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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퍼팅 그린에서 돌아다닐 때의 에티켓

빵 몇 조각을 훔쳤다가 19년간이나 징역살이를 한 사내의 이름은 무엇인가? 맞다. 장발장(Jean Valjean)이다.그렇다면 장발장이 나오는 소설의 이름은 무엇인가?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이다. ‘장발장’이 소설 제목 아니었느냐고? 갸웃했다면 ‘레미제라블 제1권’을 간추린 동화책만 읽은 것이 틀림 없다.장발장은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가 1862년 발표한 소설 ‘레미제라블’ 속 주인공이다.민음사 번역본 기준으로 무려 다섯 권이나 되는 책을 뱁새 김용준 프로 당신은 다 읽었느냐고? 흠흠. 다시는 없을 이 명작은 1980년대에 미국 뉴욕의 공연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뱁새 김용준 프로는 브로드웨이에 딱 한 번 가 보았다. 그날 ‘뮤지컬 캐츠(Cats)’를 관람하는 바람에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지는 못했다.그러다가 2012년에 영화 ‘레미제라블’이 나오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을 당신도 들었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 같은 곡을 흥얼거릴 수 있게 된 것도 영화 덕이다. 영화 속에는 ‘붉은색과 검정색(Red and Black)’이라는 노래도 있다. 이 노래를 기억하지 못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극중 인물들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잔잔하게 시작하는 노래여서 그렇다.혁명을 준비하는 지식인 그룹에 합류한 부잣집 청년 마리우스(Marius)가 친구들과 선술집에서 부르는 노래이다. 마리우스는 하필 장발장이 입양한 코제트(Cosette)에게 한 눈에 반한 직후라서 혁명에 참가할 지를 머뭇거린다.이 노래는 혁명 주동자가 부르는 ‘우리는 누구인지 결정해야 할 때(It is time for us all to decide who are)’라는 구절로 시작한다.이 노래 속에는 뱁새 김 프로의 뇌리에 깊게 남은 구절이 있다. 바로 ‘지금은 옳아 보이는 것이 틀렸고 지금은 틀려 보이는 것이 옳았던(What seems right was wrong and what seems wrong was right)’이라는 구절이다.마리우스가 부르는 이 구절은 중의적이다. 시민 계급이 성장하면서 왕정이나 귀족정을 타파해야 하는 시대라는 뜻을 담고 있다.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목숨을 건 혁명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인다는 뜻이기도 하고. 골프에도 이 구절처럼 ‘지금은 옳은데 과거에는 틀렸던 것’이 있다. 물론 그 반대도 있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퍼팅 그린에서 스파이크 자국을 고칠 수 있는 지 여부’이다. 어떤가? 퍼팅 그린에 난 스파이크 자국을 퍼터 따위로 툭툭 눌러도 페널티를 받지 않을까? 그렇다. 페널티가 없다.지금은 옳은데 과거에는 틀렸다면 예전에는 스파이크 자국을 고치면 페널티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2018년 12월31일까지는 엄연히 페널티가 있었다. 스파이크 자국을 고치면 반칙이었던 것이다.지금은 사람 발자국뿐 아니라 동물 발자국도 고칠 수 있다. 물론 퍼팅 그린에서만 그렇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안 된다. 새 규칙이 허용하기 전까지는 퍼팅 그린에서 고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안 되었다.예전에도 피치 마크 자국은 고칠 수 있었다. 공이 떨어지면서 만든 자국 말이다. 피치 마크 자국을 고치면서 우연히 옆에 있는 스파이크 자국을 함께 누르는 것은 문제 삼지 않았다. 예전에도 홀 자국은 고칠 수도 있었다. 이처럼 퍼팅 그린에서 수리할 수 있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한 옛날 규칙은 뿌리 깊은 에티켓을 남겼다. 바로 ‘퍼팅 그린에서 돌아다닐 때 남의 퍼팅 라인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말이다.스파이크 자국을 남기면 남긴 사람이라도 고칠 수가 없어서 그랬다. ‘공이 굴러가는 길에 스파이크 자국 좀 났다고 큰 지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초보 골퍼이다. 상당히 큰 지장이 있다. 공이 사람 키만하다면 스파이크 자국은 깊이가 벽돌 두께쯤 된다. 공이 가다가 튀면서 속도도 줄고 방향도 틀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퍼팅 그린에서 조심스럽게 다녀야 했던 것이다.예전에 실수로 다른 플레이어의 퍼팅 라인을 밟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한 선수는 꼼짝 없이 발자국을 둔 채로 플레이 해야 했다. 그래서 엘리트 경기에서 실수인 척 하면서 되갚아 주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스파이크 자국을 고쳐도 되도록 규칙을 바꾼 것은 어떤 이유일까? 바로 경기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퍼팅 라인을 밟지 않으려고 빙 돌아가는 일을 줄이자는 취지라는 말이다.다른 플레이어의 퍼팅 라인을 밟지 않으면서 브레이크를 살피려면 몇 십 미터를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은가? 규칙만 놓고 보면 이제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넘어다녀도 된다는 뜻이다. 실수로 밟았더라도 고치면 되니까. 이것이 바로 새 규칙이 담은 뜻이다. 그러나 규칙은 바꾸었어도 에티켓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른 플레이어가 자신의 퍼팅 라인을 밟으면 눈살을 찌푸리는 플레이어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뱁새가 참가하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시니어투어에서는 험한 말을 내뱉는 선수도 보았다. 퍼터로 툭툭 치는 것으로 간단하게 회복할 수 있는 피해인 데도 말이다.법은 허용하더라도 여전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삼가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언젠가는 빙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에티켓에 어긋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할 수 없다. 조심하는 수밖에.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5.08.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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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퍼팅 그린에서 올바르게 공을 마크하는 방법

