송될 KBS 2TV '1박 2일 시즌4(이하 1박 2일)-동계놀림픽' 특집에는 다채로운 스포츠 종목과 함께하는 다섯 남자의 한겨울 잔치가 펼쳐진다. 이날 '동계놀림픽'에 출전한 다섯 남자는 생애 첫 피겨 스케이팅에 나선다. 모두가 예상치 못한 종목에 얼어붙은 가운데, 대형 스케이트장이 위치한 잠실 출신 라비는 우아하게 빙판 위를 달리며 '잠실 키즈'의 저력을 입증한다. 그는 화려한 턴부터 전무후무한 빙상 비보잉까지 선보이며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다른 멤버들 또한 춤과 연기를 함께 선보이는 피겨 스케이팅에 점차 흥미를 드러낸다. 특히 김종민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어디서도 본 적 없던 빙상 '강남스타일' 춤으로 현장을 초토화시킨다. 그는 전무후무한 빙판 댄스는 물론, 비장한 엔딩 포즈까지 선보이며 현장을 뜨겁게 달아오른다. 김연아에 완벽 빙의,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딘딘의 모습에 라비는 "우와 빙신(氷神)이다!"라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과연 '빙상의 신'으로 거듭난 딘딘의 무대가 어떨지, 의욕 충만한 다섯 남자의 고품격 피겨 스케이팅 무대가 어떠할지 더욱 궁금해진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2022.01.22 14:04
스포츠일반

'김연아 키즈' 유영 가뿐히 베이징으로, 차준환은 2회 연속 진출

한국 피겨 스케이팅 간판 유영(18·수리고)과 차준환(21·고려대)이 각각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출전권을 획득했다. 유영은 9일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76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6.62점, 예술점수(PCS) 68.32점으로 총점 144.94점을 받았다. 전날(8일) 쇼트프로그램 76.55점을 합한 최종 총점 221.49점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유영은 1차 선발전(208.59점)에 이어 2차 선발전까지 우승하며 두 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가뿐히 손에 넣었다. 유영은 '김연아 키즈'로 통한다. 어릴 때 싱가포르로 유학을 떠나 만 6세에 피겨를 시작했다.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대회에서 세계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등 한창 국제 무대를 휩쓸 당시 피겨에 입문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고자 2013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2016년 만 11세 8개월의 나이로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이때부터 김연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떠오르며 '피겨 신동'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유영은 2019~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한국 여자 싱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217.49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4대륙선수권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카밀라 발리예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등 러시아 여자 선수들은 쿼드러플(4회전) 점프까지 성공하고 있다. 유영은 이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필살기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여자 선수 중 트리플 악셀이 가능한 선수는 유영뿐이다. 그는 8일과 9일 트리플 악셀을 시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올림픽 메달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다. 각종 CF에 출연한 아역배우 출신 차준환은 이날 기술점수(TES) 94.80점, 예술점수(PCS) 90.20점으로 총점 185.00점을 받아 전날 쇼트 프로그램(98.31점)을 합한 최종 283.31점으로 우승했다. 1차, 2차 대회 모두 우승하며 2위까지 주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로써 차준환은 남자 싱글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2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을 작성했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48.59점을 얻어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순위인 15위를 차지한 바 있다. 차준환은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사상 첫 올림픽 톱10에 도전한다. 그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연속으로 성공한 건 올 시즌 처음이다. 평창 올림픽 때보다 더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시형(고려대, 477.85점)과 김예림(수리고, 413.46점)은 각각 남녀 2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이형석 기자 2022.01.09 17:41
스포츠일반

‘제2의 김연아’ 이해인, 행복한 스케이터 꿈꾸다

‘피겨 여왕’ 김연아(29) 이후로 수많은 ‘제2의 김연아’가 등장했다. 그중 14세 시절 김연아와 똑같은 길을 가고 있는 선수가 있다. ‘피겨 샛별’ 이해인(14·한강중)이다. 이해인은 지난달 열린 2019~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여자 싱글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한 시즌에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따낸 건 14년 만이다. 김연아가 만 14세였던 2004~05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데뷔 시즌의 일이다. 이해인도 같은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해인을 16일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만났다. 얼굴은 조막만하고 팔다리는 길었다. 머리 일부를 땋아 하나로 묶은 건 그 시절 김연아를 연상시켰다. 그는 “엄마가 곱게 땋아주셨다. 평소에는 외모에 잘 신경 쓰지 않는다”며 웃었다. “정말 그 시절 김연아를 닮은 것 같다”는 기자 말에 그는 “‘제2의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기쁘고 계속 그렇게 불리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해인은 ‘연아 키즈’다. 그런데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당시에는 피겨를 잘 몰랐다고 한다. 그는 “그때 제가 몇 살이었죠”라고 되물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5세. 기억 못 할 수밖에 없다. 그로부터 3년 뒤인 8세 때, 서울 잠실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김연아 영상을 봤다. 피겨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2013년에 연아 언니 레미제라블 연기를 보고 주 중에도 훈련을 시작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은 시간 맞춰 TV 중계로 봤다”며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감탄했다. 절대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동작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해인은 김연아처럼 뛰고 회전하면서 하루 4~5시간을 빙상장에서 지냈다. 그 외 시간에는 오래달리기, 스트레칭 등 지상훈련을 했다. 일주일에 6일을 그렇게 생활한지도 벌써 7년째다. 2년 전에는 양 발등에 피로골절이 왔지만, 꾹 참고 훈련했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이날도 몸을 풀고 조금 늦게 빙상장에 섰는데, 시계를 확인하더니 “어휴, 3분이나 늦었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반에서 계주 마지막 주자로 뛸 만큼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스케이팅은 더 빨라서 재밌다. 바람이 내 몸을 스치는 그 느낌이 시원하고 자유롭다”고 말했다. 머릿속으로 스케이팅하는 것마냥 이해인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현재 세계 피겨는 고난도 점프 전쟁 중이다. 여자 선수들도 우승을 위해 트리플 악셀(3바퀴 반) 점프를 뛴다. 그래도 이해인은 무리하게 기술 훈련에 매달리기보다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트리플 악셀을 뺀 모든 3회전 점프를 뛸 수 있다. 트리플 악셀은 계속 연습하고 있다. 완성도가 높지 않은 상태로 대회에서 시도하는 것보다, 현재 가장 잘하는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택은 옳았다. 주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를 뺀 나머지 요소에서 최고인 레벨 4를 받았다. 점프도 전부 깨끗하게 뛰었고 우승했다. 이해인의 강점은 김연아처럼 빼어난 표현력이다. 아직 10대이지만 표정과 손끝 처리 등이 인상적이다. 그는 “연아 언니가 일주일에 한 번 안무 수업을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해인은 지난 3월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평소 뮤지컬을 보고 책을 읽는 것도 피겨에 도움이 된다. 그는 “레베카, 위키드, 맘마미아 등 뮤지컬 음악을 많이 듣는다. 아이돌 음악에는 큰 관심이 없다. 소설, 판타지, 시 등도 좋아해 엄마 차에 6~7권씩 놓고 이동 중에 읽는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말도 참 잘한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라는 질문에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스케이트 타는 선수”라고 대답했다. ‘우승하는 스케이터’가 아니라 ‘행복한 스케이터’다. 그는 “물론 12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잘하고,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도 나가고 싶다. 그래도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아주 오랫동안 피겨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피겨를 사랑하는 열네 살 소녀가 또 있을까.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19.10.17 08:39
스포츠일반