‘퍼팅은 어떻게 하느냐 보다 어디에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예전에도 한 번 한 말이다.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인다면 최소한 중수는 넘는다. 먼 거리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뾰족한 수가 없다. 내로라 하는 선수도 마찬가지이다. 홀에 가까이 붙이기만 해도 잘 한 것이다. 홀에 아주 가깝다면? 누구라도 웬만하면 성공한다. 홀에 더 가까워질수록 퍼팅 성공률은 급상승하는 것이다. 성공률은 홀에서부터 세 발짝 거리를 기준으로 확연하게 높아진다. 세 발짝 거리에서 퍼팅 성공률은 50% 안팎이다. 혹시 자신은 여기에 못 미친다고 자책하지는 말기 바란다. 프로 골퍼가 투어에서 플레이 할 때 기준이니까. 세 발짝일 때 50%인 것이 두 발짝이 되면 70%나 80%가 된다. 한 발짝 이내라면 90%를 넘는다. 흔히 컨시드를 주는 거리에서는 십중팔구 성공하는 셈이다. 세 발짝 보다 더 먼 거리에서는 몇 센티미터 더 가깝거나 멀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다. 성공률이 거기에서 거기인 것이다. 다섯 발짝이나 열 발짝이나 의미 있는 차이는 없다는 말이다.수치를 모르더라도 골퍼라면 본능적으로 느낀다. 더 가까이에서 퍼팅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더 가까이에서 퍼팅을 하고 싶은 욕망은 본능인 것이다. 원래 자신의 공이 놓여있던 자리 보다 홀에 더 가까운 곳에서 말이다. 참지 못하고 이 욕망을 실행에 옮기면 어떻게 될까? 마크하고 집어 올린 공을 원래 자리 보다 홀에 더 가깝게 내려 놓고 퍼팅을 하면 말이다. 당연히 규칙을 어긴 것이 된다. 잘못된 자리(Wrong Place)에서 플레이 한 것이다. 고의로 그랬다면? 규칙을 어기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자는 이미 골퍼가 아니다. 비록 공을 멀리 정확하게 쳐도 그렇다. 뱁새 김용준 프로가 이런 사람을 무엇이라고 부르자고 했는지 기억하는가? 이것까지 기억하면 진정한 애독자이다. 바로 ‘스팅어(STINGER)’이다. 스팅어가 뭔지 모른다면 재작년쯤에 쓴 칼럼을 꼭 찾아보기 바란다. 집어 올린 공을 제자리에 내려 놓는 것은 진정한 골퍼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원래 공 자리를 정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올바르게 마크해야 한다는 말이다. 올바르게 마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복잡할 것이 전혀 없다. 공 바로 뒤로 마크하는 것이다. 공 옆에 마크하는 사람을 보았다고? 규칙만 따지면 문제 없다. 공 옆에 마크를 하고 공을 집어 들었다가 원래 자리에만 내려놓으면 되니까. 그런데 공 옆에 마크를 했다가 원래 자리에 제대로 내려놓지 않는 플레이어가 많은 것이 문제이다. 마크를 할 때는 공 옆에 하고 내려 놓을 때는 마크 앞에 하는 플레이어가 드물지 않다. 당연히 규칙 위반이다. 무심코 하는 플레이어도 있지만 고의로 그렇게 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심지어 공과 홀 사이에 마크를 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원래 자리에만 내려 놓고 플레이 하면 규칙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그런데 홀에 더 가깝게 내려 놓고 스트로크를 한다면? 타수가 민감하지 않은 게임을 할 때는 어디에다 마크를 해도 별 상관 없다. 마크하고 되돌려 놓을 때 조금 틀려도 말이다. 그런데 엘리트 경기라면 말이 안 되는 짓이다. 고수를 자칭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프로 골퍼끼리 겨루는 경기에서도 마크 문제 때문에 클레임을 거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공 옆에 마크하고 공을 집어 든 것에 대해 따진다는 말이다. 더러 공 뒤에 마크를 하기는 했어도 홀에 더 가깝게 내려 놓아서 클레임을 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짓을 이른바 ‘동전치기’라고 부른다. 마크를 홀에 가깝게 던져 놓고 공을 슬쩍 집어 드는 속임수와 같은 짓으로 친다는 말이다. 아니, 규칙에는 공 옆이나 앞에 마크를 해도 된다고 되어 있다면서 공 바로 뒤에 하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공 바로 뒤에 마크를 하라고 명문화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얼핏 들으면 타당한 질문이다. 그러나 규칙에 ‘공 바로 뒤’라고 명문화 한다면 어디까지를 ‘공 바로 뒤’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직선에서 몇 도를 벗어나면 공 바로 뒤가 아닌 것이 되느냐는 말이다. 자나 각도계를 가지고 플레이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처럼 명확하게 따지기 어려워서 ‘올바르게 마크하고 다시 제자리에 되돌려 놓으라고’만 규칙에 명기한 것이다. 이 빈 틈을 노려서 치사한 이득을 얻는다면 골퍼가 아니다. 억울한 골퍼도 있을 것이다. 늘 공 옆이나 앞에 마크를 하고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골퍼 말이다. 그런 골퍼라도 마크하는 방법을 바꾸기를 권한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치지 말고 외밭에서 짚신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나중에 공 내려 놓는 것을 보고 시시비비를 가리면 되지 않느냐고? 렉시 톰슨 경우처럼 클로즈 업 한 영상이 있지 않는 한 딱 잡아떼기 마련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은 피하는 것이 지혜 있는 일이다.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5.08.1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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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김용준, 훈훈

가수 김용준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VIP시사회 및 포토월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고군분투를 담은 악마 들린 코미디. 오는 13일 개봉. 2025.08.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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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김용준, 하트 받으세요

가수 김용준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VIP시사회 및 포토월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고군분투를 담은 악마 들린 코미디. 오는 13일 개봉. 2025.08.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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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내 공을 치고도 실격이라고?