이해인-이시형 동반 입상, 한국 피겨는 여전히 세계를 꿈꾼다

'차근차근, 그러나 확실하게'.지난 주말, 세계 각국의 유망주들이 출전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들려온 낭보에 한국 피겨계가 활짝 웃었다. 피겨 불모지에서 등장한 '피겨여왕' 김연아(29)의 은퇴 이후 걱정이 태산이었던 한국 피겨계가 어린 선수들의 활약 속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7일(한국시간) 라트비아 리가에서 끝난 2019~2020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여자 싱글 시상대 위에 작은 소녀가 올라섰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66.93점, 프리스케이팅 점수 130.70점을 더해 총점 197.63점으로 1위에 오른 이해인(14·한강중)은 당당하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싱글에서 주니어 그랑프리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김연아(2004~2005시즌 1회, 2005~2006시즌 2회) 김해진(2012~2013시즌 1회)에 이어 세 번째이며 햇수로는 김해진 이후 7년 만이다. 값진 기록을 쓰며 주니어 그랑프리 한국 여자 싱글 최고점(김예림·2018년 9월·196.34점)도 갈아치웠다.이해인의 입상은 세계 무대를 정조준한 한국 여자 피겨의 성장세를 증명한다. 앞서 1차 대회 위서영(14·도장중) 2차 대회 박연정(13·하계중)이 연이어 은메달을 따내며 쾌조의 출발을 한 한국 여자 피겨는 3차 대회 이해인의 금메달로 3대회 연속 메달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김연아 키즈 트로이카' 임은수(신현고) 김예림(이상 16·수리고), 유영(15·과천중)의 뒤를 이어 새로운 주니어 기대주들이 등장한 셈이다. 특히 이들은 가파른 상승세를 바탕으로 선배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어 기대감이 더욱 크다. 이번 대회 금메달로 발전 가능성을 증명한 이해인은 귀국 인터뷰에서 "주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고 싶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한국 피겨의 낭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차 대회에서 시상대 정상에 올라 당당히 애국가를 울려퍼지게 한 이해인의 활약에 이어, 같은날 열린 남자 싱글에서도 또 한 번 태극기가 내걸렸다. 그 주인공은 이시형(19·고려대). 이시형은 쇼트프로그램 점수 77.3점에 프리스케이팅 점수 141.01점을 더해 총점 218.31점을 기록하며 안드레이 모잘레프(16·러시아·223.72점)에 이어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여섯 번 출전하며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던 이시형은 '6전7기'에 성공하며 사실상 시니어 데뷔 전 마지막 무대가 될 올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한국 남녀 싱글 선수들이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서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 싱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얕은 남자 싱글에선 '투톱 체제'를 이뤘던 이준형-김진서(이상 23) 이후 이렇다 할 기대주가 없다가 차준환(18·휘문고)의 등장으로 간신히 숨을 돌렸다. 여기에 이시형이 주니어 그랑프리 입상에 성공하면서 발전 가능성을 증명, 경쟁 체제를 꾸릴 기반을 다졌다. 특히 힘든 상황 속에서 여러 차례 세계무대에 도전했다가 좌절했던 아픔을 딛고 끝내 시상대에 오른 이시형의 끈기는 남자 싱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19.09.09 08:00
스포츠일반