전남 장성에 가면 홍길동 생가가 있다. 소설 속 인물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라는 말인가? 활빈당(活貧黨)을 세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는 이야기가 실화인지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자. 독자는 홍길동이 도적이 된 이유를 아는가? 그렇다.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하지 못해서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한다는 말이다. 조선 임금 세종 때 종모법(從母法)을 시행한 탓이다. 종모법이란 어머니 신분을 따르게 정한 법이다. 아차,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라? 그렇지! 틀림 없이 자신의 공을 쳤는데도 페널티를 받는 기가 막힌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분명히 내 공인데도 내 공이 아니라니! 호부호형을 못하는 홍길동과 같은 처지 아닌가! 골프 규칙은 종모법처럼 불합리한 것일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선 내 공을 쳤는데도 페널티를 받는 상황부터 짚어 보자. 플레이어가 티샷을 한 공이 페널티 구역으로 날아갔다. 공이 페널티 구역에 빠졌다고 보고 구제를 받기로 했다. 공을 드롭하고 막 샷을 하려는데 저 앞 일반구역에서 공을 하나 발견했다. 티샷 한 그 공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공을 찾았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구제받으려고 드롭한 공을 냉큼 집어 올렸다. 그리고 티샷 한 원래 공으로 플레이를 이어갔다. 퍼팅 그린에서 만난 경기위원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 웬걸? 경기위원은 그 플레이어에게 페널티를 부가했다. 드롭한 공으로 플레이를 했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티샷 한 공이 아니라. 벌타만 받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실격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 홀을 마치고 다음 홀 티샷을 한 이후에야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이다. 예로 든 상황은 중대한 규칙 위반이라서 반드시 시정을 해야 한다. 다시 돌아가서 페널티 구제를 받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벌타는 벌타 대로 받고 말이다. 이미 다음 홀을 시작해버렸다면? 규칙상 잘못을 시정하기에는 늦었다. 그렇다면? 실격이다. 내 공을 치고도 실격을 당하는 것이다. 틀림 없이 내 공을 쳤는데도 실격이라니? 말이 되느냐고? 억울하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길동군도 얼마나 억울했으면 반가의 서출로 태어나 놓고도 도적이 되었겠는가?골프 규칙은 어떤 때는 엄격하다 못해 가혹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 실은 부득이하게 엄격한 것이다. 다른 불합리한 일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말이다. 다음 설명을 들으면 조금 이해가 될 것이다. 골프 규칙에는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차이가 있는 용어가 있다. 바로 ‘합리적 판단’과 ‘사실상 확실한’이라는 두 용어이다. 두 용어는 거의 비슷하게 들린다. 그런데 골프 규칙은 이 둘을 구분하고 있다. 사실상 확실한(Virtually Certain)이란 말은 뱁새 김용준 프로가 이미 한 번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다. 지난 칼럼을 찾아 보기 바란다. 사실상 확실하다는 말은 진짜 거의 확실하다는 이야기이다. 95% 이상 확실할 때 사실상 확실하다고 말한다. ‘공이 페널티 구역에 빠진 것이 사실상 확실하다’는 말은 페널티 구역이 아니면 갈 곳이 없을 정도로 확실하다는 이야기이다. 비록 공을 페널티 구역 안에서 찾은 것도 아니고 페널티 구역에 빠지는 것을 본 사람은 없어도 말이다. 사실상 확실해서 구제를 받기로 하고 드롭을 했다면? 드롭한 바로 그 공이 이제 자신의 공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 친 공은 더 이상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말이다. 뒤늦게 처음 공을 찾아도 소용이 없다. 그러니 처음에 친 공으로 플레이를 하면 내 공이 아닌 공 즉, 잘못된 공(Wrong Ball)을 친 것이 된다. 이 규칙을 헷갈려서 사달이 나는 것이다. 뒤늦게 찾은 공을 인정한다면 사실상 확실하다는 판단을 믿기로 한 규칙이 어불설성이 되지 않는가! 그런데 합리적 판단(Reasonable Judgement)이라는 말도 규칙에 있어서 헷갈리게 만든다. ‘합리적 판단을 해서 드롭을 하고 나서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원구를 발견하면 원구를 기준으로 삼아서 구제지점을 시정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는 것이다. 이 말을 오해해서 앞에서 예로 든 상황에 이 구절을 적용해 플레이를 하면? 꼼짝없이 페널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 구절 앞뒤를 조금만 차분히 읽어보면 알게 된다. 이 구절은 사실상 확실하다고 판단해서 페널티 구제를 받기로 하고 드롭을 한 경우에 대한 이야기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이 구절은 ‘기준점(Reference Point)’ 따위를 추정할 때만 적용하는 규칙이다. 물에 빠진 지점을 추정하거나 멀쩡하게 날아간 공을 동물이 물어갔을 때 원래 공이 있던 자리를 추정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말이다. ‘까마귀가 공을 물어간 것이 사실상 확실할 때에 페널티 없이 원래 자리에 공을 드롭하기로 하고 어디에 공이 있었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그 자리에 공을 드롭한다’고 말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것을 헷갈려서 자신의 공을 치고도 실격을 당한 선수가 드물지 않게 나온다. 사실상 확실하다는 말과 합리적 판단이라는 말을 확실하게 구분하지 못하면 말이다. 뱁새 김 프로라도 순간적으로 착각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함정이 이것이다. 아찔하다.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5.08.0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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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진정한 무림 고수들의 게임, 노 터치 플레이

‘노 터치 플레이’를 아는가? ‘건드리지 마라’는 뜻인 그 노 터치 플레이(No Touch Play) 말이다. 건드리지 마라는 뜻이라면 ‘돈 터치(Don’t Touch)가 맞는 것 아니냐고? 또 굳이 노(No)를 써야 한다면 뒤에 오는 말이 터치가 아니라 터칭(Touching)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노 스모크(Smoke)가 아니라 노 스모킹(No Smoking)이 맞는 것처럼? 흠흠! 그런 깊은 논쟁은 뒤로 미루기로 하자. 오늘은 눈을 감아 주기 바란다. 오래 사용하다 보니 이미 굳어서 표준어가 된 오토바이처럼 노 터치 플레이도 표준어나 다름 없다고 말이다. 오토바이도 실은 모토 사이클이 정확한 말 아니던가? 노 터치 플레이라는 말을 듣고 심장이 뛴다면 무림 고수이다. 아직 고수는 아니라고? 적어도 진정한 승부사인 것은 틀림 없다. 고개를 저었다면?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먼 골퍼이다. 노 터치 플레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골프가 내는 단맛과 쓴맛을 다 보려면 한참 멀었다. 노 터치 플레이를 해 본 적이 있다고? 어떠했는가? 한 샷 한 샷 전율을 느끼면서 플레이 하지 않았는가? 이른바 건달끼리 주로 하는 게임 아니냐고? 생각해 보니 그런 면도 분명히 있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건달이 절대 아니다. 아차!노 터치 플레이는 말 그대로 공을 건드리지 말고 경기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클럽으로 스트로크 할 때는 빼고 말이다. 골프 규칙에는 ‘공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규칙 몇 조 몇 항인지는 나중에 알려주겠다. 공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 해야 하지만 예외는 있다. 규칙이 예외로 정한 때에는 그렇다.노 터치 플레이는 이 예외조차 배제하는 경기이다. 일단 티샷한 공은 어떤 경우라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 구제를 받고 싶다면 무조건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 규칙대로라면 페널티 스트로크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더 엄격한 노 터치 플레이에서는 공이 페널티 구역에 들어가도 직전에 친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쳐야 한다. 물에 빠진 곳 옆에서 구제 받는 것이 아니라. 페널티 구역도 아웃 오브 바운드나 로스트 볼과 똑같이 취급한다는 말이다. 지독하다.노 터치 플레이를 하기로 했으면 카트 도로에 공이 있어도 벌타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없다. 그대로 쳐야 한다. 혹시 구제를 받고 싶다면? 언플레이어블 볼(Unplayable Ball)을 선언해야 한다. 페널티로 한 타를 받고 구제를 받는 것이다. 나무를 지탱하는 지주목에 스윙이 걸려도 마찬가지이다. 그대로 쳐야 한다. 수리지가 방해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쳐야 한다.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에 걸려 있을 때도 장해물을 치우다가 공이 움직이면 페널티를 받는다. 스윙을 방해하는 깡통 따위를 치울 때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낙옆 같은 루스 임페디먼트를 치울 때처럼 말이다. 땅에 박힌 공도 그대로 쳐야 한다. 일시적으로 고인 물도 예외는 없다. 물이 첨벙거려도 그냥 쳐야 한다. 디봇은 말할 것도 없다. 디봇에서 구제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가는? 눈총만 받게 된다. 벙커 속 발자국에 빠진 공도 예외는 없다. 그냥 쳐야 한다. 이 모든 상황에서 구제를 받으려면 벌타를 받아야 한다. 스윙에 방해가 되는 다른 플레이어의 공은 어떻게 하느냐고? 뱁새 김 프로도 실전에서 한 번도 안 겪어 본 상황이긴 하다. 방해하는 공도 그대로 두고 쳐야 할 것 같다. 노 터치이니까!들어 보니 어떤가? 노 터치 플레이!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정말 이런 규칙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꽤 있다. 노 터치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막무가내일 것 같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무림 고수이거나 진정한 승부사인 경우가 많다. 이들도 십중팔구 궁여지책으로 노 터치 플레이를 채택했을 것이다. 규칙을 따지다가 시비가 자주 일어난 탓에 말이다. 서로 속임수를 쓰기 어렵도록 단도리 하려는 의도도 있을 터이고. 노 터치 플레이를 하면 공 옆에서 허리만 숙여도 의심을 받으니까. 물론 노 터치 플레이는 골프 규칙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슬픈 현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엄격한 골프 규칙 보다 더 가차 없는 잣대로 게임을 하다니! 노 터치 플레이를 하는 골퍼는 매니지먼트 능력만큼은 탁월하다. 고약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모른다. 한 홀에서 와르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윙이 크지 않은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하나 같이 숏 게임 능력이 뛰어나다. 프로 골퍼 뺨을 칠 정도이다. 독자도 한번쯤 노 터치 플레이를 해 보기 바란다. 엄두가 안 난다고? 그래도 뱁새 말을 믿고 꼭 한 번 해 보기 바란다. 골프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피도 눈물도 없는 진정한 승부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골프 선조들이 골프 규칙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느끼게 될 것이고. 물론 노 터치 플레이를 하면서도 경기 속도를 맞추려면 탄탄한 실력도 뒷받침해야 한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5.07.30 08:23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한 라운드 중 마지막 세 홀이 갖는 의미