'연아 이후 4년' 여왕 떠난 자리에 조용히 자라는 미래

23일 열린 2019 피겨 국가대표 1차전 선발전에 참여한 임은수. 연합뉴스 제공'여왕'이 일군 땅에 미래가 자라고 있다.'피겨 여왕' 김연아(28)가 은퇴한 뒤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커다란 과제를 떠안았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등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최한 모든 국제대회를 휩쓴 김연아는 전 세계가 인정한 '피겨 여왕'이었다. 그리고 피겨 변방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인도한 김연아의 압도적 존재감은 그가 은반을 떠난 뒤 더욱 크게 느껴졌다. 국제대회 시상대에 태극기가 게양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지면서 국민의 관심도 빠르게 식어 갔다.그러나 김연아가 뿌린 씨앗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박세리 이후 등장한 수많은 '박세리 키즈'들이 세대를 거쳐 세계 여자 골프를 휩쓸고 있는 것처럼, 김연아를 보고 피겨를 시작한 '김연아 키즈'도 은반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연아 키즈' 1세대 김해진(21·은퇴), 박소연(21·단국대)이 차곡차곡 쌓은 발판 위로 도약 중인 2세대 '트로이카' 임은수(15·한강중), 김예림(15·한강중), 유영(14·과천중)이 주인공이다.셋 모두 실력과 가능성이 뛰어나 피겨계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들이다. 근소한 차로 한 걸음 앞서 있는 선수는 시니어 데뷔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5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임은수다.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한국 여자 선수가 메달을 딴 건 2009년 김연아 이후 처음이라 의미가 각별하다. 임은수는 23일 끝난 2018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2019 피겨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개인 통산 첫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현역 시절 김연아가 즐겨 뛰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연결 점프도 곧잘 뛴다.동갑내기 친구인 김예림은 임은수의 좋은 라이벌이다. 김예림은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3, 5차 대회에서 연달아 은메달을 따내며 2005년 김연아 이후 13년 만에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다. 김연아의 뒤를 이어 출전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고, 시니어 데뷔 무대인 US 인터내셔널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US 인터내셔널은 그랑프리보다 한 단계 아래로 평가되는 챌린저 시리즈다.이들보다 한 살 어린 막내 유영은 2016년 1월 국내에서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피겨 천재'로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올해 1월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서도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국내 대회 총점 200점을 넘기며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기복이 심한 편이란 단점이 있지만, 기술 습득 속도가 빨라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유망주로 평가받는다.남자 싱글은 여자 싱글에 비해 선수층이 더욱 얕고, 환경이 척박하다. 김연아라는 선구자가 있었던 여자 싱글과 달리 남자 싱글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차준환(17·휘문고)이 등장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어린 시절부터 매체를 통해 얼굴을 알린 차준환은 올 시즌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한국 남자 싱글의 '간판스타'로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임은수보다 먼저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2대회 연속 동메달로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을 얻어 새 역사를 썼다. 한국 피겨에서 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선수는 2009년 김연아 이후 차준환이 처음이었다. 차준환은 첫 출전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국제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김연아 키즈' 2세대로 꼽히는 이들의 전성기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무렵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베이징 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왕이 떠난 후 어느새 4년, 텅 비었던 자리에 희망이 싹터 오른 셈이다. 다시 핀 새싹들이 4년 뒤 베이징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8.12.26 07:00
스포츠일반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ISU 그랑프리 여자 싱글서 메달 딴 소녀

'피겨 여왕' 김연아(28·은퇴) 이후 처음으로 한국 피겨스케이팅계에서 여자 싱글 선수가 그랑프리 무대 포디움에 올랐다.김연아가 떠난 뒤 주춤하던 한국 피겨계에 최근 연달아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남자 싱글에서 김연아 이후 최초로 그랑프리 2대회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17·휘문고)에 이어 이번에는 임은수(15·한강중)가 여자 싱글 최초로 그랑프리 시리즈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임은수는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5차 대회 로스텔레콤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은수는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5.57점, 구성점수(PCS) 62.34점을 얻어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점인 127.91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57.76점을 더해 총점 185.67점을 획득한 임은수는 알리나 자기토바(16·225.95점) 소피아 사모두로바(16·198.01점·이상 러시아)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가 ISU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포디움에 오른 것은 2009~2010시즌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스케이트 오브 아메리카(11월)에서 우승한 뒤 9년 만이다. 영화 '시카고'의 OST에 맞춰 은반에 나선 임은수는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작으로 트리플 루프, 트리플 살코까지 깨끗하게 성공하며 순조롭게 연기를 시작했다.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 코레오 그래픽 시퀀스(레벨1) 등 비점프 요소 역시 완벽하게 수행했으나 이어지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단독 트리플 러츠로 뛰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침착하게 더블 액셀 점프에 더블 토루프과 더블 루프를 붙여 콤비네이션 점프로 처리하는 기지를 발휘했고 이후 큰 실수 없이 깔끔하게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점수를 끌어올린 임은수는 전날 쇼트프로그램 6위에서 3위로 뛰어오르며 포디움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주 4차 대회에 이어 2주 연속 그랑프리 대회에 나선 임은수는 이번 5차 대회 동메달로 성공적인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를 마쳤다. 김예림(15·도장중) 유영(14·과천중)과 함께 '김연아 키즈' 2세대로 불리는 임은수는 그랑프리 시리즈에 앞서 출전한 ISU 챌린저시리즈인 아시안오픈트로피에서 금메달, US인터내셔널클래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유망주에서 기대주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최연소 참가자기도 한 임은수는 "그랑프리 시리즈 첫 출전이었는데, 2주 연속으로 대회에 출전해 체력적으로 약간 힘들었다"면서도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값진 결과가 나와 기쁘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은수는 오는 20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LA로 이동해 훈련을 계속하고, 다음 달 초 귀국해 회장배 랭킹 대회 출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8.1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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