과학자 그룹이 재미 있는 실험을 했다. 얼핏 보면 간단한 실험이었다. 과학자들은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에게는 따듯한 물에 손을 한참 담갔다가 뺀 다음 다시 차디 찬 물에 담그게 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손을 먼저 찬물에 한참 담갔다가 빼서 따뜻한 물에 담그게 했고. 순서만 바꾼 것이다. 따뜻한 물은 따뜻한 물대로 찬물은 찬물대로 온도는 같았다. 손을 담그는 시간도 같았고. 따뜻한 물은 기분이 나른할 정도였다. 찬물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차가웠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어떤 그룹이 따뜻한 물을 더 행복하게 누렸다고 답했을까? 또 어떤 그룹이 차디 찬 물을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느꼈을까? 이 대목에서 빙긋이 웃는 독자라면 지성인이다. 그렇다. 이 실험은 인생에서 겪는 행복과 불행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연구였다. 젊어서는 어렵게 살다가 노년에 안락한 삶을 누리는 인생과 반대로 젊어서는 풍요롭게 살다가 노년에는 빈곤한 인생이 있다고 하자. 독자는 어떤 인생을 선택하겠는가? 대부분 말년에 편안한 인생 쪽으로 마음이 기울 것이다. 젊어서 실컷 즐기고 말겠다고? 설마! 이 실험은 노년에 안락한 인생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독자도 답을 맞혔을 것이다. 차디 찬 물에 고생하다가 따뜻한 물로 손을 녹인 실험 참가자 그룹이 더 행복하다고 답했다는 것을. 재치 있는 연구가 나오면 후속 연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 실험도 그랬다. 이 실험을 살짝 비튼 연구가 뒤를 이었다. 어떤 과학자는 따뜻한 물과 찬물 다음에 다시 따뜻한 물에 담그도록 실험 순서를 추가하기도 했다. 인생을 초년과 장년 그리고 노년으로 나누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굳이 이런 실험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끝이 좋아야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운명을 점치는 사람들마저도 운세를 묻는 이들에게 ‘자식복이 있다’거나 ‘말년에 부자로 살 운세’라는 말을 빼놓지 않기 마련 아닌가? 골프에서는 어떨까? 독자는 초반 점수와 마지막 몇 홀 점수가운데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 좀 더 와 닿도록 예를 들어 보겠다. 하루는 초반에 파와 버디를 줄줄이 하다가 마지막에 더블 보기 또는 트리플 보기를 쏟아냈다고 치자. 다른 날에는 초반에 고전하다가 마지막 몇 홀에 연속 파와 버디를 기록하면서 점수를 만회하고 끝냈다고 치고. 두 라운드에서 기록한 점수는 같았다고 하자. 독자는 이 두 날 중 어떤 날을 더 잘 친 날로 기억할 것 같은가? 어떤 라운드가 더 만족스럽다고 느낄 것 같은가?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에 선전한 라운드를 꼽을 것이다. 마지막 몇 홀에 더 잘 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오죽하면 내내 고전하다가 마지막 홀에서 날린 기가 막힌 티샷을 ‘또 와 샷’이라고 부를까! 어떻게 하면 마지막 몇 홀에서 더 좋은 샷을 할 수 있을까? 더 좋은 점수도 얻고.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마지막 몇 홀에서 주로 어떤 이유로 무너지는 지를 먼저 짚어야 한다. 막바지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포기’이다. 포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때이다. 라이프 타임 베스트를 기록하기에는 이미 너무 점수가 나빠서 포기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주로 컷 오프를 통과하기에는 점수가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 포기를 하고는 한다. 그리고 나서 후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교만’이다. 라운드 내내 경기를 잘 풀어왔다고 치자. 그런 날 몇 홀 남지 않았을 때 교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지나쳐 말이나 행동이 과할 때가 있다. 아니라고 하고 싶겠지만 바로 그것이 교만이다. 승부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상대를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교만은 화를 낳는다. 교만한 탓에 막판에 입은 손실은 만회할 기회조차 없다. 그것이 상한 마음이든 잃은 돈이든 간에 말이다. 여기에 더해 체력 부족은 모든 불행의 원천이다. 라운드 중에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까지 실패한다면 설상가상이 되고. 대표적인 것은 독자도 짐작할 것이다. 바로 술이다. 전반에 기가 막힌 경기를 하고도 그늘집에서 기울인 술잔 탓에 후반에 맥을 못 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 이야기 할 것도 없다. 뱁새 김 프로도 악당들이 강권한 막걸리를 석 잔 마시고 못 볼 꼴을 본 적도 적도 있다. 전반에 3언더파를 기록하다가 후반에는 48타를 쳐서 총 81타를 친 것이다. 썩을 녀석들이 ‘싱글패’를 만들어준다고 놀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즐거운 라운드를 가슴에 품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마지막 몇 홀에 더 집중해야 한다. 특히 마지막 세 홀에 말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교만한 마음은 절대 금물이고. 체력도 안배해야 한다. 올해 몇 개 대회째 마지막 두 세 홀에서 부진해서 예선 탈락한 뱁새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5.07.23 09:15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뱁새가 고향에 가면 골프 이야기를 안 하는 이유

얼마 전 일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고향에 여러 날 머물렀다. 첫날 저녁식사 때 오랫동안 얼굴을 못 본 동창이 합석했다. 거의 사십 년 만에 본 그는 서울에 산다고 했다. 그는 뱁새가 프로 골퍼라고 하자 골프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향에 사는 다른 친구 세 명도 함께 한 자리에서 말이다. 고향에 사는 친구 셋은 골프 클럽을 잡아본 적도 없다. 골프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동창은 뱁새가 맞장구를 치지 않자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프로 골퍼가 골프 이야기에 시큰둥하니 당연했다. “골프 치다가 마시는 맥사 한 잔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고 그가 너스레를 떨었다. “맥사가 뭔데” 맥사가 무엇인지 진짜로 모르는 다른 친구가 물었다. 골퍼라면 알 것이다. ‘맥사’는 맥주와 사이다를 섞은 것이라는 사실을. 초보 골퍼인 동창의 말을 잠자코 듣던 뱁새는 결국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고향에 와서 친구들에게 골프 이야기는 잘 하지 않네”라고. 사실이다. 뱁새가 늦깎이로 프로 골퍼가 된 것은 이제는 고향 친구들도 거의 다 안다. 뱁새는 어려서 얼마나 운동을 못했던지! 학교 운동회 때 공책 한 권도 타 본 적 없는 뱁새이다. 친구들과 야구를 할 때도 먹을 것을 나눠주는 꾀로 주전에 겨우 끼었다. 그래도 누구나 해 보고 싶은 투수나 4번 타자는 언감생심이었다. 내야수를 맡겨 놓으면 알을 깠다. 외야수를 맡기면 높게 뜬 공을 놓쳤다. 겨우 잡은 공을 내야로 잘 던지지도 못할 만큼 어깨가 약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맡긴 자리는 1루수였다. 던지는 공만 잘 받으면 되니까. 그것마저도 딱딱한 야구공을 쓰기 시작하자 버거워졌다. 땅에 튄 공에 맞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런 뱁새가 ‘프로 스포츠맨’이 되었다고 하니 어떠했겠는가? 친구들이 배꼽을 잡았다. “개나 괴나 프로가 되는 것이 골프인가 보네”라고 놀렸다. 가까스로 프로 골퍼가 되었지만 뱁새가 하는 골프 무용담을 들어본 고향 친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뱁새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촌놈’에게 골프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뱁새는 프로 골퍼가 되기 전에 아마추어로서 골프를 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골프를 즐기는 이와 함께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골프 이야기를 나눴다.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 앞에서는? 골프 이야기는 삼갔다. 고향에 사는 가까운 친구 가운데 골프를 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너무 아쉽다. 그래서 고향에서는 자연스럽게 골프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이다. 프로 골퍼가 되고 나서는 골프 이야기를 안 꺼내는 이유가 더 늘었다. 골프가 직업이 되고 보니 특별히 내세울 이유가 더 없어진 것이다. 친구가 공무원이라거나 요식업을 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뱁새에게 골프는 직업인 것이다.그러니 특별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무용담을 늘어놓을 이유가 없다. 뱁새가 큰 토너먼트에서 우승이라도 해서 고향을 빛낸다면 모를까? 프로 골퍼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전북 군산에서 시합을 했다. 뱁새는 강한 바람에 쩔쩔매다가 예선에서 탈락했다. 씁쓸한 마음에 고향에 있는 절친인 사진작가 정지승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들끼리 저녁을 먹기로 했으니 내려오게” 정 작가가 안쓰러운 듯 뱁새를 초대했다. 시나브로 어두워지는 시간이었다. 고향까지는 제법 먼 거리였다. 뱁새는 서두르느라 씻지도 않고 고향으로 차를 몰았다. 당연히 옷도 갈아입지 못했다. 고향에 도착하니 저녁 여덟 시가 다 되었다. 친구 여럿이 한 상 걸게 차려 먹고 느긋한 낯빛을 하고 있었다. 그 친구들 모두 일하던 차림 그대로였다. 뱁새는 뱁새 몫으로 남겨 놓은 회 한 접시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털어 넣었다. 뱁새가 숟가락을 놓자마자 우리 일행은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뱁새는 그제서야 제 꼬락서니가 눈에 들어왔다. 녹색 바지에 연두색 티셔츠 그리고 형광색 골프화를 신고 있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썬블락이 희끄무레하게 남아 있었다. 어두운 작업복 일색인 친구들과는 ‘완전한 부조화’였다. 혹시 뱁새가 프로 골퍼인 줄 모르는 친구도 있을 것 같았다. “자네들 내가 골프복 입고 왔다고 흉보지 말게. 이 옷이 나한테는 작업복이네. 자네들이 입고 있는 작업복이나 같네” 뱁새는 머쓱해서 말을 보탰다. “친구들 얼굴 보고 싶어서 씻지도 않고 한 달음에 달려왔네”라고. 정 작가가 거들었다. “자네들 모르지? 뱁새는 프로 골퍼여” 그제서야 친구 두어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 ‘골프 친다고 자랑하는 거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지 모른다. 뱁새는 골프 이야기가 조심스럽다. 특히 고향에서는 그렇다. 그래도 뱁새는 고향 친구들 하는 일이 잘 풀려서 골프를 즐길 만큼 넉넉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또 고향 친구들이 스포츠로서 골프를 수련하기를 바란다. 그런 친구들이 부른다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부나 지위를 뽐내는 수단으로서 골프를 이용하는 이라면? 사양할 것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5.07.16 08:27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골프를 치면 살이 빠질까? - ②

라운드 중에 먹을 것이 당겨도 참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더구나 라운드 전에 식사를 했다면 말이다.조금씩이라도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니다.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몸이 태워서 쓸 에너지원이 진짜로 부족해서 입이 궁금한 것이 절대 아니니까.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아리송하다고? 지난 회 칼럼을 건너 뛴 것이 틀림 없다. 뱁새와 애독자는 지금 ‘골프와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운드 중에 먹을 것이 당긴다면 말이다. 지방세포가 분비한 랩틴(Leptin)을 전달받은 뇌가 음식을 먹으라고 몸에게 명령을 내렸다면.그럴 때마다 물을 한두 모금씩 마시면 된다. 그렇게 간단하냐고? 그렇다. 물만 한두 모금 마셔도 뇌는 무엇인가를 먹었다고 이해한다. 그러면 지방세포도 먹으라는 재촉을 잠시 멈춘다. 랩틴을 분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태 말한 것이 바로 ‘랩틴과 벌이는 싸움’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방세포와 벌이는 싸움이고.뱁새 김용준 프로가 알려준 대로 라운드 전에 식사를 꼭 하고 라운드 중에는 물을 홀짝거리면 다이어트가 되느냐고? 그걸로 다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제는 라운드 후에 벌어진다. 살이 찌는 가장 빠른 길은 ‘탄수화물과 물이 만나는 것’이다. 빵이나 밥을 실컷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파멸이 기다린다는 이야기이다. ‘빵배’는 절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 물을 부르는 염분까지 더하면? 설상가상이다. 짜게 먹은 탓에 들이킨 물이 다 쓰지 못한 탄수화물과 만나면? 몸에 빠르게 쌓인다. 남은 탄수화물을 금세 지방으로 바꾸어 지방세포에 차곡차곡 저장한다는 말이다. 몸 구석구석에 노폐물로 쌓이기도 하고. 물론 소화한 에너지원을 다 쓰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라운드 마치고 식사를 하고 나서 또 다른 활동을 하는 골퍼가 몇이나 될까? 매번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서 반성하는 연습을 한다고? 고수가 틀림 없다. 아니라면 머지 않아 틀림 없이 고수 반열에 들 것이고.골퍼 대부분은 라운드를 하고 나면 쉰다. 그 전에 실컷 먹고 나서 말이다. 다이어트에는 최악인 수순인 것이다. 라운드 후에는 탄수화물을 덜 먹고 덜 짜게 먹고 물도 덜 마시는 것이 답이다. 중간 정리를 해 보자. 골프를 즐기면서 다이어트도 하려면 반드시 식사를 조금이라도 하고 라운드를 시작해야 한다. 라운드 중에는 랩틴과 벌이는 싸움에서 이겨야 하고. 라운드 후에도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한다. 소화를 다 시키고 쉬어야 하고. 이걸 소홀히 하다가는 뱁새처럼 바지 단추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아니면 허리 치수가 늘어나거나. 여태 한 이야기는 혈당이 쉽게 떨어지는 골퍼라면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시니어 골퍼라면 알 것이다. 혈당이 떨어지는 느낌을. 가느다랗게 떨리는 그 조짐을 말이다. 그럴 때는 즉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라운드 중에 다이어트 생각은 금물이라는 말이다. 늘 단 것을 챙겨야 한다. 문제는 시니어가 아닌데도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이다. 든든하게 먹고 라운드를 시작했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허기가 지고 손이 가늘게 떨린다면? 이것은 ‘인슐린 민감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다. 인슐린(Insulin)은 혈액 속에 흐르는 당을 세포가 흡수할 때 돕는 호르몬이다. 음식을 소화하면 피를 따라 당이 흐른다. 세포는 이 당을 세포 안으로 낚아채서 에너지원으로 쓴다. 혈액에 당이 흐르는데도 인슐린이 제 몫을 못하면? 세포가 당을 원활하게 끌어들이지 못한다. 혈액 속에는 당이 넘쳐도 말이다. 당뇨환자라면 배가 부른데도 식욕이 계속 돋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이런 상태를 인슐린 민감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어쩌면 이렇게 되느냐고? 선천적 경우는 빼고 이야기 하겠다. 너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음식을 즐겨 먹으면 이렇게 되기 마련이다. 설탕을 잔뜩 넣은 음식을 먹으면 몸이 원활한 소화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혈액 속에 당이 퍼진다. 이걸 반복하면 췌장이 인슐린을 제 때 적절하게 분비하지 못한다. 인슐린을 분비해도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이런 지경이면 비만이면서도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어서 고통 받는 것이다. 인슐린 민감성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라운드 전이나 라운드 중에 단 음식이나 가공 탄수화물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초콜릿 바 따위로 배를 채우며 라운드를 하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단당류와 이당류와 가공 탄수화물로 만들어 놓고도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과자류가 가장 큰 적이다. 이런 과자류 대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나 견과류 따위를 챙겨 가는 것이 지혜롭다. 먹는 습관만 고쳐서는 인슐린 민감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적절한 운동을 곁들여야 한다. 라운드 내내 골프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다면? 진짜 멋지다. 네 다섯 시간 동안 걷는다면? 몸이 지방을 태우기에 넉넉한 시간이다.바지 단추를 다시 달 것인가? 아니면 허리가 한 치수 큰 바지를 살 것인가? 뱁새와 함께 독자도 골프 다이어트에 다시 도전하기를 바란다. ‘골프와 다이어트’로만 3회까지 쓰면 우려먹기라고 욕할 것이 뻔하니 이만 줄인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5.07.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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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골프를 치면 살이 빠질까?

투둑! 바지 단추가 떨어졌다. 낭패였다. 갈아입을 수도 없었다. 한창 라운드 중이라서. 허리띠를 바짝 조일 수밖에. 그래도 자꾸 지퍼가 내려갔다. 번번히 앞섶이 벌어졌다. 다른 선수가 귀띔을 해주었다. 지퍼가 열렸다고. 겸연쩍은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라운드 중에 바지 단추가 떨어진 것이. 그랬다. 뱁새 김용준 프로도 뱃살이 나온 것이다. 물론 살짝 말이다. 절대 많이 나온 것은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허리 32인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30년 넘게 유지한 바지 허리둘레의 마지노선을 말이다. 아니, 칼럼만 봐서는 운동을 꽤나 열심히 하는 것 같더니 살도 찌느냐고? 뜨끔하다. 뱁새가 골프 클럽을 처음 잡았을 때는 71㎏이었다. 오늘 현재는 83㎏쯤 나간다. 무려 12㎏이나 체중이 늘어난 것이다. 비만이냐고?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뱁새가 비만이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라운드를 자주하고 연습도 많이 하고 운동까지 따로 한다면서? 그러게 말이다. 골프는 다이어트에 좋은 스포츠인 것 같은데 아니냐고? 오늘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골프와 다이어트 이야기를. 한 회에 다 못 하면 다음 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이야기는 ‘다이어트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서 출발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뱁새가 식견이 있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우선 탄수화물을 조금이라도 먹고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굶고 움직여야 더 효과가 큰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러면 절대 안 된다. 아무것도 안 먹고 움직이면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축난다. 단백질이 빠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이어트가 아니다. 자가포식이지. 자가포식! 느낌이 겁나는 단어 아닌가? 자가포식(Autopathy)이란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소비해버리는 것을 말한다. 근육이나 장기 또는 피부에 있는 단백질을 갖다 써버린다는 말이다. 에너지원은 필요한데 뱃속이 비다 보니 급한 대로 단백질이라도 태워서 쓰는 것이다. 당연히 몸이 축난다. 탄수화물을 먹고 움직이면 뭐가 다르냐고? 다르다. 몸이 처음에는 탄수화물을 소화해서 쓴다. 다 쓰면 몸에 있는 지방을 태워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노폐물도 찾아내서 태우기도 한다. 탄수화물을 다 소화하고 나서야 비로서 지방이나 노폐물을 사용하는 것이 신기하다. 아예 안 먹고 움직일 때는 급하다 보니 단백질을 먼저 쓰는 것이고. 뭐라도 조금 먹고 움직이면 순서대로 에너지원을 이용하는 사이클을 실행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태우고 나서 지방을 가져다 쓰는 과정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제법 오래 움직여야만 지방을 태우는 순서까지 간다. 얼마나 오래 움직여야 하느냐고? 운동 강도에 따라 다르다. 중간 강도라면 30분쯤 지나서부터 지방을 태우기 시작한다. 뱃속에 음식이 잔뜩 들어 있다면 더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니 조금 먹고 계속 30분 이상을 움직이면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것이다. 라운드를 할 때 아침은 조금이라도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뱁새 말대로라면 골프는 다이어트에 가장 적합한 스포츠 아니냐고? 얼핏 보기에는 그렇다. 밥을 먹고 나서 몇 시간이나 걸으니 말이다. 먹은 음식은 다 소화해서 쓰고 지방까지 태우기에도 넉넉한 시간이다. 그런데 왜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비만인 선수가 훨씬 많으냐고? 아마추어 골퍼도 마찬가지이고. 그것은 바로 골퍼 대부분이 랩틴과 하는 싸움을 이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랩틴(Leptin)은 지방세포가 내보내는 호르몬이다. 행여라도 지방세포 자신이 날씬해질까 보아서 뇌에 보내는 신호이다. 지방세포가 어서 음식을 먹으라고 재촉한다는 이야기이다. 지방세포는 점점 더 커지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물론 어렸을 때는 지방세포 숫자를 더 많이 늘리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 성인이 되면 지방세포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지방세포 하나 하나가 더 커지거나 작아질 뿐이지. 더 커지면 비만이 되고 더 작아지면 날씬해 지는 것이다. 어려서라면 지방세포 수가 늘어나면서 비만이 될 수도 있다. 이건 정말 무서운 이야기이니 기회가 있을 때 따로 말하겠다. 지방세포가 조금도 작아지지 않으려는 욕망 때문에 내보내는 호르몬인 랩틴. 이 랩틴이 뇌에 닿으면 식욕이 생긴다. 입이 궁금해진다는 말이다. 이 때 바로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 이 때야 말로 우리 몸이 지방을 태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니까. 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다이어트는 물 건너 간다. 바로 뱃속에 든 음식물을 소화해서 쓰는 사이클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다. 골프장은 랩틴과 싸우기에 가장 불리한 장소이다. 왜냐고? 어떤가? 골프장 곳곳에는 먹을 것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도 단당류와 이당류 그리고 가공한 탄수화물이 말이다. 실컷 먹어도 어느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라운드에 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다 같이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몇 홀이 멀다 하고 입에 무엇인가를 먹어야 할 정도로 골프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스포츠일까? 이야기는 다음 회로 이어진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2025.07.0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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